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 건국 70주년 행사

주한중국대사관 건국 70주년  행

지난 9월 30일에는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가 열린 신라호텔 홀 앞에는 초대장을 확인하고, 검색을 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축하행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해 축하 인사를 하면서 한중 우호를 기리는 축사를 했습니다.

제가 행사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국제위원회 중국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데 위원 중 한 분의 소개로 지난 8월말 주한중국대사관에서 개최되었던 한중 법률가 우호의 밤에 참석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초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저는 중국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중국대사관과 함께 진행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한중국대사관의 행사에 참석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시 만났던 중국대사관 직원분들과도 우연히 다시 만나 간단히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중국소위 소속 위원들이 속속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주위를 돌다보니, 알고 지내던 중국 관련 업무를 하시는 교수님와 연구위원분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오늘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서 식사를 마친 후 참석자가 줄어들자 함께 있었던 변호사님과 함께 사진 한장을 찍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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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 관련 사후 자기결정권 국제심포지엄 발표

 

지난 주에는 1년 전 시작했던 고립사 및 무연사와 관련해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프로젝트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일본으로 연수를 가서 고립사 및 무연사에 대처하는 일본의 실태와 관련 법제를 확인하고 온 바 있는데, 이번에 해당 내용의 연구보고서 제출과 함께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사후 자기결정권 내용은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님의 제안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나눔과나눔이 무연사 및 고독사하신 분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활동의 법적 근거와 향후 개선 입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화우 공익재단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해줘서 총 5명의 연구위원들이 충실하게 연구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다.

최초 계획은 국내 연구진들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진행 도중 화우측에서 일본과 대만의 연구자들이 해당 국가의 내용까지 함께 발표하는 국제 심포지엄으로 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해서 결국 화우 공익재단의 설립 5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다.

나눔과나눔의 설립 취지는 우리 사회에서 고립사와 무연사가 사라져 나눔과나눔도 해산하는 것이지만, 현행 추세상 짧은 시간 안에 이루기는 어려운 목표로 보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고립사와 무연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조금이라도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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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항적 레이더 영상 공개와 법원의 증거채택 문제

법원에서 소송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법원이 민사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 확정이나, 형사 및 행정 사건의 실체진실 발견에 너무 소극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사자가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변론주의 원칙이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당사자가 증거를 신청하면 증거채택에 대해서는 잘 인용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과 관련 없는 증거 신청이 많아 재판이 지연되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사건이 너무 많아 부담이 되니 빨리 재판을 끝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 한 행정사건 변론기일에서도 재판장이 저의 사실조회와 증거제출명령 신청에 대해 자신이 판단할텐데 사실조회는 왜 하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법리적인 판단은 법원이 하지만 다양한 증거자료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정되어야 더 정확한 법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변론하면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재판을 하는 판사를 일컬어 “신의 일을 대신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판사들이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신의 일을 대신 한다고 자신이 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판사는 신이 아니므로 판단에 있어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그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 민사에서는 당사자들의 증거 제출을 원칙으로 하되 석명도 하도록 하며, 형사 및 행정사건에서는 직권주의가 가미된 소송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임에도 자신의 무오류성을 과신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세월호의 항적이 기록된 해군의 영상자료에 대한 증거보전 사건에서 법원에 영상자료의 제출을 신청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당시 심문기일에 군사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일부만 제출하고, 특히 해당 영상에 세월호 항적 관련해 문제가 되는지 법관이 비밀심리절차에 따라 확인하고 제출 여부에 대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고, 법원에서도 고심 끝에 비밀심리절차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영상 제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절차에서 담당 법관이 해군으로부터 임시로 비밀취급인가를 받아 해군 지휘통제실에서 영상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비밀심리절차를 실제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시 판사는 나름 자신의 권한 내에서 할 바를 다 했던 것입니다. 물론, 법원도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다 채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맡았던 사건의 의뢰인들이 우리 사법부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불신은 소송지휘의 공정성에서 비롯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도 무리하게 증거 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모든 분쟁의 최종적 해결의 장이 법정이라면 당사자들이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거를 모두 법정에 현출시켜 다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만일 그랬다면, 설령 그 결론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자신이 신청하는 증거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면 당사자는 어떤 결론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의뢰인들이 변호사인 제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이런 서면과 증거를 내면 판사님이 다 보시긴 하나요?”입니다. 저는 물론 “당연히 다 보시죠.”라고 답변하지만, 우리 사법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부끄러운 상황이 투영된 말입니다. 법관이 신의 일을 대신 한다면 최소한 당사자들이 재판 후 최선을 다해 다퉈봤으니 후회는 없다면서 혹시 지더라도 신만은 진실을 알 것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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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유족급여 지급은 언제나 제자리를 찾을까?

