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여행 1

2013년초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여러 곳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등 바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계속되는 취업 준비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번 바람을 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제 취업을 하고 나면 언제 긴 휴가를 내서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다가 고지대에 위치해 봄의 도시라 불리는 쿤밍(곤명)이 겨울에도 따뜻할 것 같아 훌쩍 윈난성으로 출발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느라 여행에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터라 이번에는 동행자도 구하지 않고 혼자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비행기 티켓과 쿤밍 숙소만 예약한 터라 이동하면서 계속 숙소도 찾아야 했는데, 쿤밍에 도착해보니 예상대로 밤에도 섭씨 18도 정도여서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먼저 ATM에 가서 현금카드로 중국 위안화를 인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인출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순간 국제미아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겼는데, 다행히 비상용으로 가져간 다른 현금카드를 이용하니 인출이 가능했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숙소로 돌아와 바에서 음식과 맥주를 마시면서 다음날 향할 다리성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쿤밍 버스터미널에서 물어물어 어렵사리 다리 고성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고속버스 기사 바로 뒷자리에서 앉았습니다. 그런데 고속버스 기사가 2개 차선 가운데로 달리면서 덤프트럭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얼마나 무섭게 버스를 운전하는지 불안해서 잠을 자기가 어려웠습니다.  차선 변경을 할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보내면서 과속까지 해대니 얼른 버스에서 내리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삶은 옥수수를 사먹었는데 우리나라 옥수수와 맛이 약간 달랐지만 더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다리 고성은 옛 다리국(大理國)의 수도였는데 대리국은 대리석(大理石)이라고 부르는 무늬가 아름다운 돌의 산지로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다리 고성을 걷다보면 대리석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다리 고성에 도착해서는 무거운 배낭을 풀어놓고,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저녁식사 후 밤에 걷는 고즈넉한 고성도 나름의 멋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먹은 후 다리고성 주변의 숭성사 삼탑과 얼하이호를 보려고 서둘러 자전거를 빌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를 빌리는데 여권을 보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경우 다시 발급받기도 어렵고, 혹시라도 여권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수도 있어서 망설이다가 다른 자전거 대여점에 갔는데,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여권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대여점 사장에게 여권을 맡겨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자전거를 돌려받으려면 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어 믿고 여권을 맡긴 후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자전거를 빌린 후 신나게 페달을 밟아  숭성사로 향했습니다. 숭성사에 있는 세 탑은 9세기에서 12세기까지 지어진 것들인데, 맑은 하늘 아래 석탑이 우뚝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주변을 돌면서 탑을 보다보니 특색이 있고, 주변의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한 그림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숭성사를 구경한 후 다시 자전거를 얼하이호로 몰았습니다. 얼하이호는 귀처럼 생긴 매우 큰 호수인데,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거리는 120km에 달하기 때문에 전체를 다 돌 수는 없어 1/3 정도 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배를 타고 오기로 했습니다. 호숫가를 따라 달리다보니 푸르른 호수의 색에 감탄하고, 호숫가에 있는 예쁜 수형의 나무들, 그물을 던지는 어부들의 모습 등 중국의 삶과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호숫가를 따라가면서 보니 옆에 서있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로등처럼 생긴 기둥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 장치가 함께 붙어 있었는데 디자인이 많이 세련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중국도 이제 신재생에너지에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약간 놀라기도 했습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의욕적으로 미래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3, 4시간 달리다 보니 오랜만에 장시간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서서히 엉덩이가 아파왔습니다. 그래도 이왕 타기 시작한 거 참고 계속 자전거를 탔는데 나중에는 너무 아파서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다가 끌기도 하면서 힘들게 계속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 원래 계획은 전체 1/3 정도 가면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유람선이 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니 겨울은 여행 비수기라서 유람선이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할 수 없이 주변 마을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어찌어찌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힘들어서 그런지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니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그래서 얼하이 호에서 잡히는 잉어로 요리한 유명한 잉어요리를 먹었는데, 가시도 너무 많고 비늘도 제대로 제거가 되지 않아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가이드북에서 맛있는 요리라고 해서 비싼 가격에도 주문했는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 할 수 없이 함께 주문한 맥주만 다 마시고 잉어 요리는 많이 남긴 채 그냥 일어났습니다. 자전거를 계속 타서 그런지 다리와 엉덩이가 쑤시기도 해서 그런지 숙소로 돌아가 침대에 쓰러져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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