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가득한 몽골여행 6

홉스골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일출을 보는 것으로 열고 싶었습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들 잠들어 있는 어슴프레한 시간 저는 먼저 일어나 숙소 뒷편의 동산에 올랐습니다. 호수에 비친 해를 보기에 딱 좋은 명당이란 얘기를 이미 들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면 다시 귀국길에 나서야 했기 때문에 혼자서 쌀쌀한 몽골의 아침 공기로 정신을 맑게 하고 지평선 끝에서 쑥 올라온 해가 내뿜는 은은한 아침햇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몽골의 자연 속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자니 한국에서 가지고 있었던 여러 고민들이 실은 별로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다는 호연지기가 생기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홉스골과의 이별을 고하는 저만의 조용한 의식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꾸렸습니다. 저는 일행들 중 귀국하는 일부 사람들과 무릉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갔는데, 막상 울란바토르에 가니 베이징에서 울란바토르에 가려고 3번이나 시도했던 생각이 나서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 하루 머무는 동안 일행과 유명한 꼬치구이집에서 꼬치도 먹고, 국영백화점에서 몽골 특산품인 모피, 양털 제품과 칭기스칸이라는 브랜드의 40%짜리 증류주 쇼핑도 했습니다.

다음날 울란바토르에서 다른 일행들은 한국으로 가는 직항을 탔는데, 저는 베이징을 경유해 하루 묵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행들과는 한국에서의 뒷풀이 약속을 잡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울란바토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가는 길에 몽골에 갈 때와 같은 비행기를 탔는데, 그때서야 왜 비행기가 2번이나 회항했는지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공항을 이륙했던 비행기가 베이징 공항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일상적으로 했던 것처럼 뒤로 젖혀져 있던 좌석을 버튼을 눌러 원상복귀시키려는데 잘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번 버튼을 누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제 뒤에 앉아 있던 승객이 저를 돕기 위해 좌석을 앞으로 밀었는데,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나면서 좌석이 부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비행기 좌석이 그렇게 쉽게 부러진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 정도로 노후화된 기체로 해당 노선을 운항했기 때문에 조금만 기상 상황이 안 좋아져도 착륙을 하지 못하고 회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덜렁거리는 좌석에 앉아서 그래도 다행히 베이징 공항에는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로 오는 길에 예상치 못하게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자긴 했지만, 한국으로 귀국하는 길에는 예정했던대로 베이징 도심의 뒷골목인 후통 숙소에 짐을 풀고 하루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먼저 중국의 현대사를 지켜본 천안문 광장에 들렀는데 사람들도 많고, 테러 위험이 있었는지 광장에 들어갈 때 여러 번 소지품검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천안문 광장에 걸린 마오쩌둥 주석 사진과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중국인이 저에게 중국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준 다음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해줬습니다. 저는 돌아서면서 제가 중국인처럼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웃기도 했습니다.

저는 천안문 광장만이 아니라 주변의 최고인민법원, 대검찰청과 공안부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관청의 위치가 그 지위를 알려준다는 말처럼 자금성을 면한 중심대로에는 공안부가 위치해 있고, 우리 대법원인 최고인민법원과 대검찰청인 최고 인민검찰청은 왕복 2차선이 있는 뒷골목에 있어 중국에서 사법부가 차지하는 위상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법원 앞에서 사진을 한장 찍으려고 하자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공안이 제지를 하길래, 한국에서 온 변호사인데 기념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냐고 설명을 했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 할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사진 촬영은 포기하고 그 옆에 있는 다른 법원들 건물들을 지나오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판결이 억울하다는 내용인 것 같아 우리나라처럼 중국에서도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제가 관심이 있었던 관공서들을 둘러보고는 후통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뒷골목의 오래된 집들과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식사도 하면서 혼자서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여유를 즐기다가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여행하고 싶었던 몽골에 참 어렵게 갔지만, 그래도 그 정도 고생을 했기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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