요새 신문에서 건설현장을 비롯해 제철소 등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분들의 기사가 자주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1만명당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자를 의미하는 산재 사망만인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산재보험은 이상하게도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재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산재로 처리해야 할 것을 공상으로 처리하여 보험금 인상을 기피하는 풍조에 기인한 것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 중 산업재해로 인한 유족급여 사건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에 근무하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유족이 유족급여 신청을 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거부하였던 경우였습니다. 사망한 노동자는 원래 자신이 작업장에서 다뤘던 부품에 석면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해 이를 근거로 치료비를 청구했다 사망했고, 유족 역시 동일하게 주장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는 작업장을 실제 조사한 결과 당시 작업장에 석면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어 다른 가능성은 따로 고려하지 않고, 유족급여 지급청구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제가 사건을 맡게 되어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결과처럼 작업현장에 석면은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다면 해당 물질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다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제적으로 석면보다 더 많은 폐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결정체 산화규소(결정형 유리규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사망한 노동자가 실제로 작업했던 부품을 찾기 위해 전국의 중고부품사이트를 확인했고, 결국 10년 전에 생산된 해당 부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그 부품을 구매해 법원에 감정을 신청했고, 회사에서 동일하게 작업을 재연하는 현장감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일부 부품에서 결정체 산화규소가 확인되었고, 그 측정치가 규제 기준치에 가까운 정도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사건을 의뢰하면서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유족은 남편이 사망하게 된 원인을 찾게 되었다면서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저도 중요한 고비를 하나 넘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지만, 이후 진료기록감정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안 좋은 예감은 왜 잘 들어맞는 것인지, 재판부에서는 감정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서도 감정 결과 측정된 결정체 산화규소 및 기타 용접흄 등 유해화학물질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가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해 감정결과 회신이 왔는데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가 불리한 내용으로 감정결과를 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사망한 노동자의 직접적 사인인 폐암은 10년 이상의 잠복기가 있는데, 그 기간에 미달하는 기간 동안 결정체 산화규소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용접흄과 기타 폐암을 표적으로 하는 유해물질들도 복합적으로 폐암 발생의 원인으로 볼 근거가 부족한 반면, 사망한 노동자의 흡연력이 폐암 발생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감정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워 재판부에 기존 감정결과에 대한 보완 감정을 신청해 다시 회신을 받았으나, 오히려 기존 내용을 강조하는 회신만을 받았습니다. 그 회신 결과는 대법원이 최근 인정한 여러 유해물질들이 질병 발생에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신 내용을 받아본 저는 어이가 없어 감정의가 자신의 최초 의견을 고수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실제 폐암의 발병 원인과 잠복기와 관련해 더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고자 아버지의 지인인 의사분과 통화를 해서 감정과 관련한 내용을 물어봤습니다. 국내에서 호흡기내과학회 회장도 하셨던 의사분의 답변은 담배와 관련해서는 국내외 담배소송 과정에서 연구가 많이 되어 그 연구 결과는 있지만, 여러 유해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이 되는지는 재현가능성이 낮아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그런 연구가 이루어지거나 그 결과가 발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서면을 작성해 재판부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재판부도 진료기록 감정 결과가 너무 불리하게 회신되는 바람에 쉽게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패소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남편이 사망하고, 새로 직장을 다니면서 어렵게 생활을 꾸려나갔고, 어떻게든 남편의 사망 원인을 밝혀보려 했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되었던 1심에서 패소하자, 이제는 새로운 삶에 충실해야겠다면서 결국 항소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해당 사건을 하면서 저는 전문가로서 제가 하는 상담이나 자문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료기록 감정을 했던 의사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회신을 했을 것이지만, 자신이 틀릴 수 있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저 역시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100년 동안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모든 고통을 안고 가야 한다니… 이것이 진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사건 마지막 준비서면을 유족들의 상황과 우리의 법현실에 대해 이 사건 마지막 준비서면을  아래와 같이 진술하면서 마무리했습니다. 재판부에서 당시 어떤 고민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에서 외면한 유족의 외침을 앞으로 다른 사건에서라도 좀 더 전향적으로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몽테스키외는 자신의 저서인 ‘법의 정신’에서 “최악을 두려워해 소악을 방치하고, 최선을 의심해 차선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발암 잠복기가 길지 않은 원고의 사례가 혹시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까 하여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원고를 비롯한 망인과 가족들에게 모든 고통을 지우는 것으로 소악을 방치하는 것이자, 폐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의과학적 인과관계를 의심하여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최선의 길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미 제시된 많은 증거자료들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고려하시어 재판부에서 원고와 그 가족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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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버 이메일의 압수수색 문제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 다투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기존 국가보안법 사건 등 공안사건에서 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다툰 결과 정립된 법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다퉜는데, 검찰이 공소장에는 공소사실만 적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 범죄사실이나 양형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주로 판사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사건의 무게를 강조해서 판사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함이기도 할 것인데, 어쨌든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은 잘 인정되지 않는 경향입니다.

