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수도에 의한 기업 지분 양수금 청구 사건

얼마 전에는 작년 말에 수임했었던 주식 양수도 사건 관련 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주주로부터 보유 지분을 양수하는 것인데, 이번에 맡았던 소송 사건은 동업해 회사를 설립했던 주주 겸 임원이 회사를 퇴사하면서 역시 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제 의뢰인에게 주식을 양수하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과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신은 상대방이 퇴사하면서 주식도 인수해달라고 하여 자신이 인수할 수 있는지 회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에게 회사의 가치평가를 해달라고 했던 것일 뿐 자신이 확정적으로 주식을 양수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막상 세무사가 평가한 회사의 지분 가치가 자신의 생각보다 많이 높았고, 개인적으로 그 정도 자금 여력이 없어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듣다 보니 작년에 1년 가까이 진행하다가 거래 막판에 틀어졌던 식품 회사의 인수합병 건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인수를 위해 대략적인 매매가액에 합의가 된 상태에서 회계와 법률 실사를 진행 중이었는데도 실사 과정에서 일부 우발 부채가 확인되고, 매도인이 매도 가액을 올리고, 원하는 매도 시점을 변경해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기업 지분을 양수도하는 경우 언제라도 가액을 비롯해 계약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뢰인의 얘기에 따르면 상대방은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평가를 해보자는 의뢰인의 말을 세무사가 평가한 가액으로 의뢰인이 양수하겠다는 확정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대방의 주장은 주식 양수도 실무와 전혀 맞지 않는 얘기일 뿐 아니라 인수할 주식 가액도 알지 못하고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라 판단되어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이후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은 의뢰인 주장대로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 평가를 맡긴 것만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는데, 제가 이에 대해 여러 증거를 들어 반박하자 처음에는 전혀 주장하지 않았던 전혀 엉뚱한 내용들을 공들여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제기한 소인 주식 양수도와는 별 관련이 없는 주장들을 남발하며 시간을 소모하다가 얼마 전 패소판결을 받은 후 항소하지 않아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준비서면에도 기재했지만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이처럼 무리한 소를 제기한 것은 아마도 퇴사한 후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제 의뢰인을 상대로 다소 억지를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의뢰인은 생전 처음 송사를 치르느라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데, 다행히 이제는 비록 열대야라도 편안한 밤을 보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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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약상 인세 미지급과 저작권, 상표권 위반 사건 승소

얼마 전에는 약 4년에 걸쳐 진행했던 민사사건과 관련 형사사건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영어교재 출판계약을 맺은 저자와 출판사 간 인세 미지급과 출판계약 해지 후 무단 인쇄로 인한 저작권, 상표권 침해가 핵심이었던 사건입니다. 제가 처음 사건을 의뢰받을 당시 의뢰인이 혼자서 진행했던 고소사건에서 이미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검찰의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이 나와 있던 터라 이후 사건 진행에 애를 좀 먹기도 했습니다.

의뢰인과 최초 상담을 할 때는 상대방인 출판사에게 미지급 인세 정도만 청구한 후 합의해서 마무리를 할 생각이었는데, 웬걸 출판사에서 갑자기 제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해서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됐습니다. 제가 맡았던 공사대금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자신이 줄 돈이 있는 경우 오히려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소송을 지연시키면서 돈도 적게 줄 수 있다는 법적 조언을 해주는 것이 트렌드인지…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그런 조언들을 받았더라도 그런 생각은 제가 맡은 사건들에서 모두 잘못된 것이었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제 의뢰인은 출판계약상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출판사는 선인세가 아니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후인세이고, 제 의뢰인이 이후 자신과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출판업자와 개정판을 내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형사고소 사건이 불기소가 되면서 민사소송 역시 시작은 좀 어렵게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출판사측은 자신이 원고이면서도 손해배상 관련 주장이나 입증을 하지 않고 계속 절차를 지연시키기만 했고, 1심 민사재판은 2년 가까이 끌다가 계약상 선인세 지급이 맞고, 계약 해지 역시 정당하지만 미지급 인세나 저작권을 위반해 무단으로 인쇄된 저작물에 대한 부당이득금 지급이나 손해배상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 내용 자체로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와 의뢰인은 항소를 하면서 사건 진행을 다시 검토해봤습니다.

