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과 역지사지

저는 원래 출퇴근이나 업무를 보면서 자가용 운전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시내 등 가까운 곳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천안 정도 이상 거리는 기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어떤 해에는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서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연간 주행거리에 600km를 적은 적도 있었습니다. 아마 자동차보험회사에서는 제 연간 주행거리를 보고 잘못 적은 것이거나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궁금해 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안전을 위해서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게 된데다가 수원이나 평택, 파주 등 대중교통으로는 자가용 이용시보다 2배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는 지역에서 업무가 많아 드디어 연간 주행거리가 7,000km를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주행거리를 적으면서 이제 나도 자동차를 제대로 모는 사람이구나 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으니 역시 사람은 별 것 아닌 것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가 봅니다.

이렇게 자가용 운전을 계속 하다보니 기존에 주로 보행자나 대중교통 승객 입장에서 느꼈던 것들과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제가 버스를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버스들이 도로에서 생각보다 거칠게 운행을 한다거나 보행자들이 위험한 차가 접근하는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등 새로운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행자였을 때는 차량들이 횡단보도 신호등이 주황색, 파란색 등으로 바뀌었는데도 마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주황색 등에서 갑자기 정지하면 뒤에서 따라오던 후행차가 추돌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황들을 경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입장에 서보는 것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는데, 몇년 동안 운전을 하면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들은 왜 깜빡이라고도 불리는 방향지시등이 옵션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수입차들은 차선 변경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데 아마도 방향지시등이 기본으로 장착된 것이 아니라 옵션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가격도 국산차보다 꽤 나가는 것들일텐데, 방향지시등 정도는 옵션을 추가 장착하지 않은 이른바 깡통차에도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그뿐 아니라 요새 유독 도로에서 더 많이 보이는 오토바이라고 불리는 이륜자동차나 원동기장치 자전거의 경우도 방향지시등이 없어서 많은 경우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것을 수시로 보게 됩니다. 물론 차량들 사이를 전후좌우로 누비면서 도로를 가로지르거나 역주행도 해야 하니 스스로도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몰라 방향지시등을 켜기 어려운 것도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방향지시등 장착을 옵션으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입니다.

제가 5, 6년 전 교퉁사고를 당해 운전을 별로 하지 않다가 올해 코로나로 인해 다른 해보다 운전을 많이 하다보니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것도 많이 있지만, 도로에서는 모두 안전운전이 코로나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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