사실 그보다 훨씬 법리적으로 치열하면서도 판사들도 실무상 엄격하게 다루는 것은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민형사, 행정 등 대다수 사건에서 법원에 제출되는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 이메일 등 상당수 증거들이 디지털 증거들입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에는 국디지털포렌식센터를 만들어 대응할 정도로 형사소송법상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과 관련한 내용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서는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 증거가 수집된 후 폐기시까지 오염되지 않아야 하는 무결성, 원본 및 원본을 이미징한 사본 보관의 연속성이 핵심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해외에 있는 서버의 이메일을 국내에서 서버에 접속해 디지털 정보를 가져와 압수수색한 경우 증거능력이 문제된 것입니다.

당시 제가 이 부분에 대한 의견서를 담당했는데, 최초 접근은 국가의 형사재판관할권과 관련된 내이었습니다. 즉,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이메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형사재판관할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서버에 위 이메일이 존재하는 한 국내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 위 이메일에 대한 강제처분을 하더라도 이는 재판관할권이 없는 영역에 대한 것이어서 압수수색영장이 무효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위 이메일을 확보하려면 해당 서버가 존재하는 국가와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현지 사법당국이 압수한 이메일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효인 압수수색영장에 기해 확보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학계와 실무의 대다수 논문들이 이와 동일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그 작성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부장검사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당시 공판기일에 출석해 다른 사안에 대해서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했던 교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내용은 국제법상 역외 관할권 관련 문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미국과 EU의 기존 판례들도 함께 언급하면서 다퉜는데, 특히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일랜드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적법한지에 대한 사건에서 그 압수수색이 적법하지 않다는 미국 뉴욕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문도 핵심 부분을 발췌 번역해 함께 제출하였습니다.

당시 제출한 의견서에는 위와 같은 내용 이외에도 해쉬값을 통해 원본 동일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그 이메일 내용의 공유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점 등 여러 주장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제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자 해외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이메일 등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및 그 방법에 대한 최초 판결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위 판결에 대해 관련 학회에서 논의가 되고, 위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이후 다른 사건과 비교하는 논문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는 압수수색영장의 효력을 인정하였지만,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형사소송의 특성을 반영해 해당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를 유지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동일한 사안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도 계속적으로 논쟁만 있다가 미국내 전자통신프라이버시법 개정으로 사실상 역외 관할권을 인정하게 되면서 심리기각되어 사건이 그냥 종료되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마지막까지 판단을 했다면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비교해 보면서 법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2년 정도 다양한 쟁점에 대해 다퉜던 사건이 종결되고, 검사가 12년 구형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3년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이제는 형을 마치고 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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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or Law 스터디 모임

