출판계약상 인세 미지급과 저작권, 상표권 위반 사건 승소

얼마 전에는 약 4년에 걸쳐 진행했던 민사사건과 관련 형사사건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영어교재 출판계약을 맺은 저자와 출판사 간 인세 미지급과 출판계약 해지 후 무단 인쇄로 인한 저작권, 상표권 침해가 핵심이었던 사건입니다. 제가 처음 사건을 의뢰받을 당시 의뢰인이 혼자서 진행했던 고소사건에서 이미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검찰의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이 나와 있던 터라 이후 사건 진행에 애를 좀 먹기도 했습니다.

의뢰인과 최초 상담을 할 때는 상대방인 출판사에게 미지급 인세 정도만 청구한 후 합의해서 마무리를 할 생각이었는데, 웬걸 출판사에서 갑자기 제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해서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됐습니다. 제가 맡았던 공사대금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자신이 줄 돈이 있는 경우 오히려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소송을 지연시키면서 돈도 적게 줄 수 있다는 법적 조언을 해주는 것이 트렌드인지…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그런 조언들을 받았더라도 그런 생각은 제가 맡은 사건들에서 모두 잘못된 것이었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제 의뢰인은 출판계약상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출판사는 선인세가 아니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후인세이고, 제 의뢰인이 이후 자신과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출판업자와 개정판을 내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형사고소 사건이 불기소가 되면서 민사소송 역시 시작은 좀 어렵게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출판사측은 자신이 원고이면서도 손해배상 관련 주장이나 입증을 하지 않고 계속 절차를 지연시키기만 했고, 1심 민사재판은 2년 가까이 끌다가 계약상 선인세 지급이 맞고, 계약 해지 역시 정당하지만 미지급 인세나 저작권을 위반해 무단으로 인쇄된 저작물에 대한 부당이득금 지급이나 손해배상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 내용 자체로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와 의뢰인은 항소를 하면서 사건 진행을 다시 검토해봤습니다.

고민을 한 결과 저는 의뢰인과 상의를 해서 기존 불기소 처분 대상이 아니었던 다른 무단 인쇄 사실들이 있으니 이에 대한 출판사의 저작권과 상표권 위반을 다시 형사고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새로운 증거들과 거래 업체의 관련자들 진술서를 수집해서 출판사와 출판사의 실질적 대표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 결과 마침내 출판사와 실질적 대표가 기소되어 벌금형과 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법원에서 저의 주장이 인정되자, 저는 얼른 민사 항소심 법원에 형사판결문을 제출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민사 항소심 법원에서는 더 심증 정도가 높은 형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자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우리가 주장했던 기존 미지급 인세 뿐 아니라 부당이득금 거의 전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초 사건 상담 이후 무려 4년이 넘게 걸린 사건이었고, 1심에서는 사실상 패소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이런 결론을 뒤집고 승소를 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승소 후 저를 만나 고맙다고 하는 의뢰인을 보면서 저 역시 마지막까지 저를 믿고 소송을 진행했던 의뢰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출판사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상고를 했다가, 얼마 지나 상고를 취하했는데, 이제 남은 쉽지 않은 문제는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이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출판사의 태도에 비춰보면 판결받은 금원을 얼마나 지급받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제 의뢰인의 저작물을 유통시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손해만 났다고 주장하는 뻔뻔함을 강하게 응징했다는 점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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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가배상청구 사건과 이중의 고난

