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6

넴룻산에서 만난 여행 친구들은 카파도키아 여행 후 서쪽 앙카라를 향해 출발했고, 저는 북쪽으로 가게 되어 나중에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이드북에서 오래 전 폰투스 왕국의 수도였던 아마시아라는 도시가 터키 사람들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라는 글을 읽고, 쉬어가는 여행지로 삼기로 했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아마시아로 가는 길에는 캉갈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곳은 캉갈이라는 개로도 유명하고,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닥터 피쉬로도 유명한 곳이라 한 번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캉갈에 도착하니, 우리 진돗개처럼 캉갈이라는 지명이 품종명이기도 한 캉갈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명 ‘늑대잡는 개’라고도 불리는 용맹한 캉갈개는 덩치도 크고 늠름하게 생겼습니다. 온천에서 산다는 닥터 피쉬가 캉갈에서는 노천 온천이 있어 길가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닥터 피쉬를 체험해보려고 이곳저곳 물어보고 다녔는데, 우리처럼 관광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찾지 못했고, 피부병이 있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일종의 요양원 같은 곳을 간신히 찾아 체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온천수에 들어가니 닥터 피쉬들이 온 몸 여기저기 붙어 뽀뽀(?)를 하는데, 처음에는 재미있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발에 많이 붙어서 발가락을 꼬물꼬물대면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발가락에 붙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원조 닥터 피쉬들을 체험하고, 다시 아마시아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중간에 캉갈에 들르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돼 아마시아에 도착하고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강변에 숙소를 구한 후 간단히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는데, 강변 맞은 편 절벽에 있는 옛 폰투스 왕들의 석굴무덤이 조명을 받아 너무 멋있었습니다. 잠시 배고픈 것도 잊고, 강변 난간에 기대서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석굴무덤을 쳐다봤습니다.

아마시아에서 첫날 밤은 이동하느라 피곤했는지 푹 자고, 다음날은 오전 늦게까지 숙소에서 느긋하게 쉬다가 강변에 나와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동네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길래 간단하게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 나이가 얼마냐고 묻길래 32살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그렇게 나이가 많은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저는 은근 기분이 좋아져 크게 웃고는 고맙다고 인사한 후 본격적으로 아마시아 시내와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시아 시내에는 멋진 자미(모스크)들도 있고, 볼 거리들이 많이 있는데, 자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손발과 얼굴을 깨끗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세족하는 곳에 갔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이렇게 하는 거라며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셔서 따라 씻고 자미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더니 작은 도시라 그런지 관광객도 거의 없고, 주로 주민들인 것 같은데, 한 구석에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돌아다니기도 해서 저도 내부 구경을 했는데 조각이나 문양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약간 어두운 곳에 앉아 책을 읽다가 좀 졸립기도 해서 건물에서 나와서 자미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는데 다윗의 별 같은 흥미로운 조각들도 보였습니다.

밤에 보았던 절벽의 무덤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절벽에 있는 길을 따라 무덤들 가까이 갔더니 상당히 높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무덤들을 보니 일부 무덤은 만들다 만 곳도 있고, 안타깝게도 대부분 입구를 철창으로 막아 놓아 무덤 내부는 구경을 못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에도 볼 거리들이 많고, 위로 올라가서 아마시아 시내를 보니 녹색강으로 유명한 아마시아답게 강과 산 시내가 어우러져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터키인들이 왜 아마시아에 와보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분에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터키 음식이 세계 3대 음식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터키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들을 놓치지 않고 먹으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먹지 못했던 것이 양갈비 스테이크였습니다. 가이드북에 보니 양갈비 스테이크가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양갈비 스테이크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많이 기대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약간 짠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나온 다른 채소와 음료수와 같이 먹다보니 짠 맛을 중화시켜줘서 잘 어울렸고, 다 먹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뭔가 아쉬웠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다 보니 식당 주인이 술을 팔지 말지 정하는데, 하필 그 식당은 술을 함께 팔지 않는 곳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던 주류만 판매하는 주류 상점에서 터키의 유명한 맥주인 에페스를 산 후 숙소에 돌아가 창문을 열어놓고 전 날 밤처럼 멋진 야경을 즐기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먹었던 양갈비 스테이크가 다시 생각나길래 부지런히 일어나 식당에 가서 가성비 좋은 만 오천원짜리 양갈비 스테이크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산정상에 있는 요새로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느낌으로 올라갔는데 길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나, 한참 올라간 후 보이는 아마시아 시내가 볼 때마다 멋졌습니다. 요새에 있는 카페에서는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시내로 내려왔습니다.