어제 저녁에는 한국인공지능법 학회의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석사 논문 주제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적 내용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작년에 변리사 연수를 받던 중 강사로 오셨던 충남대 이상용 교수님께서 자신이 회장인 한국인공지능법 학회를 소개해주셔서 가입하게 되었는데,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I for Law 스터디 모임은 어제까지 3회째인데, 카이스트의 김병필 교수님이 어려운 기술적 내용까지도 쉽게 설명해주시고 있습니다. 아마 김교수님이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를 하셨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합성곱 신경망(CNN)에 대해 강의가 있었는데 기존에 인간의 뇌구조를 따라 만든 인공 신경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2차원의 데이터를 인식해서 다시 1차원으로 변환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강의 중 Auto ML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데, 인공지능이 스스로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경우 위험성에 대한 기존 논쟁이 떠올라 고민이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강의에 참석한 인공지능 관련 프로그래머와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몇년 후 실제 인공지능이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인공지능을 다루는 업무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논문 준비를 하면서 실무적인 내용에 대해 더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인공지능과 법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사이트를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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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상속법 강의

지난 주에는 SK에서 상속 관련 강의를 했습니다. 한 달 정도 전에 대학시절 동아리 선배이자 경영대 선배였던 형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상속과 관련된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제가 맡았던 상속 사건들과 상담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형은 거래처 사장님들이 상속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직원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알면 도움이 될 듯 하다고 했기에 저는 이론적인 내용과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구청이나 시청에서 상담할 때 가장 많이 질문받는 것이 상속이나 이혼, 임대차 문제이기 때문에 상속과 관련된 내용을 일괄적으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상속과 관련해 상속재산이 적은 경우는 상속포기, 한정승인 등 문제가 있고,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는 유언, 상속재산분할 등이 주로 문제가 됩니다. 상담을 하는 분들 중 자산을 꽤 보유하고 있는 분들은 생전에 증여를 할 것이냐, 아니면 상속을 할 것이냐를 묻고 하시는데 저는 왠만하면 증여하지 말고 재산을 갖고 계시라고 조언합니다. 세금이 문제가 아니라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이 행복하려면 증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강의는 종로 SK 서린빌딩에서 진행했는데, 최근 창의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반영하듯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원형으로 둘러앉아 PPT 화면을 보며 편하게 진행했습니다. 제가 통지받은 원래 강의 예정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틈틈이 질문이 많아서 총 강의는 20분 정도를 초과한 1시간 40분 정도를 진행했습니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 강의를 들은 분들이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면서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거래처분들 만날 때 제 강의에서 들은 내용대로 잘 얘기해서 거래처 개척과 유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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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합운영 실태점검 외부 전문가 위원 활동

우리나라에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편인데, 서울시에만 진행 중인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구역이 300여 곳 이상 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조합운영 실태점검에 참여했으니, 이제 5년 정도 된 셈입니다.

처음 서울시에서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조합들이 총회와 대의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계약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계약서도 없었습니다. 자료들을 보다 문제가 있다 싶어 회의록이나 속기록을 달라고 하면 자료가 없는 경우도 많고,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자료를 근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주일 또는 2주일 정도 점검을 하게 되는데, 조합 업무와 관련해 반드시 법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만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문제되는 절차나, 계약 내용과 관련해서도 내용을 살펴보게 됩니다.

서울시에서는 끊임없이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에 나서면서, 업무 처리 기준과 관련해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령 및 서울시 도시환경정비조례를 더욱 구체화한 표준 예산회계규정, 표준 행정업무규정, 표준 선거관리규정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후 조합들이 총회 의결을 거쳐 위 표준 업무처리 규정들을 도입하면서 조합 업무의 절차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처리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5년 동안 점검을 나갔던 조합들이 30여 곳이 넘는데, 이제는 전반적으로 처음 점검을 시작했던 2015년보다 많은 것들이 체계가 잡히고, 필요한 절차들을 준수하려고 하는 부분이 보이곤 합니다. 기존에 업무 처리의 기준이 불분명해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표준 업무처리 규정들과 조합점검 결과의 공유 덕분인지 이전보다 개선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부 조합에서는 비리가 계속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실태점검을 나갔던 조합에 다시 재점검을 나가기도 하면서 비리 발생의 여지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6년부터는 국토부과 서울시가 매년 합동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서울시가 점검을 할 때는 서울시청 직원 1명, 변호사 2명, 회계사 2명, 해당 자치구청 직원 1명이 한 팀을 구성하는데 반해, 국토부와 합동점검시에는 기술사들과 한국감정원 직원들까지 함께 점검을 나가서 설계 및 시공계약 관련 부분까지 더욱 세심하게 점검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참여했던 점검들에서 지적된 사항들 중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울시에서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도시정비법 관련 내용과 실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처벌이 잘 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문제는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조합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자정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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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고수익의 유혹과 유사수신행위

