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는 국회가 그동안 밀려 있었던 과제들을 한번에 많이 끝냈습니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나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 등을 도입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지만, 제가 이사로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침내 의결이 되었습니다.

줄여서 장사법이라고도 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기존에 사망자의 장례를 주관할 수 있는 연고자 범위를 법률상 친족이나 사망 전 보호하던 행정기관이나 치료기관 등으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점차 개인화, 파편화되면서 이러한 친족이나 가족과 단절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결국 사망한 분이 가족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혼, 동거를 하거나, 수십년 동안 친분이 있는 지인이 있는 경우도 생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장사법은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를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던 가족들이 시신을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 동거를 했거나 지인이라도 장례를 치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법조항은 과거 가족과 친척들이 한 곳에 집단으로 정주하던 농업 사회를 전제한 것으로 현재의 변화된 사회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나눔과나눔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작성해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보고서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이제는 연고자의 범위를 확장해 보다 널리 사망자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몇년 전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조항의 해석을 통해 이러한 범위의 확대가 이루어졌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도 보완되고 있었지만 이제 법률의 명시적 조항으로 논란의 여지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연고자 범위 전체를 확장한 것은 아니고, 무연고 사망자에 한정하여 사망하기 전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또는 종교활동 및 사회적 연대활동 등을 함께 한 사람, 사망하기 전 본인이 서명한 문서 또는 「민법」의 유언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언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을 장례 주관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제한적으로만 확대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망자에 대해서 연고자 범위가 확대되어 돌아가신 분의 의사와 존엄성이 존중되는 ‘가족 대신 장례’, ‘내 뜻대로 장례’가 활성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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