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엄청 고생도 많이 하고, 덕분에 추억도 엄청 남은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베이징 공항 면세점에서 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테른(Sauternes) 지방 와인인데, 양조용 포도를 늦게 수확하면 보트리티스 곰팡이에 걸린 포도가 귀부화되어 반 정도 건포도가 됩니다. 이렇게 농축된 포도알을 수확해 와인을 만들면 열대 과일, 버터, 꿀 등 감미롭고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진 와인이 됩니다.
소테른 지역 와인 중 가장 유명한 샤토 디켐은 가격도 엄청나지만, 높은 당도로 인해 100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200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런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제가 산 Chateau Suduiraut Sauternes 와인도 평점이 좋은 편입니다. 2011년 빈티지인데, 이제 마시기 좋게 숙성됐습니다. 이 와인을 사면서 앞으로 결혼을 하거나 크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려고 10년 가까이 계속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면세점에서 구입 당시 10만원 조금 넘었던 가격이 그동안 좀 올랐나 봅니다.
지난 달은 결혼기념일이자 아내가 출산한 후 처음 술을 마신 날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위해서 좋아하던 술을 참았던 아내를 위해 제가 오랫동안 보관했던 와인을 딸만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 코르크도 아내가 신혼여행에서 사준 소믈리에 나이프로 땄습니다. 와인을 개봉한 후 이 와인에 얽힌 얘기를 해주자 아내는 지금 마시기에 아깝지 않냐고 말했지만, 한 모금 마시더니 달지만 느끼하지 않다면서 참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할 행복한 시간이 더 풍부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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