고민을 한 결과 저는 의뢰인과 상의를 해서 기존 불기소 처분 대상이 아니었던 다른 무단 인쇄 사실들이 있으니 이에 대한 출판사의 저작권과 상표권 위반을 다시 형사고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새로운 증거들과 거래 업체의 관련자들 진술서를 수집해서 출판사와 출판사의 실질적 대표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 결과 마침내 출판사와 실질적 대표가 기소되어 벌금형과 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법원에서 저의 주장이 인정되자, 저는 얼른 민사 항소심 법원에 형사판결문을 제출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민사 항소심 법원에서는 더 심증 정도가 높은 형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자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우리가 주장했던 기존 미지급 인세 뿐 아니라 부당이득금 거의 전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초 사건 상담 이후 무려 4년이 넘게 걸린 사건이었고, 1심에서는 사실상 패소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이런 결론을 뒤집고 승소를 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승소 후 저를 만나 고맙다고 하는 의뢰인을 보면서 저 역시 마지막까지 저를 믿고 소송을 진행했던 의뢰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출판사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상고를 했다가, 얼마 지나 상고를 취하했는데, 이제 남은 쉽지 않은 문제는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이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출판사의 태도에 비춰보면 판결받은 금원을 얼마나 지급받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제 의뢰인의 저작물을 유통시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손해만 났다고 주장하는 뻔뻔함을 강하게 응징했다는 점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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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가배상청구 사건과 이중의 고난

얼마 전 저는 변호사로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 부끄럽기도 한 판결을 받았습니다. 처음 의뢰인과 사건에 대해 상담을 했던 것이 2015년이니 무려 5년 이상 진행했던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 의뢰인은 외국인인데 술집에서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지구대에 갔다가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면서 무리하게 팔을 꺾어서 어깨 관절을 수술해야 했기에 국가와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신체감정 신청을 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2번이나 담당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리저리 사건이 토스되다가 제 의뢰인이 휴대폰으로 경찰관들을 촬영하고,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체포와 수갑을 채운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났습니다. 제 의뢰인이 실제로 난동을 부렸는지는 오로지 제 의뢰인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었고, 제 의뢰인이 제출한 동영상은 무시되었을 뿐 아니라 경찰관들을 촬영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르면 위법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 의뢰인이 부상을 입은 후 고통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경찰관들이 제대로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은 아예 판결문에 주장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에 제 의뢰인과 저는 의논을 한 끝에 항소를 하기로 했는데 먼저 인권위원회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유에 대해 반박했고, 경찰관들이 제 의뢰인을 체포할 당시 경찰청 내부 규정과 형사소송법, 유엔인권규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다투기로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더 엄밀하게 사실관계를 살펴보았고, 우리가 석명을 요청한 내용에 대해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에게 자료 제출을 명하는 등 절차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1심보다 세심하게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항소심 판결 내용은 역시나 1심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즉, 항소심에서 다투었던 많은 주장들과 증거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생략한 채 단순히 부실했던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단순히 법령 위반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의 인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권 침해를 언급한 부분은 항소심에서 우리가 제출한 서면과 자료들 때문에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이러한 판결문을 받아보니 처음에는 제 안에서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나씩 판단하지 않고 모호하게 답변을 회피하면서 단지 1심의 부실하고 오류로 점철된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제 의뢰인도 계속 말했던 것이지만 설령 피의자라 하더라도 지구대에서 무리하게 강제력을 사용해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관절이 상할 정도로 부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이후 아무런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위법하지 않다는 것인지, 법원이 알고 있는 위법성 개념이 어떤 것인지 법원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판결문은 마치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사건에서 많은 주장을 하면서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해당 주장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춰 여러 주장과 증거들만으로는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이 위법하지는 않다며 주장과 증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회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항소심 판결 중 무엇이 잘못된 판단인지 구체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원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법리적으로 반박받을 수 있는 내용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국가배상청구사건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공권력행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솔직히 법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책적이거나 정치적인 측면까지 고려될 수 있어 인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제 의뢰인은 외국인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인 경찰관과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을 다투는 성격인 국가배상청구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에 의뢰인이 상담을 하러 왔을때부터 이러한 이중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을 하였고,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이런 무언의 압력을 느낀 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러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 사건을 계속 진행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15년 가까이 살았던 의뢰인이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로 부상을 입어 오른쪽 어깨에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어깨 수술비까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정의에 반하는 것이고, 제가 생업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사법시스템의 근간인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주한 결론은 제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판결문을 받아들고 자신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 갔다가 어깨에 부상을 입어 남은 삶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의뢰인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이런 판결을 받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와 함께 의논하고 증거자료를 준비하며, 서면 내용을 검토했던 의뢰인에게 참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기는 하는 것인지, 명색이 법치주의인 이런 사법시스템을 믿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가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항소심 판결문이 우리가 주장했던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판단을 회피하면서도,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저어했는지 인정해줄 의사도 없으면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의 근거가 된다고 추가한 것을 보면서 외국인의 기본권과 인권도 보호 영역으로 하는 우리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5년 넘는 기간 소송을 했는데도 요지부동인 법원의 태도로 인해 많이 지쳤는지 대법원에 대한 상고하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한 법원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사법부가 지키고자 하는 정의이고, 사법부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인지,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영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요즘 세상에 그런 달달한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이 사건은 깊어가는 밤에 저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화두를 하나 던져줬습니다. 경찰관이 제 의뢰인의 팔을 꺾자 제 의뢰인이 고통스러워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호소하는 동영상 속 모습이 앞으로도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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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공사대금 사건과 후련한 승소 판결

