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가득한 몽골여행 2

칭기즈칸 공항을 나오면서 베이징 호텔 룸메이트에게 숙소를 예약했는지 물어봤더니, 자신은 며칠간 예약을 해서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게도 예약을 안 했으면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공항 보안검색대를 지나 나오는 순간, 저 앞에 기존에 제가 전날 밤 예약을 했던 숙소 이름이 든 피켓을 든 가이드가 보였습니다. 저는 얼른 그 가이드에게 다가가서 혹시 어제 밤에 숙소 예약을 했다가 오늘 아침 푸르공을 타고 출발한 한국인 여행객들을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한국인 여행객들이 종종 있는데, 어제 한국인 중 도착하지 않은 여행객이 있었다고 말하길래 그게 바로 저라고 말했습니다. 말이 좀 통하는 것 같아 그럼 다른 일행들은 이미 출발한 것인지 물어보니 자신은 그런 것은 잘 모르고, 정확한 것은 숙소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베이징 호텔 룸메이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몽골 가이드를 따라서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에 가면서 가이드와 얘기를 해보니 일정대로라면 일행들은 이미 울란바토르에서 최소 40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이드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내가 내일 먼저 출발한 일행들을 쫓아가야 하는데, 당신이 나를 데려다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이드는 마침 내가 내일 비번이긴 한데, 나를 데려다 주려면 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차를 빌려주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전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럼 숙소 사무실에 가서 사장님과 한번 얘기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사무실을 찾아가니 투어 담당자가 있길래 제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 먼저 출발한 일행을 쫓아가기 위해 차를 빌려 가이드와 함께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차량 렌트 비용과 유류비를 지급하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일당을 포함한 총 비용을 알려달라고 하니, 300 US 달러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6박 7일 동안 투어를 하는 비용 중 제가 부담할 비용이 270 US 달러였는데, 반나절 동안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주고 일행을 찾아가야 한다니 좀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일행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딱 감고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가이드는 예상 못한 추가 수입이 생겨 기분이 좋아졌는지, 저에게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하면서 별도 숙박비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단 가이드의 집에 도착한 후 일행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비행기가 2번 회항을 했고, 이제야 겨우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답변이 없다가 약간 시간이 지나자 자신들은 이미 출발을 했고, 오늘 엘센타사르하이에서 낙타를 탔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연락이 되어서 다행이고, 내일 차를 수배해 일행들을 쫓아갈 예정인데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랬더니 일행들은 다음날 옛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하르호린(카라코룸)으로 가는데 오후 2시 정도까지는 그 곳에 있을테니 그때까지 오면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일단 최선을 다해 그 시간까지 가겠다고 글을 올린 후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가이드와 함께 서둘러 차를 타고 몽골의 유일한 고속도로를 따라 울란바토르에서 하르호린까지 길을 떠났습니다. 고속도로라고는 하지만 왕복 2차선에 계절간 온도차와 일교차가 큰 탓인지 곳곳에 포트홀이 많이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이드를 재촉해 아침 7시 좀 넘어서부터 계속 차를 달려 2시 조금 넘어 겨우 하르호린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일행들이 기다리기로 약속한 2시가 넘어서 다시 일행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걱정이 되었는데, 하르호린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일행을 찾다보니 저 멀리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뛸 듯이 기뻐서 일행들에게 다가가니, 다행히 일행들도 원래 일정보다 좀 늦어져서 하르호린에 천천히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행을 찾았다는 기쁨에 얼른 가이드에게 돌아와 드디어 일행을 찾았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차에 실었던 짐을 챙겨 일행이 있는 푸르공으로 갔습니다.

구소련 시대 소련군에서 사용하던 지프의 일종인 푸르공

푸르공은 제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공간이 넓은 편이었는데, 6명이 뒷좌석에서 앉아 가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일단 푸르공에 타서 일행들과 인사를 한 후 제가 어떻게 거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얘기를 해줬더니 다들 놀라면서 비행기가 2번 회항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놀랄 만한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저도 일행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약간 당황한 것이 있었는데, 전날 일행들이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저를 기다릴 때 제가 탄 비행기가 아예 베이징 공항에서 출발을 하지 않았다고 푸르공을 함께 타고 여행하던 투어 가이드가 설명을 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어 가이드의 얘기를 듣고 일행들은 제가 왜 오지도 않을 거면서 공항에서 기다리게 했냐고 기분이 상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엘센타사르하이에 도착해 숙박을 하는데 제가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리니 진짜 울란바토르에 온 것이 맞는지 의심까지 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투어 가이드가 뭔가 잘못 들은 것 같다고 말한 후, 속으로는 혹시 안 왔으면 일행들에게 배신자 내지는 거짓말쟁이가 될 뻔 했다는 생각에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행들을 쫓아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마침내 일행들을 찾아 함께 하르호린을 출발해 다음 목적지인 오르혼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오르혼 계곡은 몽골에서도 물과 나무가 풍부한 곳이라 몽골 사람들에게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었습니다. 오르혼 계곡으로 가는 동안 일행들과 얘기를 하면서 더 친밀해진 저는 일행들과 함께 오르혼 계곡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편안해진 마음 탓인지 풍경들이 너무 멋져 사진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는 오르혼 계곡 옆 숙소에 도착해 처음으로 게르에서 짐을 풀게 되었습니다. 게르는 작으면 3인이, 큰 경우는 6인이 같이 사용했는데, 남녀 따로 구분을 하지는 않고 각자 침대를 만들어 자는 것이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르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물티슈로 세수를 한 후 주변을 돌아보니 보이는 곳마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지각을 하면서 투어 일정이 틀어지고, 투어 가이드가 전달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약간은 서먹했던 일행들과의 첫 날 밤은 게르에서 다함께 술을 진하게 한 잔 하면서 다 풀렸습니다. 출발하기 전에도 이미 만난 적이 있지만, 다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라 성격도 좋고 술도 잘 마시는 편이라 여행이 즐거울 것 같다는 은근한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몽골 대자연 속에서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에는 푸른 하늘 아래 가축들을 방목하는 평원을 돌아다녔습니다.

