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

얼마 전에는 제가 위원으로 있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심리기일이 있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은 변호사로서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의 주장을 듣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일인데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위원과 좀 더 비슷한 역할입니다. 다만, 조정위원은 쌍방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다시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변론절차가 진행되어 법관이 판결을 내리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일단 행정소송에 이르기 전 단계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이 타당한지 및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는 법관이 판단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입니다. 물론, 전혀 논리적 타당성이 없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은 전체 주장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최종적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많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의 처분이 취소되기도 하고, 이에 따라 행정청이 다툴 수 없게 결론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하다보니 법관이 느끼는 중압감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 법대에서 변론을 듣는 법관들도 그러한 주장들의 당부에 대해서, 그리고 소송지휘와 관련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될지 예상이 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되었던 구두심리가 다시 시작되니, 청구인이나 피청구인이나 자신의 논리로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심판 당사자들은 위원장님이 심판 상대방에게 발언 기회를 주면 자신도 동등하게 발언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합니다. 하지만 수십개의 사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위원회 일정상 한 없이 시간을 줄 수도 없습니다. 절차 진행에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은데, 저 역시도 법정에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으로 서게 되면 아마도 가급적 더 많은 시간 구두로 변론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가 있고, 법관이나 변호사도 있는 것일 겁니다. 다만, 어떤 위치에 서있더라도 최소한 그런 절차가 자신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있는 절차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하겠지만 상대방이 존재하는 절차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러한 제도 자체가 운영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오로지 말 그대로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될 것입니다.

Views: 16

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Privacy Overview

This website uses cookies so that we can provide you with the best user experience possible. Cookie information is stored in your browser and performs functions such as recognising you when you return to our website and helping our team to understand which sections of the website you find most interesting and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