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것으로 그려진 살리에리가 병약해진 모차르트에게 주문한 곡이 바로 장송곡인 레퀴엠입니다. 예술적 상상의 산물이긴 하지만 레퀴엠을 작곡하던 모차르트는 결국 병이 깊어져 작곡하던 장송곡을 끝마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어 자신의 장송곡을 쓴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친구였던 쥐스마이어가 마무리를 한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사후 널리 연주가 되었고, 베르디, 베를리오즈, 포레 등이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모차르트의 작품에 베르디와 포레의 곡을 포함해 3대 레퀴엠으로 불리는데, 이 중 포레의 곡은 다른 곡들이 신의 심판이나 최후의 날과 관련된 무거운 분위기인데 반해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포레는 자신의 레퀴엠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담고 있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은 죽음 이후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로운 천국에서의 시간을 표현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포레가 레퀴엠을 쓰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곡을 쓰던 중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부모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쓴 작품이라서 다른 레퀴엠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도 같습니다.
주말에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포레의 레퀴엠을 꺼내 들으면서 갑작스런 사고로 떠난 이들이 안식을 찾길 빌었습니다. 남은 유족들과 부상자들에게도 많은 국민들의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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