오르혼 계곡은 몽골 전체에서도 드물게 수량이 풍부한 강이 흐르는 곳이라는데, 그 말대로 강을 따라 흐르는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면서 무지개를 만드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너무나 평온하면서도 아름다운 강변과 계곡의 모습에 스마트폰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르혼 계곡이 신성한 곳이라는 설명은 투어 가이드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 계곡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의 제사장 같은 샤먼이 성소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성소에는 하얀 돌들이 놓여 있었는데, 마치 하얀 돌들이 몽골 지도를 그려놓은 것처럼 놓여 있어서 더 신성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르혼 계곡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고, 아침식사를 한 우리 일행은 다시 짐을 챙겨 푸르공에 올라타 노천 온천으로 유명한 쳉헤르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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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가득한 몽골여행 1

몽골은 여행 매니아들 사이에서 비록 남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들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입니다. 넓은 국토, 여행할 수 있는 기간 제한, 혼자 여행하기가 어렵고 보통 4인 이상 팀으로 푸르공이라는 구소련제 지프와 운전기사 및 가이드까지 함께 구해서 여행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물로 씻기도 어렵고, 좁은 차안에서 최소한 일주일 이상을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성격이 잘 맞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라 고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수원에 있을 때부터 몽골여행을 한 번 가고 싶어서 몽골여행 동행자를 여행 카페에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2015년 봄부터 동행자를 구하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계획한 몽골여행은 최소한 열흘 이상이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여행을 할 동행자들이 필요했는데 마침 2주 가까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동행자들이 글을 올린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글에 댓글을 달고 기다렸더니 몽골여행에 합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추가로 댓글을 달아서 드디어 몽골여행 팀을 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행 출발 전 오프라인으로 2회 정도 만나 여행 준비를 분담하고, 미리 숙소, 자동차 등 예약과 계약금 송금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몽골 숙소와 여행사는 해외계좌 이체가 아니라 웨스턴 유니언을 통해 직접 송금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처음으로 웨스턴 유니언을 이용해보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직업도 제각각인 몽골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각자 일정도 다르고, 몽골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각자 일정에 맞춰 몽골 울란바토르 숙소에 도착해 특정 시각에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재판 일정과 법인 설립 일정이 있어 여행 출발 전날까지 몽골 숙소에 도착해 다른 일행들과 몽골 울란바토르 구경을 하고 출발하기로 계획을 했습니다. 마침 중국 베이징을 거쳐 몽골로 가는 중국 K항공사가 있길래 베이징에 들러 하루 정도 베이징을 둘러보고 유명한 베이징덕도 먹어볼 기회라는 생각에 얼른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이후 제게 생각지도 못한 고난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당시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리저리 바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몽골여행에 대한 기대로 밤잠을 설치던 시간이 흘러 마침내 항공기를 타고 출발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할 당시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세게 불어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항공기는 별 문제없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베이징 공항에서 경유 수속을 밟은 후 시간이 좀 남아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면서 배터리 충전을 하고, 책을 읽는 등 여유를 즐기다가 베이징에서 몽골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러 탑승구로 갔습니다.

베이징에서 울란바토르까지는 국제선이긴 하지만 거리가 짧아서인지 탑승구에서 기다리는 이동용 차량을 타고 도착한 곳에는 작은 항공기가 한 대 서 있었습니다. 항공기를 보고 중국과 몽골이 바로 옆 나라인데도 교류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탔는데, 막상 항공기에는 서양인들이 상당수라 저처럼 몽골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으로 보였습니다. 비행시간이 편도로 2시간 남짓이어서 몽골에 도착하면 숙소에서 마중나올 사람과 울란바토르의 명소에 대해 찾아보니 어느덧 울란바토르 칭기즈찬 공항이 보였습니다.

