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던 라오스 여행 2

방비엥에 도착해서 첫날 묵은 숙소는 하룻밤에 3천원 정도 하는 숙소였습니다. 여러 숙소를 돌아봤는데, 놀랍게도 가장 싼 숙소는 하룻밤에 700원 하는 숙소도 있었습니다. 그 중 비록 에어컨은 없었지만 선풍기가 있는 나름 깔끔한 숙소를 골랐는데, 그 숙소에는 숙박객을 기다리는 다른 손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였습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켰는데, 바닥에 뭔가 검은 것이 있기에 처음에는 무슨 무늬인가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였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날아다니는 큰 바퀴벌레들이 있다는 말을 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바퀴벌레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바퀴벌레와 함께 잘 수는 없다는 생각에 비닐봉지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바퀴벌레를 잡은 후 방 밖으로 나와서 풀어줬더니 후두둑 하고 진짜 날아갔습니다. 핵전쟁에도 살아남는다는 바퀴벌레… 지금도 잘 살고 있겠죠.

버스 여행으로 지쳤기에 푹 쉰 후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방비엥은 다양한 액티비티로 유명하기 때문에 여행사를 찾아가 다음날 튜브를 타고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튜빙 예약을 한 후 음식점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 가면 전세계 백수들이 다 모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방비엥은 그보다도 더한 히피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명작이긴 하지만 오래된 미드 프렌즈를 틀어놓고 있고, 여행객들은 다들 반쯤 누운 자세로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안주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음식값이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주문해도 한끼에 대략 3, 4천원 이내이고, 숙박료도 워낙 싸다보니, 장기간 머무는 여행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여유있게 여행하는 서양인들이 80% 가까이 되는 특이한 여행지였습니다. 음식점에서 프렌즈를 보면서 맥주 한 모금을 마시다보면, 달리 부러울 것이 없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방비엥에서도 라오스식 마사지를 받았는데, 태국식보다 좀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예약한 튜빙을 했는데, 튜빙이란 것이 상류로 차를 타고 올라가서 강가에 내려주면 각자 튜브를 타고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은 라오스에서는 우기라 방비엥을 가로지르는 쏭강에 물도 많고 유속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처음에는생각보다 강물이 빨라 좀 걱정도 됐는데, 튜브를 타고 내려가다보니 적응이 되어서 좀 괜찮아졌습니다. 튜빙의 재미는 튜브를 타고 내려가면서 곳곳에 설치된 카페에서 던져주는 구명튜브가 매달린 밧줄을 잡고 올라가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튜브를 타고 2, 3곳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튜브를 타고 내려가는데, 저 아래에서 사람들이 크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곳으로 가보니, 다들 강물이 있는 쪽으로 점프하는 미끄럼틀을 타고 놀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여행하던 동행이 한번 타보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미끄러지지 않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다른 여행객들이 힘껏 밀어줬습니다. 신나게 날아가서 강물에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상하게 강물 위로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저를 비롯한 여행객들이 다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강물 위로 올라왔는데, 그만 정신이 없었는지 던져준 구명튜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제 일행이 빠르게 흘러가는 흙탕물과 함께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강물을 떠내려가는 것을 보자,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강변을 따라 떠내려가는 일행을 따라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고, 구명튜브를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 카페지기 소년도 카약을 타고 황급히 제 일행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분 가까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데, 다행히 카약을 타고 갔던 소년이 제 일행을 구해서 카약에 태우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물살이 너무 세서 수영을 하기는 어려워서 하늘을 본 자세로 그냥 힘을 빼고 떠내려가고 있었는데 카약이 와서 자기를 구해줬다고 했습니다.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다시 카페로 돌아가니 다들 박수를 치면서 환영해줬습니다. 저와 제 일행은 다시 튜브를 타고 내려가 하류까지 가서 튜브를 반납한 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숙소로 돌아온 후 제 일행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다음날 하루종일 앓아누워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다음날에는 기운을 좀 차려서 경치 좋은 방비엥을 뒤로 하고 루앙프라방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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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던 라오스 여행 1

제가 사법연수원에 다녔던 2011년에는 1학기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많은 압박을 받는 연수원 공부를 하면서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시간이나 비용을 생각해 가까운 곳을 택해야 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여러 번 갔었기에 이번에는 좀 생소한 라오스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라오스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곳이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이라 실제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라오스에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이나 태국을 경유하는데, 저는 돌아오는 길에 방콕 카오산 로드에도 가보고 싶어서 태국을 경유하는 항공권을 예매했습니다. 출발 전 라오스에서 같이 여행을 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니 라오스를 여행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아 구하지 못하다가, 다행히 비엔티안에서 만나서 라오스 일정을 같이 할 수 있는 동행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태국을 거쳐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 도착했는데, 비엔티안 공항은 마치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방콕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비행기도 작은 프로펠러기였는데,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공항 옆에 바로 붙어 있는 논에서 벼를 베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비엔티안에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니 만나기로 한 일행이 있어서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가이드북을 보니 비엔티안에는 인기있는 프렌치 식당이 있었는데, 가보니 손님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가격을 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어서 송아지 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저도 생전 처음 시켜보는 메뉴라 맛이 어떨까 걱정이 됐지만 막상 먹어보니 쫄깃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저는 동남아시아에 가면 꼭 망고스틴을 사먹기 때문에, 시장에 들러 망고스틴을 사서 일행과 함께 망고스틴을 까먹으며 앞으로 여행 계획을 의논했습니다.

그렇게 여행 첫날이 가고, 다음날 본격적인 라오스 여행을 위해 방비엥으로 가는 미니 버스를 탔습니다. 방비엥은 다양한 액티비티로 유명한 곳으로, 제가 갔을 때만 해도 주로 서양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였습니다. 방비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홍수가 나서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했는데, 버스 기사가 지금은 지나갈 수 없다고 하기에 내려서 주변 노점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자 다행히 도로에 고여 있던 물이 빠져서 다시 버스를 타고 거의 7시간 이상 걸려 간신히 방비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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