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를 맡은 프로야구 선수의 방출

저는 작년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선수대리인 자격을 취득해 올해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에이전트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은퇴한 프로선수들과 함께 일반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 얘기를 나누다가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지 듣고 흥미도 생기고,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을 찾아 성공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한 초기에는 스포츠 업계와 직업적으로는 별 관계없이 살았던 터라 에이전트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별로 없었는데, 다행히 몇몇 선수들과 인연이 닿아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가 닥치면서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리그가 중단되기도 하고, 이후 경기가 재개되긴 했어도 무관중이나 제한적인 수의 관중만 입장할 수 있는 상태로 진행되어 스포츠 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의 후원을 위해 저와 친분이 있는 업체들을 통해 후원이나 선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주선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프로야구의 인기가 점점 떨어진데다가 올해는 워낙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으로 선수들에게 경기용품을 후원해주는 업체를 찾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아는 인맥을 통해 후원 여부를 문의하고, 자료들을 보내고 만나기도 했지만 누구도 쉽게 후원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나고 제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 중 일부가 구단에서 방출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선수들이 방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해보니 어떤 선수는 다른 구단에서 접촉을 해오기는 했는데 실제 현역으로 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도자 과정을 준비하기도 하고, 또 다른 선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라도 운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방출된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다시 입단시켜주고 싶지만, 현재 각 구단들이 다들 보유하고 있던 선수들을 방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와 통화를 하면서 방출된 선수들은 애써 태연한 척 했겠지만 많이 주눅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시간을 내서 같이 식사와 술 한잔 약속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난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왔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모두에게 동등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선수들이 다시 한번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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