제가 탄 항공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길래 이제 착륙을 하려나보다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활주로 가까이 갔다가 다시 고도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와서 울란바토르 공항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착륙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안전벨트를 잘 매고 대기하라고 하였습니다. 이윽고 항공기가 울란바토르 공항을 중심으로 30분 정도 4, 5바퀴 선회를 하더니 갑자기 울란바토르를 뒤로 하고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 있는데, 잠시 후 안내 방송이 나오길 기상 상황이 호전되지를 않아서 착륙이 어렵기에 일단 베이징 공항으로 회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도착하는 날 저녁에 일행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회항을 하게 되면 일행들에게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베이징으로 돌아가면 공항이나 숙소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후 연락을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세기는 했지만 큰 문제없이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임시 입국증을 발급받아 항공사에서 배정해 준 공항 인근의 호텔로 이동을 했습니다. 항공사에서는 다음날 새벽에 다시 몽골로 가는 일정이 예약되었다고 안내를 해줘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온 여행객과 호텔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배도 고프고 베이징에서 어차피 하루 묵게 된 김에 근처 식당에 가서 훠궈를 먹기로 했습니다. 함께 간 독일인을 고려해 홍탕이 아닌 덜 매운 백탕을 선택했고, 청경채 볶음을 함께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예상치 않게 포식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몽골에 이미 도착해 있던 일행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제가 단체 카톡방에서 기상 문제로 회항을 해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고 하니 다음날 한국에서 몽골로 가는 일행들은 자신의 비행기도 연착할까 걱정하고, 이미 몽골에 있던 일행들은 제가 다음날 오후에 도착하는 것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해 제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서 저를 태워서 여행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룸메이트와 함께 항공사가 제공한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수속을 하고 항공기를 타고 보니, 제 독일인 룸메이트 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어제 항공기에 타고 있었던 승객들이라 반갑기도 했습니다. 다시 제가 탄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시간이 흘러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이 보이자 이번에는 착륙을 하겠지 하면서 다소 숨을 죽이고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탄 항공기 전에 다른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 보여서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항공기가 머리를 숙여 하강하면서 칭기즈칸 공항 활주로를 향해 내려가 2, 3미터 고도에 다다르고 착륙할 것 같았는데, 웬일인지 갑자기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상승한 항공기가 공항을 한 바퀴 도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시 고도를 높여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일어나 승무원에게 가서 왜 돌아가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기상 상황이 안 좋아서 다시 돌아간다고 대답을 하길래, 다른 항공기들은 착륙을 하고 있는데 왜 이 항공기만 착륙을 못 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승무원은 제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하면서 계속 기상 상황이 안 좋아서 착륙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만 반복했습니다. 이에 제가 어제 비행기가 회항을 해서 지금 일행이 공항에 와서 나를 태워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항의를 했더니 여전히 기상 얘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승무원에게 항의를 한 후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잠시 후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서 안전을 위해 다시 베이징 공항으로 회항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내방송이 끝나자 항공기 안에서는 탄식 소리와 항의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기장이 회항을 한다는데 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일행에게 너무 미안했고, 일행이 울란바토르를 떠나면 몽골 대평원에서는 전화나 인터넷도 잘 안 되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야 했습니다.

베이징 공항으로 돌아온 후 항공사에서는 다음 비행시간이 언제 확정될지 모르니 공항에서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공지를 했는데, 일부 승객들은 항공기로 가기 어려우면 기차나 자동차를 이용해 몽골에 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그 얘기를 듣고 정보를 찾아 보니 기차는 이미 오전에 출발을 해서 탈 수가 없었고, 자동차는 국경을 넘어 도착하는데 16시간 이상이 걸린다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룸메이트를 비롯한 일부 승객들은 매해 여름마다 몽골에서 열리는 승마 마라톤 경기에 참여할 목적으로 가는 것이라 마음이 더 급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일단 일행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항 라운지에 가서 와이파이로 카톡방에 비행기가 다시 회항을 했다는 황당한 사정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일행들은 울란바토르를 벗어났는지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어 차라리 그냥 귀국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다함께 짜면서 서로 믿고 준비를 했는데, 이제 제가 가지 않으면 그런 신뢰를 저버리는 셈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만일 제가 가지 않으면 다른 일행들이 여행경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찌 되었든 몽골로 가서 일행들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조바심을 낸다고 갑자기 해결할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일단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항공사에서 다시 출발할 시간을 공지하길 기다렸습니다.

몇 시간 후 항공사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공지를 하기에 공항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이 다들 모여들었습니다. 저는 기상 상황도 문제지만 비행기가 너무 작고 낡아서 다른 항공기들은 착륙을 하는데도 우리만 다시 회항한 것이 아닌가 해서 이번에 갈 때는 더 큰 다른 항공기를 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공항 게이트에서 셔틀을 타고 비행기에 도착하니 또 같은 비행기여서 3번째 회항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일단 항공기가 베이징 공항을 떠난 후 항공기 내부를 봤더니 거의 2/3 이상의 승객들이 이미 같은 항공기를 타고 울란바토르에 갔다가 함께 회항한 승객들이라 얼굴들이 눈에 익었습니다.

드디어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저를 포함한 승객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기장의 안내 방송과 함께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하자 입 안의 침이 마르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활주로가 보이고 항공기의 바퀴가 내려간 후 10미터, 5미터, 2미터 지상을 향해 항공기가 내려가다가 마침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습니다. 이어서 항공기의 속도가 줄어들자, 항공기 내부는 박수를 치고 기쁨에 차 환호성을 지르는 승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이틀에 걸쳐 2번이나 회항한 끝에 마침내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먼저 투어를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일행들을 어떻게 찾느냐 하는 막막한 과제가 저에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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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2

