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화유산 여행 2

비를 맞아 지친 몸을 좀 쉬고 난 후 다시 경주의 야경을 보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첫날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택시에서 숙소 가까운 곳에 고분군이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운 낮보다는 서늘해진 저녁에 고분들 사이를 거닐고 싶었습니다. 천천히 걸어 가보니 대릉원이라 표지판이 있고, 조명을 받은 고분들이 조용히 낮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에 비친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이 손으로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이미 어두워서 그런지 산책나온 사람들도 거의 없어 저는 천천히 고분들 사이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복잡한 머리도 식혔습니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에 대릉원을 한가로이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근처에 있는 분황사를 찾아갔습니다. 분황사는 황룡사지 옆에 있는 사찰로 현재는 아주 큰 규모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상당한 규모였다고 하는데, 모전석탑이 유명합니다. 분황사에 가보니 모전석탑이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래되었는데도 전체적인 전탑 양식과 금강역사상이 어우러져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모전석탑을 한참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좋아하는 목어가 있었습니다. 사찰마다 운판이나 목어, 종이 있는데 그 문양이나 모양이 제각각이라 자세히 보다 보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나 분황사 목어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그 모습이 심해에 사는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눈이 툭 튀어 나오고, 등지느러미도 뾰족한 것이 마치 현대미술작품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분황사를 마지막으로 경주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살펴보는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간만에 여유있게 구경을 하고, 잠도 푹 자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에 이후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법률지원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쉬어야 할 때는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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