얼마 전 저는 변호사로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 부끄럽기도 한 판결을 받았습니다. 처음 의뢰인과 사건에 대해 상담을 했던 것이 2015년이니 무려 5년 이상 진행했던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 의뢰인은 외국인인데 술집에서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지구대에 갔다가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면서 무리하게 팔을 꺾어서 어깨 관절을 수술해야 했기에 국가와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신체감정 신청을 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2번이나 담당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리저리 사건이 토스되다가 제 의뢰인이 휴대폰으로 경찰관들을 촬영하고,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체포와 수갑을 채운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났습니다. 제 의뢰인이 실제로 난동을 부렸는지는 오로지 제 의뢰인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었고, 제 의뢰인이 제출한 동영상은 무시되었을 뿐 아니라 경찰관들을 촬영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르면 위법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 의뢰인이 부상을 입은 후 고통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경찰관들이 제대로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은 아예 판결문에 주장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에 제 의뢰인과 저는 의논을 한 끝에 항소를 하기로 했는데 먼저 인권위원회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유에 대해 반박했고, 경찰관들이 제 의뢰인을 체포할 당시 경찰청 내부 규정과 형사소송법, 유엔인권규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다투기로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더 엄밀하게 사실관계를 살펴보았고, 우리가 석명을 요청한 내용에 대해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에게 자료 제출을 명하는 등 절차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1심보다 세심하게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항소심 판결 내용은 역시나 1심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즉, 항소심에서 다투었던 많은 주장들과 증거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생략한 채 단순히 부실했던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단순히 법령 위반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의 인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권 침해를 언급한 부분은 항소심에서 우리가 제출한 서면과 자료들 때문에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이러한 판결문을 받아보니 처음에는 제 안에서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나씩 판단하지 않고 모호하게 답변을 회피하면서 단지 1심의 부실하고 오류로 점철된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제 의뢰인도 계속 말했던 것이지만 설령 피의자라 하더라도 지구대에서 무리하게 강제력을 사용해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관절이 상할 정도로 부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이후 아무런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위법하지 않다는 것인지, 법원이 알고 있는 위법성 개념이 어떤 것인지 법원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판결문은 마치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사건에서 많은 주장을 하면서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해당 주장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춰 여러 주장과 증거들만으로는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이 위법하지는 않다며 주장과 증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회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항소심 판결 중 무엇이 잘못된 판단인지 구체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원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법리적으로 반박받을 수 있는 내용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국가배상청구사건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공권력행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솔직히 법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책적이거나 정치적인 측면까지 고려될 수 있어 인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제 의뢰인은 외국인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인 경찰관과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을 다투는 성격인 국가배상청구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에 의뢰인이 상담을 하러 왔을때부터 이러한 이중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을 하였고,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이런 무언의 압력을 느낀 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러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 사건을 계속 진행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15년 가까이 살았던 의뢰인이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로 부상을 입어 오른쪽 어깨에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어깨 수술비까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정의에 반하는 것이고, 제가 생업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사법시스템의 근간인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주한 결론은 제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판결문을 받아들고 자신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 갔다가 어깨에 부상을 입어 남은 삶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의뢰인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이런 판결을 받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와 함께 의논하고 증거자료를 준비하며, 서면 내용을 검토했던 의뢰인에게 참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기는 하는 것인지, 명색이 법치주의인 이런 사법시스템을 믿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가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항소심 판결문이 우리가 주장했던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판단을 회피하면서도,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저어했는지 인정해줄 의사도 없으면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의 근거가 된다고 추가한 것을 보면서 외국인의 기본권과 인권도 보호 영역으로 하는 우리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5년 넘는 기간 소송을 했는데도 요지부동인 법원의 태도로 인해 많이 지쳤는지 대법원에 대한 상고하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한 법원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사법부가 지키고자 하는 정의이고, 사법부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인지,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영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요즘 세상에 그런 달달한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이 사건은 깊어가는 밤에 저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화두를 하나 던져줬습니다. 경찰관이 제 의뢰인의 팔을 꺾자 제 의뢰인이 고통스러워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호소하는 동영상 속 모습이 앞으로도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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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공사대금 사건과 후련한 승소 판결

