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기존에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레마르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전쟁의 공포를 상상하는 것과 화면으로 전쟁 장면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제목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표현이 아이러니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의 잔인함과 비정함을 한 문장으로 보여줘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소설과 영화의 마지막에 휴전 시점을 15분 남기고 적진으로 돌격을 명령하는 장군이 후방에서 휴전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는 것을 듣고 혀를 차는 장면과 같은 시각 참호에서 뒤엉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대비되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 휴전 협정에서 정한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격 중지를 외치고 다들 각자의 진지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묻게 됩니다.
며칠 전 이태원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이 벌어졌는데,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이 “예년과 비교해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결정은 어른들이 하고 희생되는 것은 젊은이들이라고 묘사되는 전쟁이 휩쓸었던 100년 전 세상이나 지금이나 우리 인류는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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