전날 래프팅과 시내 관광으로 좀 피곤했는지, 다음날에는 가족들이 다들 편히 쉬기로 했습니다. 저도 오전에는 정원 한 구석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었는데, 점심때가 되니 점점 더워졌습니다. 그래서 객실로 돌아와 수영복을 챙겨들고 리조트의 야외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야외 수영장에서는 바다가 잘 보였는데 수영장에 들어가서 바다에서 파도가 치고, 멀리 구름이 떠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수영장에서 나와 샤워를 한 후 객실로 가는 길에 보니 도마뱀 한 마리가 보행로 아래 물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에 봤던 도마뱀인가 해서 잠시 도마뱀을 보고 있는데, 슬슬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도마뱀이 기둥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쪽으로 가는 것인가 싶었는데, 새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도마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휴가를 왔지만, 여기 사는 새와 도마뱀에게는 순간순간 생존의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각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는 미리 예약을 한 리조트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이 전반적으로 좋긴 했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태국의 유명한 게요리인 뿌빳뽕커리였습니다. 게와 커리로 만드는 이 음식은 보통 게살 뿐만 아니라 게 껍질 자체도 다 함께 씹어 먹습니다. 그래서 이 요리에 사용하는 게는 원래 껍질이 부드러운 소프트쉘 게를 사용해야 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레스토랑에서는 껍질이 딱딱한 일반 게를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씹어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치아가 아프고 나중이 되니 잘못하면 치아가 다 부러질 거 같아서 결국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데, 막상 그 당시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열심히 그 게껍질을 붙들고 먹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리조트 공연팀에서 공연을 한다고 의상을 입고 준비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잠시 산책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공연은 횃불을 든 공연자가 횃불을 돌리면서 무대 주변을 도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후 입으로 불이 뿜거나 불이 붙은 후프 안을 통과하는 등 서커스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발리의 전통 문화를 보여줬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1시간 정도 공연을 본 후 다들 피곤했는지 다들 일찍 객실로 돌아가서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발리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던 다음날 오전은 날씨가 좋아 가족들이 모두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모여 앉아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잠시 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청솔모 한 마리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노리고 다가왔습니다. 코를 킁킁대면서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우스워 지켜보고 있던 가족들이 함께 웃었습니다.

발리에서는 하얀 꽃잎에 노란 술이 보이는 꽃들이 달린 나무가 많았는데, 땅에 딸어진 꽃향을 맡아보면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꽃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프란지파니’라는 꽃이었는데,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저는 길을 가다가 떨어진 프란지파니 꽃잎을 몇개 주워서 향을 맡아 보기도 하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프란지파니 오일이 있길래 하나 골랐는데 프란지파니 오일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귀한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습니다. 그래도 안 샀다가 나중에 후회할까봐 사가지고 귀국해서 디퓨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리조트에서 마시고 싶은 음료수들과 간식들을 챙겨 먹으면서 리조트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부모님도 계시고, 업무로 지친 몸을 쉬고 싶었기에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리조트 내에서 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 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면서 따로 계획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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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1

한 때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나왔던 인도네시아 발리. 신혼여행이나 개인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던 여행지입니다. 더불어 가족들이 함께 가서 쉬기에도 좋은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맡아서 관리해주는 자체 프로그램이 있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클럽메드 리조트도 있는데, 제 조카를 맡기고 푹 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부모님과 누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습니다.

리조트와 항공권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구매했더니 발리 공항에 도착하자 리조트로 가는 버스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약간은 긴 비행시간에 지쳐서 버스에 얼른 몸을 싣고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잠시 졸았나 싶었는데 리조트에 도착해서 가족들이 머물 방을 안내받았습니다. 부모님, 누나 부부, 저와 제 남자 조카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리조트 상품에 식사와 음료, 주류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당은 뷔페식과 예약이 필요한 레스토랑들이 있었는데, 첫날이라 예약을 하지는 못해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기내식을 먹어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음식이 기대보다 다양하고 맛도 괜찮아서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배가 부르니 소화를 시키고 싶어 리조트 내부를 산책 겸 한번 둘러본 후 다음날 일정을 정한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가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러 가는데 식당으로 가는 데크 다리 아래쪽에 도마뱀 한 마리가 느긋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 천장과 벽에도 작은 도마뱀들이 붙어서 걸어다니는 걸 본 터라 잠자는 동안 달려들지나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마뱀도 아침 햇살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저도 휴양지에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전날 계획한 것처럼 리조트 안에 있는 다양한 체육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클럽메드는 전세계에 많은 리조트가 있는데, 각 리조트마다 특색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이 달랐습니다. 발리 리조트에는 리조트 내에 양궁,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버지, 매형이 한 팀, 저와 조카가 한 팀으로 양궁 경기를 하기도 하고, 짧은 Par 3 9홀 골프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가족들이 그렇게 함께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 생각해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더운 낮에 계속 운동을 해서 땀이 좀 나서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장소에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박주스와 망고주스를 마시면서 그곳에서 좀 쉬다가 숙소로 가보니 누나와 어머니는 낮잠을 자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누나와 다음날 계획인 래프팅, 원숭이 사원 방문에 대해 의논을 한 후 제 방에 가서 쉬다가 매형과 함께 주변 마트에서 장을 봐오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구글지도에 의지해서 리조트 인근 쇼핑몰에 다녀오면서 괜찮은 식당이나 마사지샵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발리의 마트에 가서도 제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을 파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망고스틴 철이 아니라 마트에 들어오는 양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침에 들어오자마자 모두 판매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쉽지만 물, 맥주 등 음료와 다른 과일, 과자 등 안주와 다른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리조트로 돌아가는데, 마침 깔끔한 마사지샵이 보이길래 가격을 알아보고 명함도 하나 챙겨서 돌아갔습니다. 리조트에 돌아가서는 가족들이 모여서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래프팅과 시내 관광을 기대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발리에 가기 전에 가족들이 다같이 여행을 가니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하나 정도 해보자고 했는데, 부모님이 마침 래프팅을 해보신 적이 없어서 래프팅을 골랐습니다. 리조트에서 출발하여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래프팅을 할 수 있는 여행사에 가자고 하니, 자신이 아는 곳을 소개해준다길래 그 여행사로 갔더니 제가 알아본 가격보다 한참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누나와 상의해서 너무 비싸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흥정을 해서 다소 가격을 할인받았습니다. 원래 그 가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도 함께 돌아다니다보니 다른 여행사를 다시 찾아보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에 결국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만 그 여행사에서 래프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가이드가 나눠주는 구명조끼와 노를 들고 차를 탄 후 강 상류로 이동해서 계곡을 내려가는데 땡볕에 예상보다 많이 걷게 되어서 부모님이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버지는 당시 폐가 안 좋으셔서 호흡이 가쁜 편이라 등산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일부러 가족들이 천천히 걷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강가에 도착해 보트를 타자 다들 즐겁게 급류를 즐기면서 래프팅을 했고, 항상 그렇듯 다른 보트와 물 튀기기 놀이도 하면서 순식간에 하류에 도달했습니다. 부모님은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고 얘기하셔서 준비했던 저도 기분이 좋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리 시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발리 시내에서는 원숭이 사원을 가기로 했는데, 들어가는 길에 주의 표지판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의사항은 원숭이들이 물건을 훔쳐갈 수 있으니 먹을 것이나 모자, 안경 등 물건을 잘 간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원숭이 하나에게 먹을 것을 주면 다른 원숭이들도 달려들 수 있어 조심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웃긴 것이 그 표지판 옆에서는 원숭이들에게 주라면서 바나나를 팔고 있었습니다. 주라는 건지 주지 말라는 건지…