우리가 소위 피라미드 사기라고도 부르는,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어 투자금을 모집한 후 부당이득을 얻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기는 행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또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유사수신행위의 피해자를 대리해 손해배상소송을 하기도 했고, 유사수신행위의 피의자를 변호한 적도 있는데 그러한 구조를 떠받치는 바탕에는 인간의 탐욕이라는 요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폰지 사기(Ponzi scheme)이라고도 부르는 실제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인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미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구조는 보통은 투자 권유를 하면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보다 매우 큰 수익을, 제3자가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큰 수익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 사업구조를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대리했던 손해배상청구 사건은 의뢰인이 종교 공동체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던 경우인데, 처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권유를 받고 소액을 투자했더니 실제로 몇달 많은 수익을 받게 되자 투자금액을 점점 늘렸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큰 손해를 본 사례였습니다. 자신의 기대보다 큰 수익을 받게 되자 욕심이 생겨 자신들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도 함께 투자를 하자고 하여 더 큰 손해가 난 경우였습니다.

당시 투자했던 사람들이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액만 수백억에 달한 사건이었는데, 결국 피라미드 조직의 핵심 간부들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자신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핵심 간부의 부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인데, 실제로는 그 부인도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습니다.

제 의뢰인은 쉽지 않은 소송이라는 설명에도 자신의 손해를 전보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길 원했기에 소를 제기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데다 손해와 인과관계, 이익을 누가 얻었는지 등 입증자료가 부족해 안타깝게도 결국 손해배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언론기사에서도 전국에 수천명 피해자들이 존재한다고 했고, 제 의뢰인 말로는 피해자들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증거로 설득해야 하는 재판에서는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 유사수신행위 사건을 하다보면, 유사수신행위 사건의 가해자는 때로는 그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어떤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자인양 행동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아닌 그 밑바탕에 있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출할 수 있는 증거도 별로 없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 판단이 오히려 진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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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와 타이페이율사공회 교류회

지난 목요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타이페이율사공회의 교류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위원회 중국소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어 참석하게 됐는데, 대만과 우리나라의 변호사업 광고 규정과 관련한 내용이 발표주제였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유사한 부분이 많았고, 일부 차이가 있었는데 대만의 경우는 변호사가 광고를 하는 경우 사전에 광고 내용을 협회에 보내 심의를 받는다는 부분이 그러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우리나라에 이런 규정이 있다면 사전검열금지원칙 위반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질문을 했더니, 대만에서도 사전 심의가 문제가 되어 심의를 까다롭지 않게 하고, 최근에는 심의 자체를 받지 않는 변호사들도 많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는 방한한 타이페이율사회 임원들과 만찬을 함께 했는데, 우리나라와 대만의 변호사업계 현황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방한한 임원들 중 노동법을 주된 업무범위로 하는 변호사들이 2명 있어 산재사건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특히 만찬 테이블 옆자리에 앉았던 토니 탕 이사는 일본에서도 유학을 해서인지 영어가 유창해서 1시간 가까이 식사를 하면서 대만을 여행한 얘기나 대만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토니 탕 이사의 아버님도 변호사셨는데, 과거 독재정권 시절 판사를 하다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낸 후, 변호사를 거쳐 의원으로도 8년 정도 활동하셨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교류회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친해진 토니 탕 이사와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했습니다. 저보고 대만에 오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졌습니다. 외국인이라도 짧은 시간 내에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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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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