시내로 내려와서는 터키에 가면 꼭 가보려고 했던 터키식 목욕탕인 하맘을 찾아갔습니다. 입장할 때 이용료와 거품목욕료를 한꺼번에 내는데, 수건을 하나 걸치고 욕탕 안으로 들어가니 세신사가 먼저 몸에 물을 끼얹어 씻으라고 몸짓으로 설명을 해줬습니다. 일단 몸을 씻고 나자 따뜻한 돌 침대에 누우라고 한 뒤 수건으로 엄청난 진짜 엄청난 크기의 거품을 만들어 온 몸에 바르고 목욕을 시켜주는데, 끝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하고 색다른 체험이라 다시 또 해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맘을 나와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가니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첫째 날보다 조명을 받는 절벽의 무덤들이 더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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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4

샨르 우르파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넴룻산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한참 타고 가다가 핀란드에서 산 살라미를 잘라서 먹고 있는데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가 제가 먹는 것이 뭔가 궁금한지 계속 쳐다 보기에 순록과 곰고기로 만든 살라미라고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살라미를 잘라서 아이 어머니에게 주었더니 고맙다면서 곰고기는 처음 먹어본다고 하기에 저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ㅎㅎ

가이드북을 보니 샨르 우르파에서 넴룻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아드야만이라는 도시에서 넴룻산 투어를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아드야만행 버스를 탄 것인데, 가는 길에 보이는 들판과 넓은 호수의 풍경이 멋져서 다른 여행객들처럼 저도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아드야만에서 숙소를 구한 후 숙소에서 넴룻산 투어가 가능한지 알아보니, 제가 여행을 간 시기가 겨울이라 일반적인 넴룻산 투어는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적으로 차량과 가이드를 렌트해서 넴룻산과 주변의 콤마게네 왕국 유적을 돌아볼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가격도 매우 비쌌는데, 그렇다고 거기까지 가서 넴룻산을 안 올라갈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불하고, 투어를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넴룻산을 등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날은 저녁을 든든히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준비를 하고 나가보니 택시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택시 기사가 택시를 몰고 하루 종일 저와 함께 일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넴룻산 높이가 2,150미터 정도 되는데 그 정상에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코스 1세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처음에는 그 높이를 다 등산해야 하는 줄 알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로부터 다행히 택시가 한참을 올라가서 정상 부근에서부터 올라간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올라가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겨울에는 찾아오는 여행객이 없어서 입장료도 받지 않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기뻤던 것도 잠시, 막상 입구에 도착해보니 관리자 뿐만 아니라 여행객도 하나도 없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눈이 종아리 높이까지 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달랑 트래킹화에 편한 복장으로 올라간 저는 깜짝 놀래서 기사한테 저길 올라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기는 택시에서 기다릴테니 잘 다녀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비용도 다 지불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혼자서 눈 덮인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아 근데… 진짜 아무도 없는 눈 덮인 산길을 계속 혼자 올라가다보니 이러다 조난이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겁도 나고, 무엇보다 눈이 많아서 계속 발이 빠지니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당시 물도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200ml짜리 음료수 하나와 초코바 하나 정도만 가지고 올라갔는데, 1시간 정도 지나니까 너무 목이 마른 것이었습니다. 결국 음료수를 다 마시고 계속 올라갔는데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내려갈까 고민을 계속 하다가 쌓여 있는 눈이라도 먹자는 생각이 들어서 눈을 파헤쳐 안에 있는 나름 깨끗한 눈을 손으로 퍼서 먹으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저는 쓰러질 것 같이 힘들었지만 기진맥진한 상태로 정상 근처에 도착하니 매점 같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살았다!!! 하는 생각으로 가까이 가보니 실망스럽게도 매점도 문을 닫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테이블과 의자가 있기에 그 곳에 앉아서 초코바를 먹으면서 쉬고 있는데, 저 아래에서 여행객 2명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깊은 산 속에 홀로 있는데 사람을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 그 여행객들을 기다려 같이 올라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 쉬면서 힘을 회복했는지, 다른 여행객들을 보고 힘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여행객들이 제가 쉬고 있는 매점 근처로 오자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여행지에서 항상 하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 어디를 갔었냐 등등 얘기를 하다보니 이 여행객들 2명은 커플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를 몰고 6개월에 걸쳐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중동을 지나 터키에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부럽던지…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시 무덤을 향해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무덤에 도착해보니 일부 석상들이 눈에 묻혀 있기도 하고, 무덤 위로 올라가는 길이 전부 눈에 덮혀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힘들게 올가가는데, 위에는 눈이요, 아래는 자갈 같은 작은 돌들로 60미터 가까이 쌓아 놓은 지라 발이 자꾸 빠져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지쳐서 주저앉기도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에 그렇게 고생해서 올라간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에 앉아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같이 올라왔던 커플이 아래에 있는 석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반대편에 있는 석상들은 몸통 부분이 훨씬 더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이 보여 저도 내려갔더니 커플이 제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고 좀 더 얘기를 나눴는데, 알고보니 그 커플은 결혼을 약속하고 남아프리카 태생 남자가 차를 몰고 여행을 하면서 애인인 여자친구의 부모가 살고 있는 영국까지 가는 중이었습니다. 심지어 페트라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우와…