가족들이 일단 사원 안 쪽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뒤를 돌아봤더니, 제 조카가 바나나를 들고 가는데 큰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제 조카한테서 바나나를 빼앗아가려고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조카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여서 겁에 질려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른 조카에게 달려가서 일단 조카가 들고 있는 바나나를 달라고 해서 제가 들고, 조카는 누나에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바나나를 한번 본 원숭이는 쉽게 포기를 하지 않고 계속 따라왔는데 제가 쉽사리 주지 않으면서 눈싸움을 하니, 이번에는 제 바지를 잡고 늘어지면서 바나나를 달라고 시위를 했습니다. 가만보니 덩치도 상당히 커서 두목 원숭이 같았는데, 손톱이 날카로워서 제 바지를 잡고 늘어지니 바지에 구멍이 뚫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바나나를 한번에 주지는 않고, 조그맣게 잘라서 몇 번 준 후 나머지 바나나를 풀숲으로 던졌더니 두목 원숭이는 몰려드는 다른 원숭이들을 물리치고 바나나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니 제 매형한테도 원숭이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ㅎㅎ

두목 원숭이를 뒤로 하고 원숭이 사원 내부를 둘러보니 관광객한테서 얻었는지 공을 가지고 노는 원숭이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특이하게 힌두교를 믿는 발리섬이라 그런지 원숭이 사원 내부에는 여기 저기 힌두교를 상징하는 문양들과 조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원숭이 커플이 나란히 다리 난간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더 안 쪽으로 가보니 원숭이 가족들이 사원 담장 위에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는데, 서로 꼭 끌어안고 있기도 하고, 털을 골라주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원숭이들도 사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원숭이 사원을 나와서는 시내를 둘러보고 간단히 쇼핑을 한 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 돌아가서는 옷을 갈아입고, 하루 전 알아본 마사지샵에 가서 래프팅으로 지친 몸을 풀었습니다. 아버지, 매형, 저와 조카가 같은 방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오일 마사지를 택했더니 손바닥만한 팬티 하나를 주고는 그걸로 갈아입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해서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통적인 마사지를 받고, 오일까지 발라주니 낮의 뜨거운 햇빛에 시달린 피부가 좀 회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사지를 받아서 노곤해진 상태로 숙소로 돌아갔더니, 가족들 모두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해서 발리에서의 세번째 하루가 서둘러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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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유산 여행 2

비를 맞아 지친 몸을 좀 쉬고 난 후 다시 경주의 야경을 보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첫날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택시에서 숙소 가까운 곳에 고분군이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운 낮보다는 서늘해진 저녁에 고분들 사이를 거닐고 싶었습니다. 천천히 걸어 가보니 대릉원이라 표지판이 있고, 조명을 받은 고분들이 조용히 낮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에 비친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이 손으로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이미 어두워서 그런지 산책나온 사람들도 거의 없어 저는 천천히 고분들 사이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복잡한 머리도 식혔습니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에 대릉원을 한가로이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근처에 있는 분황사를 찾아갔습니다. 분황사는 황룡사지 옆에 있는 사찰로 현재는 아주 큰 규모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상당한 규모였다고 하는데, 모전석탑이 유명합니다. 분황사에 가보니 모전석탑이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래되었는데도 전체적인 전탑 양식과 금강역사상이 어우러져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모전석탑을 한참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좋아하는 목어가 있었습니다. 사찰마다 운판이나 목어, 종이 있는데 그 문양이나 모양이 제각각이라 자세히 보다 보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나 분황사 목어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그 모습이 심해에 사는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눈이 툭 튀어 나오고, 등지느러미도 뾰족한 것이 마치 현대미술작품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분황사를 마지막으로 경주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살펴보는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간만에 여유있게 구경을 하고, 잠도 푹 자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에 이후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법률지원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쉬어야 할 때는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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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유산 여행 1

