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소박한 모습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는 많이들 여행을 가는 지중해쪽이 아닌 동남아나톨리아 지역부터 여행을 할 계획이었기에 이스탄불에서 바로 수천년 이상 된 교역도시였던 마르딘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마르딘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교사 연수원 같은 곳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가 한국에서 여행을 왔는데 혹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평소 외국인이 별로 방문하지 않는 지역이라 그런지 놀란 표정으로 알아볼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후 돌아온 직원이 제게 숙박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방을 배정해주었는데, 조식 포함한 숙박비가 매우 저렴해서 이번에는 제가 놀랐고, 더구나 숙박객이 없어서 화장실까지 딸린 방을 저 혼자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제가 마르딘에 간 이유는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던 유프라테스강과 그 문명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르딘에 가보니 실제로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마르딘에서 주변이 다 내려다보이고, 마르딘의 여러 건물들도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종교 건물들은 정성들여 정교하게 조각한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르딘에서 이틀 정도 머물며 카페에서 차이와 바클라바를 먹으며 해가 지는 것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길을 떠나 버스를 타고 하산 케이프로 출발했습니다. 하산 케이프는 1만년 가까이 된 옛 유적들이 있는 지역으로, 제가 하산 케이프에 갔을 때만 해도 차가 지나가면 다리 상판이 떨어져나갈 듯 흔들리는 오래된 다리 옆에 새로운 교량을 짓고 있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2020년 터키 정부의 댐 건설 사업으로 수몰될 예정입니다.
하산 케이프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에 반 자른 드럼통으로 쾨프테와 고추 등 꼬치를 구워 팔고 있는 상인들이 보였습니다. 표지판도 없어 유적을 찾아가려면 정확히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배도 채울 겸 쾨프테를 사먹으면서 성과 동굴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상인이 꼬치를 건네주면서 제가 들고 있는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어디로 올라가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마침 꼬치를 굽는 드럼통 옆에 드래곤볼 손오공 열쇠고리도 팔고 있어 제가 그걸 가리키자 같이 웃더니 제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좀 전에 올라간 사람들도 동양인 같은데 아는 사람들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계속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저도 궁금해하던 차라 가만히 무슨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적이 있는 곳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속주의국가라는 터키에서도 지방이나 동부쪽은 보수적인 이슬람 신자들이 많은데, 당시 우리 언론에도 문제가 되고 있었던 이른바 ‘땅밟기’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저러다가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되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일어섰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하산 케이프 성과 동굴집이 보였는데, 유프라테스강을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새로 감시도 하고, 무역 거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산 케이프 성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을 아이들 몇명이 저를 따라오면서 자꾸 돈을 달라고 하길래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더니, 청년들이 몇명 올라와서 아이들을 쫓아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어디서 왔냐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디야르바크르 대학에 다니는 쿠르드족이라면서 소개를 했습니다.





얼마간 얘기를 하다 보니 자기들도 하산 케이프에는 처음 와본다면서 이 곳을 개발한다고 하여 유적들이 없어지기 전에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래된 유적들이 훼손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말이 좀 통하는 청년들을 만난 것이 반가워 아래로 같이 내려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여 강변으로 같이 내려갔습니다.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바라보는 하산 케이프는 곳곳에 유적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땅 밑에는 아마도 더욱 오래된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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