1시간 반 정도 커플과 함께 산을 내려오면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남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경기장 설계를 맡았던 사람으로, 2년 가까이 거의 쉬지도 못 하고 일만 했는데, 월드컵이 끝나자 휴직을 하고 여자친구와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감탄을 하자 자기도 1년이나 걸리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막상 닥치면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제가 몇 년 전부터 터키 여행을 오려고 했는데, 사법시험에 작년에 합격해서 이제야 왔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처음 출발했던 입구 가까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커플이 다음 목적지가 어디냐고 묻기에 카파도키아로 간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그 곳으로 간다면서 제가 원하면 자기 차에 같이 타고 가자고 말했습니다. 저는 뜻밖의 제안에 고마워 생각해보겠다고 했더니, 제가 머무는 숙소가 어딘지 알려달라기에 숙소 위치를 알려줬더니, 자신들이 그 앞을 지나갈테니 내일 오전 7시까지 숙소 앞으로 나오면 자신들이 픽업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커플이 좋은 사람들 같아 보여서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헤어졌습니다.

입구에서 커플과 헤어지고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다행히 택시 기사가 저를 버리지 않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택시에 타자 어땠냐고 하기에 아주 힘들었지만, 올라가니 또 아주 좋았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유적들을 둘러볼 생각이냐 아니면 숙소로 갈 것이냐고 묻기에 좀 피곤하긴 했지만 이왕 투어를 시작했으니 예정대로 가자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산골 깊은 곳으로 차를 몰고 출발하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요정들이 사는 세상 같은 풍경도 보고, 옛 왕국의 유적들도 보면서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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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3

저는 고대 유적을 간직한 하산 케이프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샨르 우르파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메드야트라는 도시가 있었는데, 이슬람국가인 터키에서 특이하게도 기독교도들이 다수인 도시라고 했습니다. 버스를 메드야트에서 갈아타야 했기에 버스표를 사고 보니 출발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진짜로 십자가가 있는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물 자체도 오래되고, 조각도 되어 있어 유심히 보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국토가 넓은 터키에서는 오랜 시간 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기차보다는 버스 노선이 발달해 있고, 버스도 주로 메르세데스 벤츠사 제품으로 버스 안에 화장실까지 있을 정도로 시설도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버스를 타면 출발하기 전에 손에 손세정제를 뿌려주는데, 그 향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의 버스 탑승 시간을 버티면서 샨르 우르파에 잘 도착했습니다.

샨르 우르파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샨르 우르파 성에 가서 아브라함 사원과 연못을 살펴본 후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참새떼가 까마귀들과 싸우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까마귀들이 참새들을 쫓자 엄청난 수의 참새들이 무리를 이뤄서 까마귀들과 대항하는데 결국 까마귀들이 물러나버린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약한 새들이라도 힘을 합치면 힘센 새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샨르 우르파 성에서 내려와 저녁을 먹으려고 현지 식당들을 돌아보다가 손님이 많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식당 사장님과 손님들이 말을 걸어와서 식사를 하면서 손짓발짓까지 섞어 가면서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들 사진도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내줄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다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의 집에까지 초대를 해서 집에도 갔었는데, 아쉽게도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샨르 우르파에서는 먼저 박물관에 갔는데 스핑크스를 닮은 조각상과 프레스코화도 있고, 모자이크화도 많이 있었기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 중에는 1만 2천년 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괴베클리 테페에서 발굴된 것 같은 거대한 기둥들도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다 둘러본 후에는 박물관에서 도시 근교에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고 해서 발굴 현장에도 찾아갔습니다. 박물관 뿐만 아니라 발굴 현장에도 제가 좋아하는 모자이크화가 많아서 발이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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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2

핀란드의 소박한 모습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는 많이들 여행을 가는 지중해쪽이 아닌 동남아나톨리아 지역부터 여행을 할 계획이었기에 이스탄불에서 바로 수천년 이상 된 교역도시였던 마르딘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마르딘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교사 연수원 같은 곳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가 한국에서 여행을 왔는데 혹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평소 외국인이 별로 방문하지 않는 지역이라 그런지 놀란 표정으로 알아볼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후 돌아온 직원이 제게 숙박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방을 배정해주었는데, 조식 포함한 숙박비가 매우 저렴해서 이번에는 제가 놀랐고, 더구나 숙박객이 없어서 화장실까지 딸린 방을 저 혼자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제가 마르딘에 간 이유는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던 유프라테스강과 그 문명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르딘에 가보니 실제로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마르딘에서 주변이 다 내려다보이고, 마르딘의 여러 건물들도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종교 건물들은 정성들여 정교하게 조각한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르딘에서 이틀 정도 머물며 카페에서 차이와 바클라바를 먹으며 해가 지는 것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길을 떠나 버스를 타고 하산 케이프로 출발했습니다. 하산 케이프는 1만년 가까이 된 옛 유적들이 있는 지역으로, 제가 하산 케이프에 갔을 때만 해도 차가 지나가면 다리 상판이 떨어져나갈 듯 흔들리는 오래된 다리 옆에 새로운 교량을 짓고 있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2020년 터키 정부의 댐 건설 사업으로 수몰될 예정입니다.