며칠 전에는 3년이 넘게 걸린 공사대금사건의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사건이었는데, 다행히 제 의뢰인이 원하던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원래 이 사건을 수임했을 때는 미지급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공사대금을 줘야 할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약간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원청회사의 주장은 제 의뢰인 회사가 부실공사를 해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고, 이러한 하자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하자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대금 중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한 제 의뢰인 회사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아야 하자보수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 수차례 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판결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소송의 전개는 일단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이에 제가 제 의뢰인 회사를 대리해서 하자 내용에 대해 다투면서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사대금 소송과 달리 이번 사건은 좀 특이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소송과정에서 상대방 원청회사는 재판을 계속 끌어야 공사대금을 늦게까지 안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이 원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해 놓고도 1년 반 가까이 자신의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공사대금의 최소한 3%에서 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은 하자보수에 소요되기 때문에 저희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상대방 원청회사는 계속 시간을 끌면서 증거자료도 내지 않고, 하자감정도 신청하지 않다가 1년 반 정도 지나 변론 종결을 할 시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감정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제가 맡고 있는 다른 성격의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제 의뢰인이 저작물의 인세 일부를 받지 못해 미지급 인세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제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더니 2년 동안 손해를 제대로 입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재판만 계속 끌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이렇게 채무자가 오히려 소를 제기해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 유행이라도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습니다.

또한 원청회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다보면 추가 공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원청회사는 추가 공사에 대해서 공사대금을 좀 낮춰서 주려고는 해도 하도급 업체가 추가 공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명백히 기존 계약 범위를 벗어나 공사를 한 것이 맞는데 원청회사는 제 의뢰인 회사에게 그런 추가공사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원도급회사의 진술을 통해 원청회사가 원도급회사로부터 제 의뢰인이 시공한 추가공사에 대한 대금을 추가로 지급받고도 제 의뢰인 회사에게 추가 공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진실이 명백히 드러날 것인데도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대놓고 법원을 속이려고 했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청회사는 재판이 불리해질 것 같자 스스로 하자보수를 했다면서 이런저런 증거들을 냈는데 많은 자료들이 일자나 내용이 모순되거나 관련이 없는 자료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제출한 자료들의 신빙성에 대해 제가 반박을 하자 제대로 답변은 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하자감정을 신청했는데, 그 감정신청 내용 역시 믿기가 어려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 끝에 결국 제 의뢰인은 추가공사대금을 포함하여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 전액을 인정받았던 반면, 상대방인 원청회사는 중간에 손해배상 청구액까지 증액하였으나 결국 청구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액의 20% 정도만을 인정받는 판결문을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상보다 너무 오랫동안 사건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했던 행태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거의 제 의뢰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나온 판결을 보면서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습니다. 제 의뢰인에게 전화를 하는 마음도 가벼웠고, 제 의뢰인 역시 판결 내용을 듣더니 목소리가 아주 밝아져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에서는 이렇게 속이 후련한 결과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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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고이율 원리금과 청구이의의 소 승소

지난 주에는 의뢰인의 채무부존재를 주장하여 진행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승소했습니다. IMF 이후 무너져내린 국가 경제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제 의뢰인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IMF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액대출과 신용카드론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었는데 개인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가라앉기 시작한 배를 다시 띄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출만기가 되었지만 상환을 하지 못하고 연체를 하게 되었는데, IMF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될 정도로 이자가 급등했었기 때문에 원금의 몇 배에 이르는 이자가 변제해야 할 원리금으로 쌓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제 의뢰인에게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리금을 받기 위해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했는데 제 의뢰인은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버느라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소장도 제대로 송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제 의뢰인은 자신의 채무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의뢰인에 대한 채권들은 채권추심업체들 사이를 돌고돌다가 마침내 자산관리공사가 제 의뢰인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제 의뢰인이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2018년과 올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는데, 이후 저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황을 보니 처음에는 기존에 판결과 지급명령도 받아 확정된 바 있고, 대출도 의뢰인이 빌린 것이 맞아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상담을 하면서 기존 진행 과정에 대해 의뢰인에게 묻다보니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의뢰인에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관련 소송기록을 다시 확인해보고 얘기해보자고 한 후 기존 사건 기록들과 판결문, 지급명령 등 내용을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가 맡았던 사건은 올해 제 의뢰인이 소제기했던 사건인데, 사실상 동일한 채무에 대해 의뢰인이 이미 2018년 소를 제기했었고, 그 사건의 판결선고가 얼마 남이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건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면 제가 맡은 사건도 불리해질 수 있어서 제가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선고 일주일 전 참고서면을 제출했는데, 다행히도 다 합쳐 5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무가 시효로 모두 소멸되었다는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전부 패소했는데도 승산이 없다고 보았는지 항소를 하지 않았고, 저는 기존 판결문을 진행 중인 사건에 제출하면서 동일한 논리의 준비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상대방은 여러 금융기관들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자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회신을 받지 못했고 마침내 지난 주 총 6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권들이 모두 시효 소멸되었으므로 이런 채권들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승소판결을 받고 의뢰인에게 연락을 하니 의뢰인이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IMF로 인한 고통이 20년이란 시간을 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판결문을 송달받으면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면서 제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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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변호와 판결 경향