며칠 전에는 3년이 넘게 걸린 공사대금사건의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사건이었는데, 다행히 제 의뢰인이 원하던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원래 이 사건을 수임했을 때는 미지급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공사대금을 줘야 할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약간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원청회사의 주장은 제 의뢰인 회사가 부실공사를 해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고, 이러한 하자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하자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대금 중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한 제 의뢰인 회사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아야 하자보수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 수차례 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판결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소송의 전개는 일단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이에 제가 제 의뢰인 회사를 대리해서 하자 내용에 대해 다투면서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사대금 소송과 달리 이번 사건은 좀 특이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소송과정에서 상대방 원청회사는 재판을 계속 끌어야 공사대금을 늦게까지 안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이 원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해 놓고도 1년 반 가까이 자신의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공사대금의 최소한 3%에서 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은 하자보수에 소요되기 때문에 저희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상대방 원청회사는 계속 시간을 끌면서 증거자료도 내지 않고, 하자감정도 신청하지 않다가 1년 반 정도 지나 변론 종결을 할 시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감정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제가 맡고 있는 다른 성격의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제 의뢰인이 저작물의 인세 일부를 받지 못해 미지급 인세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제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더니 2년 동안 손해를 제대로 입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재판만 계속 끌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이렇게 채무자가 오히려 소를 제기해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 유행이라도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습니다.