하산 케이프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에 반 자른 드럼통으로 쾨프테와 고추 등 꼬치를 구워 팔고 있는 상인들이 보였습니다. 표지판도 없어 유적을 찾아가려면 정확히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배도 채울 겸 쾨프테를 사먹으면서 성과 동굴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상인이 꼬치를 건네주면서 제가 들고 있는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어디로 올라가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마침 꼬치를 굽는 드럼통 옆에 드래곤볼 손오공 열쇠고리도 팔고 있어 제가 그걸 가리키자 같이 웃더니 제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터키까지 진출한 드래곤볼 손오공

좀 전에 올라간 사람들도 동양인 같은데 아는 사람들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계속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저도 궁금해하던 차라 가만히 무슨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적이 있는 곳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속주의국가라는 터키에서도 지방이나 동부쪽은 보수적인 이슬람 신자들이 많은데, 당시 우리 언론에도 문제가 되고 있었던 이른바 ‘땅밟기’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저러다가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되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일어섰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하산 케이프 성과 동굴집이 보였는데, 유프라테스강을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새로 감시도 하고, 무역 거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산 케이프 성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을 아이들 몇명이 저를 따라오면서 자꾸 돈을 달라고 하길래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더니, 청년들이 몇명 올라와서 아이들을 쫓아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어디서 왔냐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디야르바크르 대학에 다니는 쿠르드족이라면서 소개를 했습니다.

얼마간 얘기를 하다 보니 자기들도 하산 케이프에는 처음 와본다면서 이 곳을 개발한다고 하여 유적들이 없어지기 전에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래된 유적들이 훼손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말이 좀 통하는 청년들을 만난 것이 반가워 아래로 같이 내려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여 강변으로 같이 내려갔습니다.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바라보는 하산 케이프는 곳곳에 유적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땅 밑에는 아마도 더욱 오래된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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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1

2010년 드디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년 1월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터키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문명의 발상지이자, 교차점이었던 소아시아 지역, 지금의 터키는 볼 것도 많고, 맛있는 먹을 것도 많을 뿐 아니라, 물가도 많이 비싸지 않아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입니다. 시험 합격 후 함께 여행을 갈 친구들을 찾아봤지만 20일 가까이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가기는 어려워 혼자 출발한 후 여행하는 중간중간 동행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핀란드는 이전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여름이라 백야를 보았기에, 겨울철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경유지로 넣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제 계획에는 큰 착오가 있다는 것을 핀란드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은 우리 버스터미널처럼 아담했고, 마침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함께 타고 있었던 한국인이 있어 얘기를 나누었는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방학 때 한국에 왔다가 다시 미국에 가는 길에 헬싱키를 들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럼 같이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당시 서울은 뜻밖의 강추위가 몰려왔던 때라 거의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던 상황이었기에 영하 5도 정도 되는 북유럽 헬싱키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져 그런 얘기를 하면서 웃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서 숙소직원에게 이른바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답변을 듣고 제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로바니에미로 가는 비행기는 보통 6개월 전에 예매가 끝나고, 로바니에미로 가는 기차도 이미 매진된지가 오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처럼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은 이틀을 헬싱키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헬싱키를 돌아다니다 보니 전통시장에서 순록과 곰 그림이 그려진 살라미를 발견하고 상인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순록과 곰고기로 만든 살라미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 다양한 고기로 만든 살라미를 사서 먹어봤지만 순록과 곰고기는 처음이라 얼른 사서 챙겼습니다. 이 중 곰고기 살라미는 이후 터키를 여행하면서 장거리 버스를 탈때 다른 승객들에게 나눠줬더니 인기 폭발의 아이템이 되기도 했습니다.

헬싱키에서는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가구 박물관의 관람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오로지 나무로만 만들어져 있어 첫 눈에는 딱딱하고 불편해보였지만, 막상 앉아보니 너무 편해서 놀랐습니다. 또, 대통령궁은 도심 길가에 있는데, 소박한 건물이라 대통령의 권위를 앞세우는 우리 정서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특히 헬싱키 인근인 수오멘린나 요새에 가는 길에 봤던 북해의 바닷물이 얼어 떠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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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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