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가배상청구 사건과 이중의 고난

얼마 전 저는 변호사로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 부끄럽기도 한 판결을 받았습니다. 처음 의뢰인과 사건에 대해 상담을 했던 것이 2015년이니 무려 5년 이상 진행했던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 의뢰인은 외국인인데 술집에서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지구대에 갔다가 경찰관이 수갑을 채우면서 무리하게 팔을 꺾어서 어깨 관절을 수술해야 했기에 국가와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신체감정 신청을 하고,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2번이나 담당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리저리 사건이 토스되다가 제 의뢰인이 휴대폰으로 경찰관들을 촬영하고,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체포와 수갑을 채운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났습니다. 제 의뢰인이 실제로 난동을 부렸는지는 오로지 제 의뢰인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었고, 제 의뢰인이 제출한 동영상은 무시되었을 뿐 아니라 경찰관들을 촬영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르면 위법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 의뢰인이 부상을 입은 후 고통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경찰관들이 제대로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은 아예 판결문에 주장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에 제 의뢰인과 저는 의논을 한 끝에 항소를 하기로 했는데 먼저 인권위원회 결정에 반하는 판결이유에 대해 반박했고, 경찰관들이 제 의뢰인을 체포할 당시 경찰청 내부 규정과 형사소송법, 유엔인권규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다투기로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더 엄밀하게 사실관계를 살펴보았고, 우리가 석명을 요청한 내용에 대해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에게 자료 제출을 명하는 등 절차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1심보다 세심하게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항소심 판결 내용은 역시나 1심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즉, 항소심에서 다투었던 많은 주장들과 증거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생략한 채 단순히 부실했던 1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단순히 법령 위반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의 인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권 침해를 언급한 부분은 항소심에서 우리가 제출한 서면과 자료들 때문에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이러한 판결문을 받아보니 처음에는 제 안에서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나씩 판단하지 않고 모호하게 답변을 회피하면서 단지 1심의 부실하고 오류로 점철된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제 의뢰인도 계속 말했던 것이지만 설령 피의자라 하더라도 지구대에서 무리하게 강제력을 사용해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관절이 상할 정도로 부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이후 아무런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위법하지 않다는 것인지, 법원이 알고 있는 위법성 개념이 어떤 것인지 법원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판결문은 마치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사건에서 많은 주장을 하면서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해당 주장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춰 여러 주장과 증거들만으로는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이 위법하지는 않다며 주장과 증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회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항소심 판결 중 무엇이 잘못된 판단인지 구체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원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법리적으로 반박받을 수 있는 내용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국가배상청구사건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공권력행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솔직히 법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책적이거나 정치적인 측면까지 고려될 수 있어 인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제 의뢰인은 외국인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인 경찰관과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을 다투는 성격인 국가배상청구에서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에 의뢰인이 상담을 하러 왔을때부터 이러한 이중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을 하였고,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이런 무언의 압력을 느낀 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러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이 사건을 계속 진행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15년 가까이 살았던 의뢰인이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로 부상을 입어 오른쪽 어깨에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어깨 수술비까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히 정의에 반하는 것이고, 제가 생업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사법시스템의 근간인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주한 결론은 제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판결문을 받아들고 자신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종업원의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 갔다가 어깨에 부상을 입어 남은 삶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의뢰인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이런 판결을 받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와 함께 의논하고 증거자료를 준비하며, 서면 내용을 검토했던 의뢰인에게 참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기는 하는 것인지, 명색이 법치주의인 이런 사법시스템을 믿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가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항소심 판결문이 우리가 주장했던 경찰관의 위법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판단을 회피하면서도,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저어했는지 인정해줄 의사도 없으면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의 근거가 된다고 추가한 것을 보면서 외국인의 기본권과 인권도 보호 영역으로 하는 우리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5년 넘는 기간 소송을 했는데도 요지부동인 법원의 태도로 인해 많이 지쳤는지 대법원에 대한 상고하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한 법원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사법부가 지키고자 하는 정의이고, 사법부를 지탱하는 법치주의인지,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영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요즘 세상에 그런 달달한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이 사건은 깊어가는 밤에 저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화두를 하나 던져줬습니다. 경찰관이 제 의뢰인의 팔을 꺾자 제 의뢰인이 고통스러워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호소하는 동영상 속 모습이 앞으로도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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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과 난민법 개정안

