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이후 아내와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종류의 술을 즐기는 저는 혹시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아내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다행히 제 아내는 맛있는 식사와 반주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는 풍류를 알아서 기쁩니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갖고 있던 와인 중 마데이라를 꺼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대서양에 있는 마데이라 제도에서 생산되어 그 명칭을 얻은 마데이라는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와인보다는 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와인은 알콜 도수가 11도 내지 14도 정도인데, 이 정도 알콜 도수는 보관 중 변질되는 것을 막기 어렵습니다. 이런 와인에 다른 알콜 도수가 높은 브랜디나 주정을 넣어 알콜 도수를 높이면 장기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 항해에도 적합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서양을 지나는 선박들이 마데이라 제도에서 생산된 와인을 싣고 항해를 하게 된 겁니다.
마데이라는 일반적인 와인보다 알콜 도수가 높고, 달콤한 다보니 식사와 반주로 마시기보다는 식사 후 디저트와 함께 마시곤 합니다. 보통 디저트 와인으로는 귀부와인, 아이스와인, 천천히 수확해 농익은 포도로 만든 레이트 하비스트 와인, 포트와인, 셰리주로 알려진 헤레즈 와인 등을 마시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마데이라는 처음 마시는 것이라 약간 기대가 됐습니다.

제가 마신 마데이라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질감이 가볍게 느껴졌고, 달콤하고 약간 새콤한 맛이 났습니다. 또 건포도 향이 강하게 났는데, 견과류의 풍미도 약간은 났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향이나 맛은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같은 장소에서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달리 느껴지기 때문에 너무 와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제가 처음 마데이라 제도를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컴퓨터로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에서 전세계를 여행하면서였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 마데이라에서 생산된 술을 아내와 함께 마시는 날이 오게 되다니, 인생은 참 우연의 연속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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