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던 라오스 여행 3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에는 루앙프라방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습니다. 라오스 여행을 가기 전에 라오스 여행을 갔다온 분에게 가이드북을 선물 받았는데, 그 분이 루앙프라방에 대해서 극찬을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안식처 같은 곳이면서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곳이라고도 했기 때문입니다.

루앙프라방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푼 후 멋진 일몰로 유명한 푸시산으로 향했습니다. 해질녘이 되어서인지 계단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산을 올라 조용히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도 좋은 위치를 잡고 바쁘기만 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이 노을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여유를 즐겼습니다.

푸시산에서 노을을 본 후 내려와 야시장을 둘러보고, 한 길거리 음식점에서 야식을 사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점이 특이했던 것이 마치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데, 그릇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서 식당 주인에게 가져가면, 주인이 보고 계산해서 내야 할 금액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각 음식이 얼마인지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혹시 바가지라도 쓰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직 라오스 주민들이 순수한 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야식으로 배를 불린 후에는 방비엥에서 장시간 이동하느라 피곤해서 그런지 숙소에 가서 잠을 푹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탁발 승려들에게 공양물을 주는데 참여했습니다. 탁발 승려들에게 주기 위해 전날 산 사탕과 바나나를 들고 나갔는데, 특히 귀여운 동자승들이 있어서 가져간 것들을 다 줘버려서 나중에는 줄 음식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여성이 자신이 갖고 온 밥을 대신 주라며 나눠주기에 고맙다고 말하고 줬는데, 막상 탁발이 다 끝나자 전날 산 사탕과 바나나보다도 많은 돈을 달라고 해서 좀 당황했습니다. ㅎㅎ 어쨌든 좋은 일을 하고 아침부터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어서 돈을 주고 아침식사를 하러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오전에는 좀 쉬다가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한 꽝시폭포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을 탔습니다. 40분 정도 논밭이 옆으로 펼쳐진 길을 달려 꽝시폭포에 도착하니 우기라 그런지 물이 많았습니다. 물이 고인 라군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는데, 저는 수영보다는 폭포를 보고 싶어서 바로 위에 있는 폭포로 올라갔습니다. 폭포로 가니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도 많고, 올라가는 길도 일부 유실되어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가니 폭포 소리가 요란하고, 바위를 타고 진주처럼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시원하게 떨어지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꽝시폭포의 멋진 광경에 폭포 앞에서 한참 멍하니 물방울들을 보다가, 같이 간 일행과 함께 루앙프라방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루앙프라방 시내에는 유명한 사원이 하나 있는데, 사원 안에 있는 나가 5마리 형상의 가마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유명한 가마보다 사원 벽에 타일로 장식된 나무가 더 좋았습니다. 세계 여러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와 같은 느낌의 나무였는데, 거친 듯 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장식이었습니다.

라오스 가이드북을 준 분이 추천해 준 환타지아란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있었는데, 인테리어도 독특하고 음악이나 조명도 몽환적인 느낌이어서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특히 신발을 벗고 야외에 놓인 쿠션 같은 의자에 편하게 누워서 비어 라오를 마시다보니 하늘의 별도 보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순수했던 라오스의 여행 마지막 밤이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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