며칠 전에는 제가 단장을 맡고 있는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 회의가 있었습니다.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은 기존에 2014년경 구성되어 2016년 정도까지 활동을 하다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해산한 바 있는데, 당시 변호사단에 참여했던 제 경험을 살려 변호사단 구성을 위해 애를 썼습니다. 다행히 여러 여건이 허락해서 작년 말에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단체로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이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 출범한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은 기존에 난민 관련 사건을 진행하고 있던 단체들 및 변호사들과 협업하여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고, 이를 위한 통번역인풀도 구성해 단원들이 직접 사건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년 가까이 변호사단 구성 및 사업 진행을 위한 예산 확보, 목적 사업의 방향을 준비했던 터라 다행히 변호사단 출범 후 무난하게 사업들이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변호사단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회의에서는 난민에 대한 법률조력이라는 변호사단의 목적과 가장 밀접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2019년 난민법 개정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기존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서 다시 의견을 요청한 것입니다. 예전에 법무부에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보낼 당시 제가 관여한 적이 있는데 이번 의견과 관련해서는 단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안건으로 올린 것이었습니다.

난민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다보니 난민과 관련해 전문성을 가진 단원들이 있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개정안은 많은 조항의 개정 내용을 다루고 있어 각 조항별로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 이유나 비교법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난민업무를 담당한 법무부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 회의를 한 적도 있어 난민업무와 관련한 여러 가지 고충이나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취지에는 일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법체계나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난민들에 대한 법률 조력을 하는 변호사들의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눈을 감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법무부는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이고, 대한변협이나 변호사들도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상호 협조를 할 수도 있지만, 상호 견제가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는 이런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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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공사대금 사건과 후련한 승소 판결

며칠 전에는 3년이 넘게 걸린 공사대금사건의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사건이었는데, 다행히 제 의뢰인이 원하던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원래 이 사건을 수임했을 때는 미지급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공사대금을 줘야 할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약간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원청회사의 주장은 제 의뢰인 회사가 부실공사를 해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고, 이러한 하자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하자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대금 중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한 제 의뢰인 회사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아야 하자보수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 수차례 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판결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소송의 전개는 일단 원청회사가 제 의뢰인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이에 제가 제 의뢰인 회사를 대리해서 하자 내용에 대해 다투면서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사대금 소송과 달리 이번 사건은 좀 특이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소송과정에서 상대방 원청회사는 재판을 계속 끌어야 공사대금을 늦게까지 안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이 원고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해 놓고도 1년 반 가까이 자신의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공사대금의 최소한 3%에서 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은 하자보수에 소요되기 때문에 저희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상대방 원청회사는 계속 시간을 끌면서 증거자료도 내지 않고, 하자감정도 신청하지 않다가 1년 반 정도 지나 변론 종결을 할 시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감정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다소 의아했던 것은 제가 맡고 있는 다른 성격의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제 의뢰인이 저작물의 인세 일부를 받지 못해 미지급 인세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제 의뢰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더니 2년 동안 손해를 제대로 입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재판만 계속 끌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이렇게 채무자가 오히려 소를 제기해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 유행이라도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습니다.

또한 원청회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다보면 추가 공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원청회사는 추가 공사에 대해서 공사대금을 좀 낮춰서 주려고는 해도 하도급 업체가 추가 공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명백히 기존 계약 범위를 벗어나 공사를 한 것이 맞는데 원청회사는 제 의뢰인 회사에게 그런 추가공사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원도급회사의 진술을 통해 원청회사가 원도급회사로부터 제 의뢰인이 시공한 추가공사에 대한 대금을 추가로 지급받고도 제 의뢰인 회사에게 추가 공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진실이 명백히 드러날 것인데도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대놓고 법원을 속이려고 했던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청회사는 재판이 불리해질 것 같자 스스로 하자보수를 했다면서 이런저런 증거들을 냈는데 많은 자료들이 일자나 내용이 모순되거나 관련이 없는 자료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제출한 자료들의 신빙성에 대해 제가 반박을 하자 제대로 답변은 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해 하자감정을 신청했는데, 그 감정신청 내용 역시 믿기가 어려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 끝에 결국 제 의뢰인은 추가공사대금을 포함하여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 전액을 인정받았던 반면, 상대방인 원청회사는 중간에 손해배상 청구액까지 증액하였으나 결국 청구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액의 20% 정도만을 인정받는 판결문을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상보다 너무 오랫동안 사건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했던 행태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거의 제 의뢰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나온 판결을 보면서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습니다. 제 의뢰인에게 전화를 하는 마음도 가벼웠고, 제 의뢰인 역시 판결 내용을 듣더니 목소리가 아주 밝아져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에서는 이렇게 속이 후련한 결과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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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입법 프로젝트 법제 자문

