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미식의 대만여행 1

한동안 대만 여행 붐이 분 적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보다 가깝고, 일본보다 물가는 싸지만 온천 등 휴양지나 맛집도 많아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높아졌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봤던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타이베이 옆 단수이에 있는 담강고등학교였기 때문에 대만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 누나네 가족들이 시간이 맞아서 함께 대만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약할 때 고급 숙소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저녁에 호텔에 도착했을 때부터 매우 만족스럽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은 일단 다들 가는 용산사부터 들렀습니다. 용산사는우리와 달리 불교에 도교 및 유교까지 함께 모시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향을 피우면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사찰 안이 뿌옇게 연기로 차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도 향에 불을 붙여 간단하게 소원을 빌었는데, 가만히 보니 공물로 일본어가 잔뜩 적힌 롯O 과자들이 많이 놓여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대만은 모두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겪었지만, 일본의 식민지배 방식이나 상황이 서로 다른 부분이 많다보니 양국이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에 일본과의 관계나 국민들의 감정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용산사를 나와 시내로 이동해 딤섬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지점이 들어와 있는데 대만 본점과 우리나라 지점의 맛 차이에 대해 약간 논란이 있긴 했는데, 저는 사실 차이를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냥 둘 다 맛있었습니다. ㅎㅎ 식사 후에는 주변 상점들을 돌면서 예쁜 상품들을 살펴봤는데, 나무로 만든 모빌이나 오르골 등 고급스러운 제품들이 많이 있어서 하나 사고 싶은 유혹을 느꼈습니다. 구경을 하다가 배가 좀 고파서 파인애플이 들어간 펑리수라는 간식을 사먹었습니다.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마트에서 사먹었던 밀크티처럼 펑리수도 꼭 먹어봐야 하는 필수 코스처럼 되어 있었는데, 많이 달지 않아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실 좀 퍽퍽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시내를 돌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저녁이 되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타이베이 101 빌딩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최상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멋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이 되자 타이베이 101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전망대 티켓 가격이 생각보다 좀 비싸서 볼 것이 많은가 하는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꽤 이동속도가 빨라서 귀도 좀 멍멍했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밖의 야경을 보다가 한 층 위로 올라가니 엄청나게 큰 철구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게 뭐지 하고 깜짝 놀랐는데, 설명을 보니 타이베이 101 빌딩이 워낙 높은 빌딩이라 태풍 등 센 바람이 불거나 지진 등 진동이 큰 경우 건물이 흔들리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철구가 흔들리면서 빌딩이 무너지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초고층 빌딩들에도 그런 장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전망대에서 야경까지 구경하고, 아래로 내려오니 산호나, 옥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귀한 재료로 만든 공예품들이 많이 있어 다 둘러보고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좀 피곤해서인지 호텔로 돌아온 후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장개석 총통을 기념하는 중정기념관을 갔다가 노천 온천에 가기로 했습니다. 중정기념관은 학창시절 중국어 교과서 표지에도 그려져 있었던 건물인데, 실제로 보니 책에서 보던 것보다 더 웅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전통 청기와가 하얀 벽과 어울렸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꽤 길어서 땀이 나고 숨이 좀 찰 정도였습니다. 건물 안에는 삼민주의를 강조하는 장개석 총통의 동상도 있었는데, 대만에서 수십년 동안 계엄령을 통한 독재로 종신 집권을 했던지라 다른 독재자들처럼 엄청나게 큰 동상을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정기념관 내부를 둘러본 후 간단한 기념품도 사서 우리 일행은 노천 온천을 하러 길을 나섰습니다. 대만은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상 화산지대에 위치해서인지옛부터 유명한 온천이 많았다는데, 그 중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온천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막상 도착해보니 거의 무료인 것은 맞는데, 탈의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영복으로 얼른 갈아입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온천탕에 들어가니 뜨거운 온천이 쌓여 있던 피로를 확 풀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온천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한 번 정도 온천을 경험해보는 정도로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노천 온천을 하고 나니 배가 좀 고프기도 하고, 조카가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회전 초밥집에 갔는데 생각보다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역시 대만은 미식 여행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배를 채운 후 좀 어둑어둑해지자 먹거리와 볼거리로 유명한 스린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오기 전이었던 대왕 카스테라도 사먹고, 큐브 스테이크도 먹으면서 구경을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서 호텔로 돌아가 간단히 맥주 한 잔을 마신 후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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