또한 원청회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다보면 추가 공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원청회사는 추가 공사에 대해서 공사대금을 좀 낮춰서 주려고는 해도 하도급 업체가 추가 공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명백히 기존 계약 범위를 벗어나 공사를 한 것이 맞는데 원청회사는 제 의뢰인 회사에게 그런 추가공사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원도급회사의 진술을 통해 원청회사가 원도급회사로부터 제 의뢰인이 시공한 추가공사에 대한 대금을 추가로 지급받고도 제 의뢰인 회사에게 추가 공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진실이 명백히 드러날 것인데도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대놓고 법원을 속이려고 했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청회사는 재판이 불리해질 것 같자 스스로 하자보수를 했다면서 이런저런 증거들을 냈는데 많은 자료들이 일자나 내용이 모순되거나 관련이 없는 자료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제출한 자료들의 신빙성에 대해 제가 반박을 하자 제대로 답변은 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하자감정을 신청했는데, 그 감정신청 내용 역시 믿기가 어려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 끝에 결국 제 의뢰인은 추가공사대금을 포함하여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 전액을 인정받았던 반면, 상대방인 원청회사는 중간에 손해배상 청구액까지 증액하였으나 결국 청구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액의 20% 정도만을 인정받는 판결문을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상보다 너무 오랫동안 사건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했던 행태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거의 제 의뢰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나온 판결을 보면서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습니다. 제 의뢰인에게 전화를 하는 마음도 가벼웠고, 제 의뢰인 역시 판결 내용을 듣더니 목소리가 아주 밝아져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에서는 이렇게 속이 후련한 결과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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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고이율 원리금과 청구이의의 소 승소

지난 주에는 의뢰인의 채무부존재를 주장하여 진행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승소했습니다. IMF 이후 무너져내린 국가 경제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제 의뢰인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IMF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액대출과 신용카드론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었는데 개인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가라앉기 시작한 배를 다시 띄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출만기가 되었지만 상환을 하지 못하고 연체를 하게 되었는데, IMF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될 정도로 이자가 급등했었기 때문에 원금의 몇 배에 이르는 이자가 변제해야 할 원리금으로 쌓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제 의뢰인에게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리금을 받기 위해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했는데 제 의뢰인은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버느라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소장도 제대로 송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제 의뢰인은 자신의 채무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의뢰인에 대한 채권들은 채권추심업체들 사이를 돌고돌다가 마침내 자산관리공사가 제 의뢰인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제 의뢰인이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2018년과 올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는데, 이후 저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황을 보니 처음에는 기존에 판결과 지급명령도 받아 확정된 바 있고, 대출도 의뢰인이 빌린 것이 맞아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상담을 하면서 기존 진행 과정에 대해 의뢰인에게 묻다보니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의뢰인에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관련 소송기록을 다시 확인해보고 얘기해보자고 한 후 기존 사건 기록들과 판결문, 지급명령 등 내용을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가 맡았던 사건은 올해 제 의뢰인이 소제기했던 사건인데, 사실상 동일한 채무에 대해 의뢰인이 이미 2018년 소를 제기했었고, 그 사건의 판결선고가 얼마 남이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건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면 제가 맡은 사건도 불리해질 수 있어서 제가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선고 일주일 전 참고서면을 제출했는데, 다행히도 다 합쳐 5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무가 시효로 모두 소멸되었다는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전부 패소했는데도 승산이 없다고 보았는지 항소를 하지 않았고, 저는 기존 판결문을 진행 중인 사건에 제출하면서 동일한 논리의 준비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상대방은 여러 금융기관들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자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회신을 받지 못했고 마침내 지난 주 총 6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권들이 모두 시효 소멸되었으므로 이런 채권들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승소판결을 받고 의뢰인에게 연락을 하니 의뢰인이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IMF로 인한 고통이 20년이란 시간을 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판결문을 송달받으면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면서 제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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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고수익의 유혹과 유사수신행위

우리가 소위 피라미드 사기라고도 부르는,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어 투자금을 모집한 후 부당이득을 얻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기는 행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또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유사수신행위의 피해자를 대리해 손해배상소송을 하기도 했고, 유사수신행위의 피의자를 변호한 적도 있는데 그러한 구조를 떠받치는 바탕에는 인간의 탐욕이라는 요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폰지 사기(Ponzi scheme)이라고도 부르는 실제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인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미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구조는 보통은 투자 권유를 하면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보다 매우 큰 수익을, 제3자가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큰 수익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사업구조를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대리했던 손해배상청구 사건은 의뢰인이 종교 공동체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던 경우인데, 처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권유를 받고 소액을 투자했더니 실제로 몇달 많은 수익을 받게 되자 투자금액을 점점 늘렸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큰 손해를 본 사례였습니다. 자신의 기대보다 큰 수익을 받게 되자 욕심이 생겨 자신들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도 함께 투자를 하자고 하여 더 큰 손해가 난 경우였습니다.