저는 얼마 전부터 공공기관의 입법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컨설팅 업체에 법제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은 기존 업무 외에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러한 과정에서 기관의 존립 및 업무영역의 근거를 확실하고 명확하게 법률로 규정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입법 관련 자문 업무는 변호사들이 통상적으로 담당하는 업무는 아닌데, 변호사들은 종래 송무라 불리는 소송사건을 맡거나,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법적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나 예방적 대응 등 자문을 많이 맡아 왔습니다. 그래서 김OO, 광O, 태OO 같은 대형 법무법인들이나 이런 업무를 맡고는 하는데 마침 저희 법인이 부동산과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다보니 부동산 법제나 도시계획 등 관련 실무를 잘 아는 편이라 컨설팅 업체로부터 저희 법인이 업무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법인 내에서도 이런 유형의 업무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없어 제대로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사한 입법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본 적이 있고, 관련 전공 교수님들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진행하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가 주관을 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비록 이번에 담당하는 업무가 법률자문이기는 하지만, 경영자문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단지 법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법안을 만들고, 어떤 방법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에 포괄적인 자문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장래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고 가고,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경영자문 컨설팅업체의 컨설턴트들과 함께 고민하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경영학의 많은 과목들 중 경영전략을 특히 좋아했고, 실제로 해당 과목의 성적 또한 좋았습니다. 그래서 만일 사법시험에 최종적으로 불합격하면 컨설턴트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 법률자문 측면이 주된 것이긴 하지만 마치 제가 컨설턴트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업무를 실무적으로는 처음 맡아 진행하는 것이고, 저희 법인에서 제가 주관이 되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법학이나 법조실무처럼 거의 모든 것이 확고하게 정해진 상태에서 일부만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운신의 폭이 적은 업무만 하다가 뭔가 기초부터 설계하여 추진할 수 있는 업무를 하다보니 학부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더 생기가 넘치는 느낌도 받습니다.

저에게 우연히 온 기회이지만, 또한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기에 프로젝트가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충실하게 업무를 진행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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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고이율 원리금과 청구이의의 소 승소

지난 주에는 의뢰인의 채무부존재를 주장하여 진행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승소했습니다. IMF 이후 무너져내린 국가 경제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제 의뢰인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IMF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소액대출과 신용카드론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었는데 개인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가라앉기 시작한 배를 다시 띄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출만기가 되었지만 상환을 하지 못하고 연체를 하게 되었는데, IMF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될 정도로 이자가 급등했었기 때문에 원금의 몇 배에 이르는 이자가 변제해야 할 원리금으로 쌓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제 의뢰인에게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리금을 받기 위해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했는데 제 의뢰인은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버느라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소장도 제대로 송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2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제 의뢰인은 자신의 채무가 어떻게 된 것인지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의뢰인에 대한 채권들은 채권추심업체들 사이를 돌고돌다가 마침내 자산관리공사가 제 의뢰인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제 의뢰인이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2018년과 올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는데, 이후 저를 찾아와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황을 보니 처음에는 기존에 판결과 지급명령도 받아 확정된 바 있고, 대출도 의뢰인이 빌린 것이 맞아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상담을 하면서 기존 진행 과정에 대해 의뢰인에게 묻다보니 지급명령과 소액사건심판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의뢰인에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관련 소송기록을 다시 확인해보고 얘기해보자고 한 후 기존 사건 기록들과 판결문, 지급명령 등 내용을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가 맡았던 사건은 올해 제 의뢰인이 소제기했던 사건인데, 사실상 동일한 채무에 대해 의뢰인이 이미 2018년 소를 제기했었고, 그 사건의 판결선고가 얼마 남이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건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면 제가 맡은 사건도 불리해질 수 있어서 제가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선고 일주일 전 참고서면을 제출했는데, 다행히도 다 합쳐 5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무가 시효로 모두 소멸되었다는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전부 패소했는데도 승산이 없다고 보았는지 항소를 하지 않았고, 저는 기존 판결문을 진행 중인 사건에 제출하면서 동일한 논리의 준비서면을 제출했습니다. 상대방은 여러 금융기관들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자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회신을 받지 못했고 마침내 지난 주 총 6천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채권들이 모두 시효 소멸되었으므로 이런 채권들을 기초로 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승소판결을 받고 의뢰인에게 연락을 하니 의뢰인이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IMF로 인한 고통이 20년이란 시간을 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판결문을 송달받으면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면서 제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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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를 맡은 프로야구 선수의 방출

