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법학을 더 깊이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2015년이었으니까 실제로 학위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데 6년이 걸린 셈입니다. 물론 제가 석사 과정을 수료한 것은 2017년이지만, 학위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통과해야 석사 학위를 받아 졸업할 수 있으니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시간이 꽤나 흘렀습니다.
처음 대학원에 입학할 때는 헌법이나 국제법을 전공하고 싶었기에 원서에 그렇게 기재했는데, 막상 대학원에 입학하고 보니 다양한 전공의 흥미로운 과목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과목은 제가 담당했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과목은 앞으로 제가 전문 분야로 삼고 싶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에 두루두루 다양한 과목을 수강, 청강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학위 논문을 받은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된 과목으로 이과대학 과목인 뇌과학 세미나, 컴퓨터학과 장병탁 교수님 강의였던 컴퓨터, 인문, 사회학 융합 과목도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강의를 들었을 때만 해도 관련 실무를 잘 몰랐던 김종보 교수님의 재개발, 재건축 관련 과목은 이후 6년 가까이 서울시에서 조합실태점검을 하고, 법인에서도 재개발 조합 관련 송무사건들을 다수 진행하면서 나중에서야 그때 배운 내용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면서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과목이었습니다. 형사증거법 강의 역시 제가 맡았던 형사 사건들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때 기반이 되는 이론을 깊이있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법연구도 이후 노동사건과 산재사건을 하면서 참고할 내용을 많이 배웠고, 특히 북한산과 지리산 등산이 포함된 세미나 일정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2학년이 되어 헌법을 전공으로 정하면서 전종익 교수님의 기본권 과목을 수강했는데, 평등과 관련한 주제로 법철학을 기초로 한 기본권 논의를 공부하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헌법 지식이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송석윤 교수님 강의시간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법체계나 법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논문 지도교수님으로 송석윤 교수님을 모시고 인공지능 로봇을 주제로 잡았지만, 인공지능 로봇과 노예를 헌법적 차원에서 비교한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논의를 한 끝에 전공을 법경제학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법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전에 ‘IT정책의 법경제학’ 과목을 들었을 때 인사드렸던 고학수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변경했습니다. 전공을 바꾸면서 논문의 내용을 다소 수정해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법인과 연관해 살펴보는 것으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논문을 쓰다 보니 2년이 넘는 기간 주말과 퇴근 후 시간에 관련 자료들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느라 계획보다 논문 작성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대학원을 다니고, 논문을 쓰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도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 저녁에 강의를 듣느라 졸기도 하고, 주말에도 강의 때문에 다른 약속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제 그런 과정이 일단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비록 COVID-19로 인해 학위 수여식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학교를 방문해서 석사 학위기도 받고, 석사 학위복을 입고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다 보니 뿌듯함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Views: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