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2

전날 래프팅과 시내 관광으로 좀 피곤했는지, 다음날에는 가족들이 다들 편히 쉬기로 했습니다. 저도 오전에는 정원 한 구석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었는데, 점심때가 되니 점점 더워졌습니다. 그래서 객실로 돌아와 수영복을 챙겨들고 리조트의 야외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야외 수영장에서는 바다가 잘 보였는데 수영장에 들어가서 바다에서 파도가 치고, 멀리 구름이 떠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수영장에서 나와 샤워를 한 후 객실로 가는 길에 보니 도마뱀 한 마리가 보행로 아래 물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에 봤던 도마뱀인가 해서 잠시 도마뱀을 보고 있는데, 슬슬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도마뱀이 기둥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쪽으로 가는 것인가 싶었는데, 새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도마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휴가를 왔지만, 여기 사는 새와 도마뱀에게는 순간순간 생존의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각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는 미리 예약을 한 리조트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이 전반적으로 좋긴 했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태국의 유명한 게요리인 뿌빳뽕커리였습니다. 게와 커리로 만드는 이 음식은 보통 게살 뿐만 아니라 게 껍질 자체도 다 함께 씹어 먹습니다. 그래서 이 요리에 사용하는 게는 원래 껍질이 부드러운 소프트쉘 게를 사용해야 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레스토랑에서는 껍질이 딱딱한 일반 게를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씹어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치아가 아프고 나중이 되니 잘못하면 치아가 다 부러질 거 같아서 결국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데, 막상 그 당시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열심히 그 게껍질을 붙들고 먹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리조트 공연팀에서 공연을 한다고 의상을 입고 준비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잠시 산책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공연은 횃불을 든 공연자가 횃불을 돌리면서 무대 주변을 도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후 입으로 불이 뿜거나 불이 붙은 후프 안을 통과하는 등 서커스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발리의 전통 문화를 보여줬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1시간 정도 공연을 본 후 다들 피곤했는지 다들 일찍 객실로 돌아가서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발리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던 다음날 오전은 날씨가 좋아 가족들이 모두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모여 앉아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잠시 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청솔모 한 마리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노리고 다가왔습니다. 코를 킁킁대면서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우스워 지켜보고 있던 가족들이 함께 웃었습니다.

발리에서는 하얀 꽃잎에 노란 술이 보이는 꽃들이 달린 나무가 많았는데, 땅에 딸어진 꽃향을 맡아보면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꽃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프란지파니’라는 꽃이었는데,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저는 길을 가다가 떨어진 프란지파니 꽃잎을 몇개 주워서 향을 맡아 보기도 하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프란지파니 오일이 있길래 하나 골랐는데 프란지파니 오일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귀한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습니다. 그래도 안 샀다가 나중에 후회할까봐 사가지고 귀국해서 디퓨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리조트에서 마시고 싶은 음료수들과 간식들을 챙겨 먹으면서 리조트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부모님도 계시고, 업무로 지친 몸을 쉬고 싶었기에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리조트 내에서 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그 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면서 따로 계획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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