저는 작년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선수대리인 자격을 취득해 올해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에이전트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은퇴한 프로선수들과 함께 일반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 얘기를 나누다가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지 듣고 흥미도 생기고,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을 찾아 성공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한 초기에는 스포츠 업계와 직업적으로는 별 관계없이 살았던 터라 에이전트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별로 없었는데, 다행히 몇몇 선수들과 인연이 닿아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가 닥치면서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리그가 중단되기도 하고, 이후 경기가 재개되긴 했어도 무관중이나 제한적인 수의 관중만 입장할 수 있는 상태로 진행되어 스포츠 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의 후원을 위해 저와 친분이 있는 업체들을 통해 후원이나 선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주선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프로야구의 인기가 점점 떨어진데다가 올해는 워낙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으로 선수들에게 경기용품을 후원해주는 업체를 찾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아는 인맥을 통해 후원 여부를 문의하고, 자료들을 보내고 만나기도 했지만 누구도 쉽게 후원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나고 제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 중 일부가 구단에서 방출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선수들이 방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해보니 어떤 선수는 다른 구단에서 접촉을 해오기는 했는데 실제 현역으로 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도자 과정을 준비하기도 하고, 또 다른 선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라도 운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방출된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다시 입단시켜주고 싶지만, 현재 각 구단들이 다들 보유하고 있던 선수들을 방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와 통화를 하면서 방출된 선수들은 애써 태연한 척 했겠지만 많이 주눅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시간을 내서 같이 식사와 술 한잔 약속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난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왔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모두에게 동등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선수들이 다시 한번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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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 변호와 판결 경향