얼마 전 대법원 국선 사건으로 맡았던 준유사강간 사건이 있었는데 기록을 열람, 복사하기도 전에 피고인의 모친으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복사한 사건 기록을 보다보니 20대의 대학생이 오랜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술에 만취한 지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 이전까지만해도 모범적이고 바른 삶을 살아왔던 학생이어서 의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건을 맡았던 시점은 대법원 상고심 단계라 이미 사실확정이나 법리 적용이 끝난 상태였고, 형사소송법이 정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고인의 모친에게 그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감될테니 피고인에게 미리 그러한 내용을 설명해두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충격을 덜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습니다. 만일 제가 피고인의 사건을 제1심이나 최소한 항소심에서부터 맡았더라면 법리적으로는 좀 다퉈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라 더 이상 손을 써볼 길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범죄 형사 사건의 경우 그 특성이 있어 사건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제가 했었던 사건들 중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기습추행’이라고 불리는 유형의 사건이었는데, 사실관계를 잘 살펴보면 실제로는 강제추행이 아니라 단순 폭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으로, 제1심에서 유죄로 많은 액수의 벌금을 받아서 제가 항소심부터 수행했던 사건입니다. 사건을 수임하고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논문들이나 외국법상 법리들을 정리한 후 사건 당시 피해자 이외 현장에 있었던 주변인들의 진술서와 증언을 근거로 강제추행 여부에 치열하게 다투면서 무죄를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아쉽게도 무죄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선고유예라는 좀 예외적인 형으로 감형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선고유예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 제가 맡았던 사건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약간은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재판부도 피고인이 진짜 강제추행을 한 것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1심 법원과 반대로 사실인정을 한 후 무죄를 선고할 만한 용기까지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피고인은 선고유예형을 받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범죄경력이 소멸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이후 해외 입국비자를 발급받을 때 강제추행 등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비자 발급이 거절되지만, 선고유예형이라는 이유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오랜시간 시험 준비를 하던 젊은 청년이 길 가던 피해자들을 따라간 후 주거에 침입하여 강제추행을 하였던 내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범죄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투정을 부리고, 불만을 터트리다가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실형만은 면했으면 하고 빌곤 했습니다. 저는 사건 수임 당시 뿐만 아니라 사건을 진행하면서 성폭력특별법 적용을 받는 중대한 사건이라 여러 피해자들 중 일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합의를 하면서도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피고인의 범행 당시 정황이 아주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던 탓인지, 몇 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미결구금을 당하긴 했지만, 제1심 판결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형이었습니다. 저는 판결 선고 당시 법정에 출석했었는데 집행유예를 받은 후 얼굴이 밝아진 피고인을 보고 있자니 기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에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이제 정신차리고 이러한 범행을 다시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피고인의 경우는 자신이 강제추행한 직후 피해자를 쫓아가 사과를 하는 등 정신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고, 죄질이 많이 나쁘지는 않은 등 참작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과거에는 너무 양형이 낮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실제 범행을 한 것인지 사실관계가 의문인 사건들도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너무 쉽게 유죄로 인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단 성폭력 사건만이 아니라 판결 일반에서도 피해자의 응보 심리 충족과 실체진실 발견이란 양 측면 사이에서 마치 시소처럼 특정 시점에는 하나의 측면이 강조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견되면 다른 측면이 강조되어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평형상태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 대중은 신이나 성인이 아니다보니 항상 중용을 지키거나 모든 것을 고려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 내지는 응보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절차 및 실체법적 보장이 상호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 사건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보한 신뢰성있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적법하게 긍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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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관련 형사고소 사건의 어려움