한국 사회에서 2014년은 앞으로 오랫동안 세월호 사건으로 기억될 해일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관여하면서 바쁘게 지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구성한 세월호 법률지원단에 참여해 세월호 사건 관련 증거보전을 위한 재판에 함께 했고, 충북 오창에 있는 M사에서 이루어진 세월호 CCTV 복원 작업을 위해 서울과 오창을 많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또 더운 한여름에 종종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대한 지원을 하느라 좀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를 길게 가지는 못 해도 잠시 바람을 쐬고, 휴식을 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즐겨 읽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경주에 있는 불국사, 남산, 석굴암, 안압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되면 경주의 문화유산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번이 혼자서 국내여행을 할 만한 기회라 얼른 경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예약을 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숙소를 찾아 짐을 푼 후 조용히 주변 지역을 돌아봤습니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숙소가 좀 낡아서 그런지 숙박객이 많지는 않았는데, 냉방시설이나 침대는 잘 갖춰져 있어서 오히려 푹 쉬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천천히 나가서 불국사를 둘러봤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어렸을 때 갔던 불국사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석가탑은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가건물로 석가탑 전체를 둘러싸고 석재들을 옮겨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잠시 다보탑과 불당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나오셔서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장단과 웅장한 소리에 취해 넋놓고 법고 소리를 듣다가 주변이 점점 어두워져서 서둘러 불국사를 나왔습니다.

불국사를 나와서는 안압지로 향했습니다. 밤에 조명을 받은 안압지가 멋지다고 해서 어두운 내천을 따라 가는데,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어둠 속 저 멀리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니 안압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밤이라 그런지 안압지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았는데,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멋드러지게 조명을 받은 모습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안압지에서 야경을 즐기다 경주 황남빵을 하나 사들고 숙소로 걸어갔습니다. 조용한 거리를 혼자 걷다가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다음날 경주 남산 등산을 위하 딱 한잔만 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늘이 꾸물꾸물하니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좀 불안해서 우산을 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삼릉숲을 거쳐 남산을 올라가다 보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온 것처럼 곳곳에 불상과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신기해서 계곡 곳곳을 둘러보며 올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남산을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어느 순간 폭우로 바뀌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비에 산길을 재촉하는데 나중에는 길에도 물이 넘치고, 어디가 어디인지 정확히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바람이 쳐서 우산을 썼는데도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처럼 속옷까지 완전히 다 젖었습니다. 급해지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어차피 다 젖었으니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늦추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니 길을 잃지는 않아서 원래 계획했던 하산길로 안전하게 내려갔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칠불암 마애석불을 찾아 가다 보니 다행히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혼자 산행을 하다보니 좀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정표가 보이니 마음이 안정되고, 힘이 났습니다. 쫄딱 비에 젖은 상태로 칠불암에 도착하니 감사하게도 스님 한 분이 암자에 들어와서 차 한잔을 마시고 가라고 권해주셨습니다. 스님이 타주시는 따뜻한 율무차 한 잔에 있던 몸이 녹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칠불암은 비구니 암자였는데, 저 이후에도 다른 등산객들이 암자에 와서 같이 율무차를 마시면서 어떻게 남산에 오게 됐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늦은 오후라 스님이 공양을 준비하시다가 식사를 못 했으면 같이 하자고 하시기에 몇 번 거절하다가 염치없게 밥 한끼를 얻어 먹게 되었습니다. 따뜻하게 밥 한공기를 먹고 나니 몸도 따뜻해지고, 다시 힘이 났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 한 후 빗줄기도 다소 약해졌기에 다시 칠불암을 나서 옆에 있는 국보 마애석물을 보러 갔습니다. 마애석불이 좀 전에 지쳐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나가더니 이제는 다시 힘이 나냐고 눈빛으로 묻는 듯 했습니다.

마애석불을 지나 하산을 하다보니 염불사지와 잘생긴 염불사 삼층석탑이 보였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비가 더 오다말다 했는데, 그래도 산 정상에서 쏟아지던 비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큰 길을 찾아나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니 피곤했는지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잠이 쏟아져서 한숨 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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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친구와 태국 여행