얼마 전 대법원 국선 사건으로 맡았던 준유사강간 사건이 있었는데 기록을 열람, 복사하기도 전에 피고인의 모친으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복사한 사건 기록을 보다보니 20대의 대학생이 오랜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술에 만취한 지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 이전까지만해도 모범적이고 바른 삶을 살아왔던 학생이어서 의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건을 맡았던 시점은 대법원 상고심 단계라 이미 사실확정이나 법리 적용이 끝난 상태였고, 형사소송법이 정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고인의 모친에게 그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감될테니 피고인에게 미리 그러한 내용을 설명해두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충격을 덜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습니다. 만일 제가 피고인의 사건을 제1심이나 최소한 항소심에서부터 맡았더라면 법리적으로는 좀 다퉈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라 더 이상 손을 써볼 길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범죄 형사 사건의 경우 그 특성이 있어 사건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제가 했었던 사건들 중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기습추행’이라고 불리는 유형의 사건이었는데, 사실관계를 잘 살펴보면 실제로는 강제추행이 아니라 단순 폭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으로, 제1심에서 유죄로 많은 액수의 벌금을 받아서 제가 항소심부터 수행했던 사건입니다. 사건을 수임하고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논문들이나 외국법상 법리들을 정리한 후 사건 당시 피해자 이외 현장에 있었던 주변인들의 진술서와 증언을 근거로 강제추행 여부에 치열하게 다투면서 무죄를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아쉽게도 무죄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선고유예라는 좀 예외적인 형으로 감형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선고유예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 제가 맡았던 사건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약간은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재판부도 피고인이 진짜 강제추행을 한 것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1심 법원과 반대로 사실인정을 한 후 무죄를 선고할 만한 용기까지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피고인은 선고유예형을 받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범죄경력이 소멸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이후 해외 입국비자를 발급받을 때 강제추행 등 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비자 발급이 거절되지만, 선고유예형이라는 이유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오랜시간 시험 준비를 하던 젊은 청년이 길 가던 피해자들을 따라간 후 주거에 침입하여 강제추행을 하였던 내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범죄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투정을 부리고, 불만을 터트리다가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실형만은 면했으면 하고 빌곤 했습니다. 저는 사건 수임 당시 뿐만 아니라 사건을 진행하면서 성폭력특별법 적용을 받는 중대한 사건이라 여러 피해자들 중 일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합의를 하면서도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피고인의 범행 당시 정황이 아주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던 탓인지, 몇 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미결구금을 당하긴 했지만, 제1심 판결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형이었습니다. 저는 판결 선고 당시 법정에 출석했었는데 집행유예를 받은 후 얼굴이 밝아진 피고인을 보고 있자니 기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에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이제 정신차리고 이러한 범행을 다시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피고인의 경우는 자신이 강제추행한 직후 피해자를 쫓아가 사과를 하는 등 정신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고, 죄질이 많이 나쁘지는 않은 등 참작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과거에는 너무 양형이 낮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실제 범행을 한 것인지 사실관계가 의문인 사건들도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너무 쉽게 유죄로 인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단 성폭력 사건만이 아니라 판결 일반에서도 피해자의 응보 심리 충족과 실체진실 발견이란 양 측면 사이에서 마치 시소처럼 특정 시점에는 하나의 측면이 강조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견되면 다른 측면이 강조되어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평형상태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 대중은 신이나 성인이 아니다보니 항상 중용을 지키거나 모든 것을 고려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 내지는 응보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절차 및 실체법적 보장이 상호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 사건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보한 신뢰성있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적법하게 긍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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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홍보업체 상가임대차 분쟁 해결

얼마 전에는 우연찮게 온라인 홍보업체의 상가임대차 분쟁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지인의 모임에서 인사를 했던 온라인 홍보업체 대표님이 몇 개월 후에 홍보를 위해 임차한 점포의 사용에 문제가 생겨 제게 연락을 했던 겁니다. 중국의 온라인 유명인사들인 이른바 ‘왕홍’을 활용해 화장품을 비롯한 면세품 등 홍보를 하고 판매를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분이었습니다.

국내의 많은 업체들의 경우가 그렇지만 이 업체의 경우도 상가임대차계약을 할 당시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서를 조악하게 수정해 작성한 임대차계약서의 내용을 보니 중요한 계약조항이 누락되거나 해당 계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조항들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보증금 액수와 지급시기가 불분명한데다가 매출액의 일부를 월세인 차임으로 지급하기로 하고도 그 비율의 산정 기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임대인과 분쟁이 생겨 임대인이 비품들과 가구들을 모두 점포 한 구석에 모아두고, 보안요원들은 업체 대표와 직원들의 점포 출입을 막기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업체 대표님이 제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셨던 것입니다. 저는 연락을 받고 먼저 간단하게 조언을 한 후 임대인과 유선통화와 문자메시지로 합의를 시도했는데, 임대인이 생각보다 완고한 자세로 나와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대표님이 제 사무실을 방문해 정식으로 상담을 받고, 내용증명을 보내 문제 해결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인은 내용증명 내용에 대해서 반박을 하기는 했지만, 업체 대표님이 직접 찾아가자 서로 다른 해석을 해서 문제가 발생한 계약조건을 명확하게 수정하기로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기존 임대차계약서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해서 전달했고, 마침내 수정된 내용으로 계약이 변경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반환받고자 했던 업체 대표님도 예상 외로 큰 문제없이 분쟁이 잘 마무리되자 한 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이 고맙다면서 제게 저녁식사를 한번 사겠다고 했는데, 코로나 확산 탓인지 아직은 연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업체의 분쟁 역시 사전인 계약 당시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었는데, 하마터면 많은 비용, 시간 및 노력을 들여 사후적인 문제해결책인 소송을 택해야 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계약을 하더라도 미리 계약서를 잘 작성해두면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비율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나 노력은 분쟁이 생긴 후 해결하기 위해 드는 그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것이라 할 것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법적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비율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겨야 상지상(上之上)이라 손자병법의 가르침처럼 미리 계약서를 잘 작성해두는 것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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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로봇의 법적 지위’ 법학석사 학위 논문 통과

