짮은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이탈리아를 떠나 마지막 여행지이자 귀국하는 항공편이 출발하는 스위스로 이동했습니다. 루체른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 호수을 지나 루체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하늘이 참 맑고 햇빛이 좋아서 경치를 즐기며 갈 수 있었습니다.






루체른에 도착한 후 유람선에서 내려 다시 인터라켄으로 향해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인터라켄에서는 생전 처음 스위스 전통 음식인 퐁뒤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치즈향이 좋아서 다들 바닥까지 다 긁어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장거리 이동을 한 후 다들 지쳐서인지 푹 쉬고, 다음날에는 드디어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전망대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해발 3,400m가 넘는 위치에 있는 융프라우 전망대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계단으로 전망대 2층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도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갑자기 머리를 머리띠가 조이는 것처럼 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고산병이구나 싶어서 천천히 움직이는데 메스꺼운 느낌도 있어서 화장실을 찾아다니다가 신라면 컵라면을 들고 다니는 여행객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아픈 것도 잊고 여행객들에게 맛있기로 유명한 융프라우 전망대의 신라면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줄을 서서 컵라면을 받은 후에 물을 받아 라면을 먹다보니 신기하게도 아팠던 머리도 낫고, 메스꺼운 느낌도 더 이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전망대를 나와서 다들 스키를 타러 갔는데, 저는 국내에서 스키를 몇 번 탄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스키를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대학생 시절 검도관에서 다 같이 스키장에 놀러갔을 때 관장님이 스키 신는 방법과 11자로 서서 걷는 방법, A자로 멈추는 방법을 알려주시더니 바로 리프트를 타라고 한 후 내려오는 식으로 대충 배웠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더구나 자연설은 인공설보다 잘 멈춰지지 않는다고 들어서 더욱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일부 썰매를 타는 사람들은 다들 일본 사람이나 한국 사람인 것 같아서 좀 무리되더라도 스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막상 스키 장비를 타고 출발해보니 처움에는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미끄럽지도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이 됐습니다. 그런데 점점 속도가 붙고, 급한 내리막길이 나오면서 속도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알프스 스키 로프는 원래 여름에는 하이킹 코스로 사용되는 곳이라 코스를 따라 아무런 안전망이 없고, 그 옆에는 낭떠러지로 눈이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에 잘못해서 옆으로 떨어지면 진짜 눈이 녹는 봄에나 발견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불안해지자 자꾸 넘어지기도 했는데, 특히 한번은 급한 내리막길 이후 앞에 장애물이 있어서 말 그대로 휙 날아서 떨어졌는데 한쪽 스키가 뒤로 땅에 박혀 버렸습니다. 워낙 큰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서 같이 스키를 타던 동료들이 걱정을 하면서 주변으로 몰려왔고, 저도 혹시 무릎이 돌아간 것 아닌까 겁이 났는데, 다행히 원래 무릎이 튼튼한 편이어서 그런지 별 부상없이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그런 일을 겪자 더욱 소심해져서 좀 속도가 붙으면 자꾸 넘어지면서 뒹굴게 되어 몸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스키를 타다 보니 힘들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같이 내려오던 동료들과 중간에 식사도 하고 내려왔습니다. 처음 출발한 산 능선에서 산 아래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거리가 워낙 길다보니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도 거의 2시간 반 가까이 스키를 탄 셈이 됐습니다. 그렇게 지친 상태로 산 아래까지 내려오고 나니 이제 살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내려와서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기분도 들었습니다. ㅎㅎ







저는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면서 워낙 고생을 해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한번쯤은 제대로 스키 강습을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결국 몇 년 후 강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스키를 신고 알프스를 굴러내려오는 것으로 많은 추억을 남긴 여행의 마무리를 한 후 마침내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함께 했던 동기들과 보낸 시간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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