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실코스 단풍구경을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중문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사법연수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 중문에서 요트 투어를 했는데, 요트에서 보는 바다의 경치도 좋고 낚시도 하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낚시를 잘 하면 잡은 물고기로 회도 떠줘서 술과 한잔 할 수 있는데 저는 운 좋게 우럭 한 마리를 낚아서 사진처럼 제가 잡은 우럭회를 연수원 조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요트 투어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갈 때도 요트 투어를 꼭 해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요트 투어는 일몰 투어였는데, 요트를 타고 주상절리를 본 후 낚시 포인트로 가서 물고기를 잡고, 일몰을 즐기는 코스였습니다. 아버지가 요트를 타고 즐기는 낚시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실제로 물고기를 잡아서 추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낚시가 끝난 후에는 요트에 있는 주류와 안주를 먹으면서 일몰을 즐겼는데, 바다에 둥둥 뜬 요트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요트에서 일몰을 본 후 표선면에 있는 해비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해비치 호텔은 표선면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데, 중문처럼 관광단지가 아니라 조용한 편이었고, 바닷가쪽 잔디밭도 잘 가꿔져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표선면의 한가로운 정취에 반해서 나중에 법무부에서 마을 변호사 신청을 받았을 때 제주도 표선면 마을변호사 신청을 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라산 등산까지 해서 쌓인 피로를 편안한 숙소에서 풀고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오전에 느긋하게 출발해서 근처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는데, 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 답게 제주도의 속모습을 액자에 잘 담아 두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약간 실망을 했는데, 갤러리 밖으로 나오니 야외에도 제주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이 되어 있어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당시 트렌드였던 오름 여행의 백미인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름을 보러 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하게 됐는데, 어머니가 길가에 있는 아담하지만 예쁘게 생긴 이탈리아 음식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가던 길에 그냥 들어간 곳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주문한 음식도 맛있어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인가 봅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차를 타고 다랑쉬 오름을 찾아갔습니다.
다랑쉬 오름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지 아버지는 자꾸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결국 따라 올라오셨습니다. 다랑쉬 오름이 좀 특이한게 올라가는 동안은 별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가장 위까지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아끈다랑쉬 오름부터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순식간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까지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재촉해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용눈이 오름은 한 눈에 보기에도 다랑쉬 오름보다 오르기가 쉬워 보였고, 전체적인 인상이 참 편안했습니다. 오름 여기저기에는 산소가 있고,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름을 오르면서 보니 해가 점점 지고 있는데, 지는 해의 약한 햇살이 비치면서 나른한 황혼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무덤에 생긴 명암으로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아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글라스 하우스로 유명한 숙소인 피닉스 아일랜드를 찾아갔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 후 산책을 하면서 글라스 하우스를 둘러보고 왔는데, 글라스 하우스도 괜찮았지만, 조명이 은은한 산책길도 산책의 기쁨을 키워줬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는 다음날 우도 여행을 위해서 일찍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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