제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후 한동안 바쁘게 지내다가 변호사들에게 비수기라는 약간 한가한 동절기가 되자 잠시 바람을 쐬러 해외로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대학 친구에게 해외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면서 당시 사정을 고려해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 동남아시아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 대학 친구는 군대를 제대한 후 함께 국내 여행을 했던 친구인데, 마침 이 친구도 회계사로 회계법인에 있다가 사내 회계직원으로 이직한 후 전보다 여유가 좀 있어서 같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태국에 가서는 배낭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방콕 카오산 로드를 들러 약간 거리가 있는 아유타야라는 시암왕국의 이전 수도를 다녀오는 것이 전체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저나 제 친구나 역사나 건축물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이었고, 또 이제는 대학생이 아니니 너무 빡빡하게 다니기보다는 쉬엄쉬엄 맛있는 것들도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서 차를 타고 호텔 앞에 도착해보니 빨간 셔츠 시위대가 대로에 텐트까지 치고 도심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약간 걱정은 되었는데, 막상 제가 도착하기 전 날에는 폭발물 사건까지 있었다고 하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호텔은 중심대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라 다행이란 생각으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어 놓은 후 친구와 함께 주변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저는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열대 과일 중에서 망고스틴을 아주 좋아해서,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가면 꼭 사먹고는 합니다. 망고스틴은 제철이 있어서 어떤 때는 열심히 찾아다녀도 전혀 먹지 못한 적도 종종 있어서 일단 마트에 가자마자 망고스틴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망고스틴은 없고 망고나 다른 열대 과일들만 있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큰 망고들을 골라 담은 후 가만히 보니 말린 두리안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두리안은 냄새가 심해서 고급 호텔에서는 생두리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말린 두리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써 있어서 한번 사봤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친구와 맥주를 한잔 하면서 사온 말린 두리안을 먹었는데, 예상보다도 맛이 좋고 냄새도 안 나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친구와 다음날 카오산 로드 여행 일정을 정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이 힘들었는지, 맥주 탓인지 푹 잠을 잘 잤습니다. 다음날 친구는 자신이 전에 배를 타고 카오산 로드를 가봤다고 앞장을 서서 카오산 로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기에 저는 천천히 따라만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수박주스와 팟타이를 사먹기도 하고, 발마사지도 받으면서 여유를 즐겼습니다. 저녁에는 방콕에서 유명한 루프탑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서늘해진 바람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날은 드디어 처음 가보는 아유타야로 가는 날이어서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해서 아유타야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예상보다 햇빛이 강하고 습도가 높아서 고생 좀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표를 사서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아주 큰 탑이 보였습니다. 계단이 가파르기도 하고 날이 좀 덥기도 해서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다소 힘들었지만 위에서 본 주변 모습은 올라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탑을 내려와서 사원 주변을 돌다보니 부서진 탑들과 열대기후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사원 옆으로 가니 아유타야 관광 안내 자료에 나와 있는 큰 와불이 보였는데, 우리의 다소 후덕한 모습이 아닌 동남아시아 특유의 날씬한 모습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불상을 보면 더운 기후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불교의 영향인지 날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바짝 마르기까지 한 모습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불상과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일부는 무너진 탑이나 사원 건물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온전했을 때 웅장했을 모습이 연상되고, 그런 모습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전쟁이 끼치는 해악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특히 같은 불교를 믿으면서도 전쟁 중 침입해 불상의 머리를 모두 잘라버린 버마군의 잔재에서 전쟁의 잔혹함이란 종교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인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잘린 불두 중 하나를 나무가 감싸 안은 광경은 신기한 모습이었고, 그 옆에서 평온하게 여유를 즐기는 강아지 한 마리가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날이 좀 더워져서 그늘진 사원 유적을 찾아 나섰습니다. 응달진 곳에 앉아 땀을 식히며 친구와 사는 얘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러갔는데, 제대하고 친구와 여름 여행을 갔었던 추억이 생각나 한참을 옛날 얘기를 하며 떠들어댔습니다. 더위가 좀 가시자 다시 일어나 천천히 유적지를 걷다보니 곳곳에 특이한 문양이나 장식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세밀한 장식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눈길이 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다보니 어느 새 아유타야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방콕으로 돌아가 친구와 함께 야시장에서 맛있는 야식거리도 사먹고, 더위 속에서 걷느라 지친 몸을 마사지로 풀고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는 태국에 가면 헬스랜드라는 프랜차이즈 마사지샵을 종종 가곤 하는데 가격도 적당하면서 실내 인테리어나 마사지사의 기술도 수준급이라 갈 때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날에는 방콕 중심가인 수쿰빗에서 쇼핑을 좀 한 후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랫만에 대학 친구와 함께 한 여행으로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그 친구는 결혼해서 애까지 키우느라 바쁘지만, 대학시절 함께 했던 국내여행 뿐만 아니라 태국여행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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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여행 3

숙소인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러 근처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독특한 것이 길 옆에 있는 다소 허름한 식당들이 맛집으로 유명했는데, 식당 이름이 ‘해녀집’, ‘형제집’, ‘자매집’ 등 투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해녀분들이 그날 직접 해산물을 채취해오면, 그 해산물을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안내표지판도 따로 없어서 찾는데 약간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헤매다가 찾아간 식당에서 먹은 성게 미역국은 부모님도 모두 만족하실 정도로 신선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식당을 나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제주도에는 여러 차례 가 봤지만 우도에 가본 적이 없어서 배에 차를 싣고 한 바퀴 돌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도에 도착해 바닷가에 가 보니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대비를 이뤄서 마치 동남아시아의 해안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다보니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의 눈 탓인지 뒷짐지고 천천히 걷는 것 같은 새도 보였습니다.

바닷가를 떠나 다시 차를 타고 가다보니 유명한 우도 땅콩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를 세워 부모님과 아이스크림을 한개씩 샀는데, 맛을 보니 생각보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명성만큼 좋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다보니 언덕이 나와서 시원원 바닷바람을 즐기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데도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사무실을 열고서도 계속 고민거리가 늘어서 머리가 복잡했는데, 바람을 맞고 있으니 그런 고민들을 잊을 수 있어서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것 같았습니다.

우도를 계속 돌다보니 작은 선착장도 있고, 하얀 백사장도 있는데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특히 해안이 많이 오염되지 않아서 바닷물도 아름답고 산책을 하는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도를 한 바퀴 돈 후 다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다시 돌아와 성산일출봉을 지나 공항으로 가려는데,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바닷가에서 보는 성산일출봉은 역시 언제 봐도 멋진 모습입니다. 성산일출봉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도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차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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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여행 2