올해 6월 드디어 석사 학위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원래는 작년 2학기에 헌법 전공으로 논문을 작성해서 제출했었는데, 당시 주제는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를 과거 노예의 지위와 헌법적 차원에서 비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논문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이셨던 교수님들이 인공지능 로봇을 노예와 비교하기는 어렵지 않냐고 해서 헌법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만한 다른 헌법적 지위를 갖는 주체들을 추가해서 수정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당시 지도교수님이 헌법 차원에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그러한 지위를 인정하는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렵겠다면서 논문 철회를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원래 학부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후 법학 대학원을 가게 된 이유는 보다 깊이 있게 법학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에 관해 법학 측면에서 논문을 써보려는 의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 생각을 알고 계셨던 헌법 지도교수님은 인공지능 로봇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다른 지도교수님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분이 현재 지도교수님이신 고학수 교수님이셨습니다. 저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고학수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고, 고학수 교수님이 올해 회장으로 취임하신 인공지능법학회의 회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전공을 법경제학으로 바꿔 논문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기존 논문의 내용들 일부를 다시 정리하고, 인격의 법적 기능에 착안하여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인공지능 로봇이란 주체의 보호 기능과 인공지능 로봇의 행위로 인한 결과의 상대방 보호 기능으로 구분해 논의를 전개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인간처럼 인격을 인정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인공지능 로봇의 행위에 대한 기존 민사적, 형사적 법적 책임 귀속 논의를 정리한 후 법인의 지위와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를 비교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법인과 유사한 지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 논문의 결론입니다.

대학원을 수료하기 전인 2016년부터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한 논문들과 단행본 자료들을 조사해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지도반에서 논문 작성 초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 최종적으로 논문 심사를 받기 전까지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논문을 150편 가까이 정리했습니다. 또한 논문을 읽다가 논문에서 인용한 단행본들도 함께 읽었는데,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 논의 내용과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 통과 후 참고했던 논문 등 자료들을 책장에 모아 정리해 놓고 보니 저 자료들을 다 읽고 정리했다는 생각에 이유없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2년여 정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주제들과 내용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연구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절감한 것 역시 논문을 쓰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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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감사, 심의위원 업무의 연결점

저는 올해부터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감사와 심의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계속 해왔던 재개발, 재건축조합 실태점검과 업무나 근거 법규가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재개발, 재건축을 규율하는 도시정비법은 2003년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개정되어 왔고, 공동주택관리법은 2016년에 제정되어 서로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개별적인 규율에서는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공동주택이나 공동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행정법적 규율은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에 소재한 공동주택에 대한 감사를 갔을 때는 서울시에서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갔을 때와 유사하게 회의록, 계약서, 회계자료 등 관련 자료들을 통해 민원 내용의 타당성이나 적법성을 확인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새로운 위법 사항들을 발견하게도 됩니다.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심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감사 결과에 대한 최종 처분을 결정하게 됩니다. 서울시 조합 실태점검에서는 현장에서 감사의 역할만 한다면, 경기도에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실제 어떠한 행정처분을 할 것인지도 결정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점점 더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그 업무의 결과물이 최종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서울시에서 하는 조합 실태점검이나 경기도에서 하는 공동주택 감사나 그 최종 목적은 일정한 행정처분, 수사의뢰 등 형사처벌 등 그 대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러한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다소 증거가 부족하거나 처분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많이 들여다보고는 했지만, 이제는 제가 그러한 업무의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고 할 때도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위주로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런 내용은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변호사들은 판사를 설득해서 판결문에 자신들의 주장이 증거를 근거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결국 판사들이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제출하는 것인 것입니다. 기업 자문 역시 의뢰한 기업의 대표나 업무 담당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하는 업무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업무의 나침판이자 체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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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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