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정치적 박해로 인한 인도적 체류 허가

제가 국내에 체류하는 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구성했던 난민구금 TF에 참여하게 되면서였습니다.

처음 수행했던 사건은 2013년말부터 동남아시아의 소수민족 출신으로 종교적,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는데,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은 난민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난민신청자는 난민신청이 거부되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화성외국인 보호소에 보호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사건은 이전부터 난민소송 조력을 해오셨던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님과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와 함께 진행했는데, 국적국의 주류 민족이 소수민족을 정치적으로 탄압하는데다가 서로 종교도 달라 제 의뢰인이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것입니다. 결국, 제 의뢰인에게 종교 활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사원을 파괴하는 등 박해의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이에 제 의뢰인은 다른 지역으로 도피하였다가 정부의 눈을 피해 우리나라로 피신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의뢰인의 난민지위인정 신청이 거부되었고, 행정소송 1심과 항소심에서도 증거가 부족하고, 여권에 기재된 성명의 동일성 여부가 문제된다는 이유로 패소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 의뢰인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3년 가까이 보호(사실상 구금)되어 있었는데, 자신이 겪는 시련도 신이 내린 것이라면서 50이 가까운 연세인데도 인내심을 갖고 잘 견뎌내었습니다. 또한, 제가 면회를 가면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힘들텐데도 항상 웃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해서 종교인이라 뭐가 다르기는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후 저와 박영아 변호사님은 의뢰인과 의논해 난민신청을 다시 하기로 하였고, 다행히 이의신청 단계에서 법무부 난민위원회가 난민지위는 인정되지 않지만 국적국으로 귀국시 박해의 위험은 있다며 인도적 체류허가는 허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제 의뢰인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후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해제되어 제 법인 사무실 앞까지 오셨는데, 가장 먼저 한 얘기는 너무 고맙고 제게 신의 은총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외국인보호소 밖에서 보니 더 반갑다고 축하인사를 건넸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유엔난민기구(UNHCR)과 난민지원단체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제 의뢰인은 이후 난민지원단체에 잠시 머물다가 종교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있는 종교시설로 옮겨가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한동안 제 의뢰인의 국적국 국가정황이 호전되어 제 의뢰인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안타깝게도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어 제 의뢰인은 앞으로도 국적국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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