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때 풍물패에서 동아리 생활을 했습니다. 그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중에는 교환학생으로 온 나이 많은 누나와 친하게 지냈던 추억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누나는 벨기에로 입양이 됐는데 런던 정경대학을 다니던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궁금해 교환학생으로 왔고,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을 배우고 싶어 풍물패에 들어왔던 겁니다.
동아리방에서 만난 케이티 누나와 친해진 저는 함께 어울리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저를 양동생이라 부르던 누나가 가끔 학교 근처의 카페에 데리고 갔습니다. 지하에 있는 카페였는데, 카페 이름이 ‘보헤미안’이었습니다. 체코의 한 지방인 보헤미아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보헤미안은 집시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누나는 제게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고 소개했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 중에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누나와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테리어가 세련된 지하 공간은 진향 커피향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당시 아늑했던 카페의 분위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누나가 영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몇 번 이메일과 엽서를 주고받았는데, 제가 군에 입대한 후 시간이 흘러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대 후 그 때 갔었던 보헤미안이란 카페를 찾아봤지만 이미 문을 닫았는지 운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던 보헤미안 카페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최근 보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강릉의 커피 붐을 이끌었던 분이 바로 그 보헤미안 카페의 사장님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듭니다. 케이티 누나도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만날 날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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