한라산 영실코스 단풍구경을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중문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사법연수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 중문에서 요트 투어를 했는데, 요트에서 보는 바다의 경치도 좋고 낚시도 하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낚시를 잘 하면 잡은 물고기로 회도 떠줘서 술과 한잔 할 수 있는데 저는 운 좋게 우럭 한 마리를 낚아서 사진처럼 제가 잡은 우럭회를 연수원 조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요트 투어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갈 때도 요트 투어를 꼭 해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요트 투어는 일몰 투어였는데, 요트를 타고 주상절리를 본 후 낚시 포인트로 가서 물고기를 잡고, 일몰을 즐기는 코스였습니다. 아버지가 요트를 타고 즐기는 낚시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실제로 물고기를 잡아서 추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낚시가 끝난 후에는 요트에 있는 주류와 안주를 먹으면서 일몰을 즐겼는데, 바다에 둥둥 뜬 요트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요트에서 일몰을 본 후 표선면에 있는 해비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해비치 호텔은 표선면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데, 중문처럼 관광단지가 아니라 조용한 편이었고, 바닷가쪽 잔디밭도 잘 가꿔져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표선면의 한가로운 정취에 반해서 나중에 법무부에서 마을 변호사 신청을 받았을 때 제주도 표선면 마을변호사 신청을 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라산 등산까지 해서 쌓인 피로를 편안한 숙소에서 풀고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오전에 느긋하게 출발해서 근처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는데, 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 답게 제주도의 속모습을 액자에 잘 담아 두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약간 실망을 했는데, 갤러리 밖으로 나오니 야외에도 제주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이 되어 있어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당시 트렌드였던 오름 여행의 백미인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름을 보러 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하게 됐는데, 어머니가 길가에 있는 아담하지만 예쁘게 생긴 이탈리아 음식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가던 길에 그냥 들어간 곳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주문한 음식도 맛있어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인가 봅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차를 타고 다랑쉬 오름을 찾아갔습니다.

다랑쉬 오름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지 아버지는 자꾸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결국 따라 올라오셨습니다. 다랑쉬 오름이 좀 특이한게 올라가는 동안은 별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가장 위까지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아끈다랑쉬 오름부터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순식간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까지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재촉해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용눈이 오름은 한 눈에 보기에도 다랑쉬 오름보다 오르기가 쉬워 보였고, 전체적인 인상이 참 편안했습니다. 오름 여기저기에는 산소가 있고,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름을 오르면서 보니 해가 점점 지고 있는데, 지는 해의 약한 햇살이 비치면서 나른한 황혼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무덤에 생긴 명암으로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아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글라스 하우스로 유명한 숙소인 피닉스 아일랜드를 찾아갔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 후 산책을 하면서 글라스 하우스를 둘러보고 왔는데, 글라스 하우스도 괜찮았지만, 조명이 은은한 산책길도 산책의 기쁨을 키워줬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는 다음날 우도 여행을 위해서 일찍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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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 여행 1

지금까지 살면서 제주도를 몇차례 다녀왔습니다. 어렸을 때는 길가의 야자수, 만장굴, 천지연폭포, 여미지의 이국적인 풍경, 비싼 귤 등 매력적인 관광지였지만,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제주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법연수원에서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온 후 그런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올레길, 오름 투어, 다양한 박물관 등 어릴 적 제주도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생각해보니 사법시험 준비를 한다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된 후 사무실이 대강 정리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일종의 효도여행을 한번 계획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도 늦가을에는 어느 정도 할 일이 정리되셔서 가을의 제주도를 즐기러 출발했습니다.

제주도 도착 첫날, 오후 늦게 제주공항에서 렌트카를 타고 숙소가 있는 애월읍으로 향했습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것이라 일정을 여유있게 잡았기 때문에 제주 도착 첫 날은 숙소에서 쉬고 주변을 천천히 돌기로 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자동차길을 따라 일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부모님과 내려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부모님과 여행을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로 잡은 빌라드애월은 한적한 곳으로 시설도 깔끔하고, 주변의 풍광이 멋진 곳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주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바닷가인데도 소금기가 많이 느껴지지 않고, 가을 저녁의 상쾌한 바람이 귓가를 스쳐지나가니 저도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숙소가 최고급 호텔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건물 주변에는 억새를, 건물 옆 공간에는 바닥과 벽 위에 장독들을 배치해뒀는데, 그냥 장식인지 아니면 장을 담가서 다른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연한 배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 너무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스타일과 따뜻한 햇살이 어우러져 여행객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빌라드애월을 숙소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는 조식의 맛이 괜찮다는 것이었기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차를 타고 서둘러 한라산 영실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한라산 영실은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가을 단풍이 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다소 고도가 높은 주차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하기에도 좋은 코스였습니다. 영실에 도착해 천천히 산을 오르니 듣던 바대로 예쁜 단풍이 든 나무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천천히 단풍을 구경면서 산을 오르다가 부모님을 보니, 오랜만에 등산을 하셔서 그런지 좀 힘에 부쳐 하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발걸음을 늦춰 부모님의 보폭에 맞춰 걸으면서 부모님이 어느새 연세가 많이 드셨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구석이 좀 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도 한라산에 단풍이 드는 영실코스는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같이 올라가시겠다고 했는데, 제가 괜히 무리하게 하신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좀 나아지셨고, 올라갈수록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서 부모님도 잘 올라왔다고 하시니 기운이 났습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영실을 다 올라가니 저 멀리 윗세오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보는 윗세오름은 무언가 신령한 기운이 감싸고 있는 듯한 범상치 않은 모습이어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멋졌습니다. 윗세오름까지 가는 길은 평탄한 편이었는데 주변의 크고 작은 언덕들도 기생화산인 오름인가 궁금했습니다. 윗세오름 가까이 가니 휴게소가 있고 컵라면을 파는 곳이 있어 부모님과 따뜻한 라면 국물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배까지 고프니 라면이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라면을 다 먹은 후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한라산 영실 등산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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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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