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넴룻산에서 만난 커플이 태워준 차를 타고 하루 종일 카파도키아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여행 전 중고 랜드로버를 산 후 차 위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개조를 했고, 차 위에 짐뿐만 아니라 장시간 주유소를 찾을 수 없을 것을 대비해 석유통까지 잔뜩 실었다고 합니다. 터키 오는 길에 시리아를 지나왔는데, 리터당 20센트 정도로 석유 가격이 매우 싸서 석유통을 잔뜩 채웠다고 은근 자랑도 했습니다.
아드야만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은 거친 산길과 황량한 들판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멋져 부지런히 사진도 찍고, 가끔 특히 멋진 곳에서는 차를 세우고 내려 잠시 주변 풍광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비슷한 풍경이 계속되니 나중에는 좀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달려 어두워진 다음에야 겨우 카파도키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할 즈음 숙소를 어디로 정할까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숙소가 시설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니 그 곳에 가자고 제안했는데, 커플은 론리 플래닛에는 그 숙소가 없는데 괜찮은 곳이 맞는지 약간 걱정스러워했습니다. 제가 사진이 없는 론리 플래닛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에는 사진도 나오고 자세히 설명이 나오니 믿고 한 번 가보자고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진 탓에 숙소를 찾는데 약간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목적한 숙소에 도착했고, 우리 일행이 머물 방들도 오래 전 바위를 파서 만든 곳으로 시설도 좋아서 모두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은 제가 차도 얻어타고 왔고,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한 커플을 위해 항아리 케밥을 비롯해 카파도키아의 유명한 음식을 제가 대접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하면서 커플이 어떻게 만났는지, 1년간 여행을 마치고 영국에 도착하면 여자친구의 부모님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겠다는 등 사연과 여행 중 재밌었던 얘기도 들었고, 저도 시험 준비를 했던 얘기, 터키 여행을 오게 된 과정 등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져 다음날 여행을 위해 각자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가니 커플은 먼저 나와서 주변 산책을 했는데 너무 멋지다면서 저에게 혹시 계획한 일정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투어를 신청하거나 가까운 지역만 천천히 다닐 생각이었기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하자, 그럼 자기들과 함께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곳을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저 역시 차를 타고 다니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니 좋다고 하면서 대신 식사는 제가 사겠다고 했더니, 어제 저녁도 아주 잘 먹었으니 괜찮다면서 일단 출발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넴룻산에서 만난 커플 덕분에 카파도키아에서도 지하도시, 유명한 괴레메 마을, 스타워즈 촬영지였던 으흘랄라 계곡, 이른바 버섯바위 공원 등 여러 곳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커플이 운전했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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