얼마 전 1년 반 가까이 걸렸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 고소 대리 사건이 정식 공판 청구가 되었습니다. 고소 사건 상당수가 대부분 불기소처분으로 끝나곤 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고소인이 증거자료까지 다 수집해서 제출해주길 원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개소리로 밥상을 차려 떠먹여주기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은 민사 사건도 함께 진행된 경우였는데, 출판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출판계약이 해지된 후에도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고, 이에 권리를 침해받은 의뢰인이 형사고소를 원했기에 의뢰인과 제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을 제출한 끝에 기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피고인이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작물을 인쇄하고 유통시킨 업체들은 피고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려웠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계속 고소인인 제 의뢰인에게 증거를 찾아서 제출하라고 요구해서 곤혹스러웠습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일반인이 증거를 모두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우선 과중한 업무가 원인일 것입니다. 제가 사법연수생으로 검찰청에서 시보를 할 때도 처리해야 할 엄청나게 많은 사건 수에 깜짝 놀랐는데, 지금이라고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재산 관련 사건에서는 민법이나 지적재산권법 등 관련 법리를 충분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기관에서도 변호사가 고소장을 작성해서 관련 법리와 증거자료까지 정리해서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번 고소사건은 잘 마무리가 되어서 의뢰인이 저작권자로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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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 종료

지난 주에는 거의 2년 정도 걸렸던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을 마무리했습니다. 주택재개발 사업의 현금청산자였던 의뢰인들 10여명이 처음 의뢰했던 사건은 사업시행계획인가무효확인 사건이었는데, 이후 구청에서 인가한 관리처분계획에도 문제가 있어서 관리처분계획인가무효 사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사고소도 더불어 진행했습니다.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는 법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행정소송의 성격상 정책적인 부분도 일부 판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하자가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조합의 위법하고 태만한 업무 수행에 면죄부를 주는 부작용 또한 낳게 되고는 합니다.

조합 관련 행정소송 중 법원이 가장 증거와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하는 것은 조합설립과 관련한 하자와 관련한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이나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의 설립 과정에서도 조합설립동의율이 법정 기준을 1%도 안 되는 차이로 넘겼기 때문에 조합설립동의서들과 관련한 중요한 하자가 있으면 정비사업이 중단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의뢰인들과 함께 이 조합의 설립동의서 관련 중대한 하자들을 발견해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도 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행정소송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금청산자들이었던 의뢰인의 토지와 건물이 수용되면서 제가 의뢰인들의 명도소송과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까지 담당하였습니다. 명도소송 과정에서는 법리적으로 관련 행정소송 내용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주장하면서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특히 조합에서 의뢰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 소제기를 너무 조기에 하는 바람에 제가 이러한 소제기는 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항변을 했는데, 이러한 항변을 받아들여 한 명도사건에서는 조합의 청구를 명도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는 일부 사건에서는 이의재결을 하지 않고, 바로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을 한 것이었는데, 송달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제소기간을 제대로 준수하였는지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유사한 사건과 관련 법령의 법리들을 주장해 제소기간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권고결정을 받기도 했는데, 명확한 해석이 없어 일반적인 보상금 증액청구 사건처럼 감정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송들이 함께 진행되면서 2년여 되는 시간이 흘렀고, 길어진 법적 분쟁에 지친 일부 의뢰인들은 조합과 합의를 하고 작년 가을경 먼저 사건들을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합과 함께 마지막까지 다투던 의뢰인들 역시 이번 봄에 조합과 괜찮은 조건으로 합의를 하여 최종적으로 모든 사건들이 종료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조합에서 최종 합의서에 날인을 받아 의뢰인들에게 전달하면서 며칠 몸살을 앓으실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그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셨는지 대부분 며칠 누웠다가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저는 기존에 서울시에서 진행한 조합 업무와 관련해 실태점검을 5년 넘게 해왔는데, 이러한 경험이 관련 소송을 하면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소송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더욱 연구를 한 부분이 실태점검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조합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확실히 이론과 실무는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경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의뢰인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놨으니, 다시 편안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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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형사 사건 중 특정한 사람이 존재하는 형벌을 규정하는 법률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도 일반적으로는 해당 법률로 처벌받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국적에 따라 처벌되는 속인주의나, 범죄가 이루어진 국가의 형법이 적용되는 속지주의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를 이른바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로 표현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법리가 맞는 것인지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 형법이나 형사 특별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한 교육을 통해 그런 법률을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그런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는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경우를 구분해서 형사 규범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규범력의 누수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는 것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마찬가지인데, 외국인의 경우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 행위라서 타국에서는 죄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가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정의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경우에 외국인이라고 예외를 두기는 어렵겠지만, 최근에 맡은 마약류관리법위반 사건의 경우 외국인이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을 대한민국으로 반입했다가 형사처벌되고, 자칫 자신의 직업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한 현재 상황에서 사정이 달랐던 100년 전 형성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은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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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재개발 관련 지장물 감정평가

