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서울시에서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에 참여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지역주택조합을 규율하고 있는 주택법을 개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현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입니다.
사실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이란 명칭으로 감사를 실시하면서 초기에는 조합 행정, 계약, 회계 등 곳곳에서 많은 문제들을 목도했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40여개의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서울시가 조합의 행정, 계약 및 회계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정한 규정들을 시행했고, 나아가 이런 내용을 반영한 도시정비법 개정까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나가 보니, 제가 처음 실태점검을 나갔던 재개발 조합보다도 더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기준이 없는 조합 행정 업무, 계약 금액이나 성격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수의계약, 증빙자료 없이 지출되는 비용과 장부와 맞지 않는 회계처리까지 총체적인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며칠 전 이런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리, 감독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주택법에 지역주택조합의 업무에 대한 규제 내용이 별로 없거나,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이 많아 현행 조항만으로는 관리, 감독을 아무리 강화해도 문제를 막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차제에 민간사업으로 보아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격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도시정비법처럼 주택법의 조항들을 세세하게 규정하거나, 아예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서 지역주택조합도 도시정비법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정 안되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법제화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정관 조항에 일정한 사항이 들어가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자재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오르고, 이미 상승한 토지 가격까지 고려하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정이라면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서민들의 고통은 점점 심화될 것입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관련 비리와 법적 분쟁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빠른 대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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