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103조제3항을 비롯해, 현수막 및 광고물 게시를 금지하는 제90조제1항제1호 및 제93조제1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위 조항들은 오래 전부터 주권자인 국민들이 능동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 왔던 대상이었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도 위 법조항과 관련이 있습니다. 2000년 총선 당시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총선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 중 부적합한 인사들에 대한 낙천 및 낙선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저는 당시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를 앞둬 휴학 중이었는데, 입대 전 의미있는 일을 해보려고 총선시민연대 활동에 자원봉사자로 함께 하였습니다.
주로 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한창 젊은 나이일 때라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거리 홍보활동을 하던 도중 MBC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9시 뉴스데스크에 첫머리 뉴스로 방송이 되어 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 봤다고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투표 결과도 대대적인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낙선 대상자들이 고배를 마셨고, 저도 개표 당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벅찬 마음으로 개표 후 일주일 정도 지나 군에 입대를 했고, 2년여 군복무를 마친 후 제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대 후 뉴스를 통해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기간 금지한 낙천,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바로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그 조항들입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부정한 돈은 막고, 입은 열겠다는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형사처벌이라는 압박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인 국민들의 언로를 막는 불합리한 조항들이었습니다.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20년이 넘게 흘러 이제 와서야 위헌으로 결정되었다니 만시지탄이라고 해야 햘지,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발전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번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 배지들을 보면서 오래 전 대학생 시절의 추억에 잠시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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