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달에 한 번 서울시 마을변호사로 상담을 하는 날이었는데, 주민센터에 상담을 하러 오신 분이 저에게 자신이 기억나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전에 오셨냐고 답하면서 언제 오셨냐고 물었더니 1년 전에 왔었다면서 자신이 아니라 오빠의 사건 때문에 왔었는데, 1년 동안 재판을 받고 다시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자가 하는 얘기를 듣다보니 전에 들었던 사연이 생각났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공무집행방해 사건이었습니다. 술을 마신 오빠가 인도에서 길을 막고 다른 사람을 체포하고 있었던 경찰관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전에 상담하면서 무죄를 다투고 싶다고 하기에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대응하라고 했는데, 실제 공판에서는 재판장이 주변에서 상황을 본 가게 주인의 진술은 배척하고, 동료 경찰관의 진술을 믿어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경찰관이 상황을 오해하고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의뢰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것과 관련해 국가배상청구 사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많이 느낀 바 있습니다.
일단, 법원은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인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판사 스스로가 보통 법을 잘 지킬 뿐 아니라, 같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료의식이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아가 설령 그런 잘못을 했더라도 국가재정을 생각하면 배상까지 인정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도 보입니다. 다른 변호사들과 얘기하다보면 종종 판사가 법 해석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넘어 국가재정을 지키는 수비선수 역할을 자임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관계 확정에 있어 완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인간인 판사로서도 쉽지 않겠지만, 신의 역할을 대신한다고도 하는 판사들은 이러한 세간의 의심마저도 잘못된 것이었다는 깨닫게 해주는 판결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는 각 동별로 마을변호사가 있어서 법적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사안이나, 경제적으로 법률 상담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분들은 한번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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