제가 구성원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부동산 관련 사건을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공동대표로 계신 대표 변호사님은 국내 첫번째 감정평가사 겸 변호사로 오랫동안 수용보상 관련해 많은 사건을 맡아 처리하시면서 선례가 되는 대법원 판례를 여러 건 만드시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부동산 관련한 사건들을 많이 담당하는데, 부동산 거래 관련한 사건, 재건축, 재개발 관련 사건, 건축 공사대금 관련 사건 등 다양합니다.

이런 사건들 중 재건축, 재개발 관련한 사건을 하다보면 조합을 대리하든, 현금청산자들을 대리하든 협의보상, 수용재결, 매도청구 관련하여 토지와 지장물에 관한 감정을 한 후 보상 가격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정평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어떤 경우는 주관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에 감정평가시 현장에서 감정 대상물의 현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건축, 재개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보상금 증액 관련 소송에서 지장물이 철거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협의보상단계, 수용 및 이의재결 단계에서 이미 지장물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금청산자들의 경우 해당 시점에는 감정평가와 관련한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행정소송 단계에서야 이른바 ‘무기대등원칙’에 따라 조합과 현금청산자들이 공평한 입장에서 다퉈볼 수 있게 되는데, 이미 지장물이 철거된 이후라면 제대로 된 권리주장을 해보기도 전에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 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갔었던 감정평가 현장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당일 현장 감정 대상이었던 지장물은 온전히 남아 있었지만,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의 지장물 중 일부가 철거된 것이 보였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 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인 것을 알면서도 다른 건물들보다 먼저 철거해야 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으로 정의를 달성한다는 것도 법정 안에서나 법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부분 역시 함께 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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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에 맡았던 사건 중 공사대금 미지급을 원인으로 한 채권가압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차일피일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공사 잔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의 제3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한 것이었는데, 1심에서 기각이 되었습니다.

당시 상대방 기업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제3자 명의로 이전하는 등 다른 자산이 없는 상태였는데, 보전처분을 엄격하게 판단한다는 최근 추세를 명목으로 가압류를 기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그 이전부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압류 신청이 기각되자 그러한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해당 채권가압류 사건에 대해서 항소를 하였습니다.

가압류 기각 결정에 항소한 후 공사 잔대금 지급을 구하는 본안 사건을 1년여 진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항소한 가압류 사건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우리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둘러 집행을 하고 보니, 원래 확보하려고 했던 1억 2천만원의 1/5에 불과한 2천여 만원만을 가압류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신청 당시에는 충분히 신청했던 금액 상당의 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1년 이상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제3채무자인 기업도 기성고에 따라 이미 대부분의 대금 지급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렇듯 실질적으로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의뢰인이 향후 본안에서 승소하고도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다면 누구를 상대로 하소연을 할 수 있을지 참 답답합니다.

비단 제가 맡았던 이런 유형의 사건 말고도 시간이 흐르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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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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