당시 투자했던 사람들이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액만 수백억에 달한 사건이었는데, 결국 피라미드 조직의 핵심 간부들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자신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핵심 간부의 부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인데, 실제로는 그 부인도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습니다.

제 의뢰인은 쉽지 않은 소송이라는 설명에도 자신의 손해를 전보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길 원했기에 소를 제기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데다 손해와 인과관계, 이익을 누가 얻었는지 등 입증자료가 부족해 안타깝게도 결국 손해배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언론기사에서도 전국에 수천명 피해자들이 존재한다고 했고, 제 의뢰인 말로는 피해자들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증거로 설득해야 하는 재판에서는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 유사수신행위 사건을 하다보면, 유사수신행위 사건의 가해자는 때로는 그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어떤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자인양 행동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아닌 그 밑바탕에 있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출할 수 있는 증거도 별로 없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 판단이 오히려 진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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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소 사건

제가 변호사가 되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보고 싶었고, 실제로 다양한 사건들을 다뤄봤지만, 솔직히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 사건을 하게 되리라고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건 의뢰를 받기 전에는 제권판결과 관련된 내용이나 법적 절차도 상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제권판결이란 유가증권이 도난, 분실 등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의 판결로 그 증권의 효력을 무효화시키는 것인데, 제 의뢰인이 이전에 인수한 유가증권에 대해 발행인이 이전에 제권판결을 받았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발행인이 제 의뢰인의 채무자가 소지하게 된 해당 유가증권을 잃어버렸다면서 제권판결을 받았는데, 위 채무자는 제 의뢰인에게 돈을 차용하면서 위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가증권을 중간에 소지했다가 제 의뢰인의 채무자에게 배서해 양도한 사람을 찾아야 했는데, 그 사람의 행방이 묘연한데다 금융기관에서 개인정보라는 것을 이유로 인적사항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유가증권에 배서되어 있는 주소나 전화번호로도 배서인을 찾기가 힘들어 고민을 하다가 제가 전에 사법연수원 시보 시절 실무수습을 했던 금융감독원의 절차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는 일반 국민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원 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수습 당시 같이 근무했던 금융감독원 소속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했더니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민원 서류를 작성해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법원에서 절차를 진행했더니 은행에서 급하게 관련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일단 해당 정보를 받고 난 후 의뢰인과 의논하여 유가증권을 무단으로 양도했던 사람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법적인 문제가 있으니 해결을 위해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후 제 사무실로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한 사람은 유가증권을 양도했던 사람의 남편이었는데 자신의 아내가 과거 유가증권을 주워 양도했던 것이 맞다고 하면서 아내가 매우 두려워한다면서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했던 가족이 있던 아내가 유가증권을 우연히 주웠는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유가증권을 돈을 받고 넘겨 수술비를 마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아내는 언젠가는 그 유가증권과 관련해 자신을 찾아올 것을 알고 10년 넘게 불안해했다는 것인데 자신에게도 내용증명을 받고서야 울면서 얘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듣고 의뢰인과 상의해서 우리의 목적은 채무자로부터 받은 유가증권의 원리금을 받는 것이 목적이지 그 유가증권을 마음대로 처분한 사람을 형사처벌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리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준다면 더이상 과거의 일은 문제삼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남편이 해당 금원을 마련해와서 합의서를 작성하고, 결국 의뢰인 입장에서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재판도 종결시키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건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금융감독원의 민원 절차를 거쳐 생각보다 수월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가족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의 유가증권을 함부로 양도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로 인해 10년 넘는 시간을 불안에 떨며 살았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고, 내용증명을 받자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래도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상황 때문에 한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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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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