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잠시 그늘에서 더위를 식힌 후 수심이 별로 깊어 보이지 않은 저수지를 건너는 것으로 투어의 후반부가 시작됐습니다. 저수지 위에 널판지가 깔린 길을 걷다보면 섬이 하나 나오는데, 이 곳이 프라삿 닉 포안이라는 사원이었습니다. 좀 특이하게 이 사원은 작은 섬 위에 있는데,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부처가 열반에 이른 것을 기리는 뜻으로 세워져서 4개의 연못에 둘러싸인 중앙에 있는 1개의 연못은 히말라야에 있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연못을 본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이드는 이 사원에는 코끼리, 사자, 말, 사람의 모습을 한 4개의 분수가 있는데, 이 분수에서 성수가 나와 병을 고쳐준다고 하여 순례자들이 찾는다고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저수지 위를 걸어 돌아나와 다음 사원으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정교한 조각상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한 많은 조각상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기에 저는 각각의 조각들을 사진 촬영하느라 다시 빨리 오라는 가이드의 재촉도 못본 척 해야 했습니다.
















정교한 조각상들을 많이 본 후에는 다시 이스트 메본 사원으로 향했는데, 원래는 저수지 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물이 모두 말라버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긴 했지만, 사원을 향해 올라가는 길에 서있는 늠름하고 힘이 넘치는 사자상과 두툼하고 긴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원 위로 올라가니 여러 개의 탑이 있었는데, 탑에 사용된 석재가 다른 사원들보다 더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좋은 재질 위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은 계속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게 했고, 벽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참 넋을 잃고 보고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다소 일찍 투어가 끝나 마지막 목적지인 일몰 명소인 프놈 바켕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곳들을 더 구경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다소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해가 지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글들을 읽은 탓에 미리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프놈 바켕 사원은 해가 쨍쨍한데 그늘은 별로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저는 사원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일본 커플이 자리를 펴고 일몰 구경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서 슬슬 일몰을 보기 좋은 위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햇빛이 강한 탓에 계속 앉아만 있기는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모자를 꺼내 쓰고는 가져간 책을 읽으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슬슬 해가 약해지면서 다른 관광객들도 슬금슬금 제 옆자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일찍 와서 자리를 잡은 덕분인지 가장 앞쪽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평선 아래로 산산히 흩어지며 내려앉는 해를 보면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마음을 썼던 부질없는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도 되었습니다. 장엄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뭔가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하는 황혼을 뒤로 하고, 제 가이드를 찾아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땡볕에 돌아다녀서인지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니 온 몸이 노곤했습니다. 저는 구글맵을 검색해 숙소 주변에 있는 추천 식당에 가서 배부르게 식사를 한 후 다음날 새벽 앙코르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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