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며칠을 보낸 후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의 관광열차를 탔습니다. 나무로 인테리어가 된 고풍스러운 열차였는데 열차를 타고 둘러본 눈이 덮인 산악 풍경이 펼쳐진 스위스의 겨울은 예전에 방문했던 스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유럽여행을 하면 와인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다양한 와인을 사서 나눠 마시곤 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관광열차를 타고 가다가 마트에서 구입한 스파클링 와인을 덮여 있는 눈 속에 묻어 바로 시원하게 칠링을 해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멋진 겨울 풍경을 보면서 마시는 와인 한잔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향신료 같은 존재였습니다. 또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헝가리산 디저트 와인인 토카이 와인을 사서 즐기기도 했습니다. 루이 자도의 본 로마네 와인 역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난민기구(UNHCR)을 방문해 내용을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듣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 구성이 노동자, 사용자 및 정부가 동일한 비율로 참여한다는 얘기에 국내에서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과거 사법시험 준비할 때 공부했던 국제법에 종종 나오던 국제기구여서 관심이 갔는데, 난민들에 대한 다양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후 난민 관련 업무를 하게 된 것에 유엔난민기구를 방문했던 경험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엔기구 건물 인근에는 유엔 설립의 취지처럼 전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조형물들과 기념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대자보를 통해 알게 되었던 발칸전쟁 기간 중 있었던 비극인 스레브레니차 사건 기념비도 있었고, 전쟁에 사용되었던 포신이 묶인 포와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도 있었습니다. 끔찍한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야 교훈을 얻게 된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하면서, 저 역시 매일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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