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매력이 넘치는 베트남 여행 3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과거 안남왕국의 수도였던 ‘후에’와 작은 도시지만 옛 베트남의 정취가 남아 있다는 ‘호이안’이었습니다. 호이안은 전통 상점 등 아기자기한 멋이 있고, 여행 중 한번 정도 참여해보고 싶었던 쿠킹 클래스도 진행되는 곳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다낭을 떠나 호이안으로 가는 길에는이러한 기대 때문인지 더욱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호이안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 무렵이었는데, 출발 전 미리 여행기에서 보았던 것처럼 호이안의 호숫가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넘실거리는 수면에 비치는 아름다운 주황빛에 잠시나마 근심걱정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일행들과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정해진 시간에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던지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의자에 앉아 노을만 보고 있는데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약속한 시간이 되어 일행과 만나 호이안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대기줄이 길지 않아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식당에서 유명한 모닝글로리 볶음과 추천 메뉴를 먹어보니 역시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이후 일행들과 함께 기념품 상점들을 돌아다니면서 기념품을 몇 가지 산 후 숙소로 돌아갔는데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피곤했는지 깊이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먼저 귀국해야 하는 일행들과 이별을 하고, 혼자 호이안 곳곳을 여유있게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호이안은 역시 다낭이나 이후 갔던 호치민 같은 대도시에 비해서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특히 곳곳에 조용한 사당이나 사찰 같은 곳이 있어서 구경할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방문했던 곳은 길가 옆에 있는 연못에 연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곳이었는데 연꽃들을 보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갔습니다.

다시 길을 나서 식사를 한 후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제가 찾았던 한 사당은 사당에 붙어 있는 사진들이나 설명들을 보면 특정한 가문에서 지은 곳처럼 보였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가족들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제단 위에 걸려 있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짐작하게 했습니다. 호이안 골목을 걷다보니 LEE Laundry, KANG Restaurant 등 익숙한 우리나라 성이 붙은 가게들이 보였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주둔하던 지역 근처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게 주인이 라이따이한들이라면 살아오면서 적국 군인의 자식으로 겪었을 고난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아려오기도 했습니다.

뒷골목을 이리저리 둘러본 후에는 관광 안내소를 찾아가 쿠킹 클래스 신청을 했습니다. 쿠킹 클래스는 정해진 시간에 신청자들이 모여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시장에서 요리재료를 산 후 자신이 산 요리재료들을 들고 배를 타서 도착한 작은 섬에 마련된 교실 건물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음식을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는데 강사가 알려주는대로 따라하다보니 그래도 다행히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그런지 제가 만든 요리여서 왠지 맛도 더 괜찮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ㅎㅎ

호이안에서 혼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에는 마지막 여행지인 호치민으로 이동했습니다. 호치민은 과거 베트남 전쟁에 이은 베트남의 통일 이전까지는 사이공으로 알려졌던 도시로 수도인 하노이보다도 더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제수도로도 불리는 호치민의 모습은 역시나 오토바이들이 도로를 점령해 활기가 넘치고, 곳곳에 고층 빌딩이 서 있는 발전된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호치민 중심부를 흐르는 강을 따라서는 시민들이 여유있게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잔디밭에는 낚시꾼들이 잡았는지 메기 같은 모습의 물고기가 놓여 있기도 했습니다.

호치민시에서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 생각에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덕분에 집안에 가파른 나선형 계단이 있는 4층 집에 머물게 됐습니다. 각 층의 방이 마치 스킵 플로어 구조처럼 배치되어 있었는데 오래된 집이긴 했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친해져서 식사 외에도 옥수수와 다른 간식들도 얻어 먹으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숙소에는 연세가 있는 독일인도 한명 장기 투숙 중이었는데, 원래 독일 IT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점점 떨어지자 새로운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에 갔다고 합니다. 이후 다시 베트남으로 와서 일을 한다고 해서 현재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케냐에서 베트남으로 원목을 수입하는 무역업을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베트남이라고 하면 1차 원자재를 수출하는 곳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베트남도 원목을 수입해서 가공해 판매하는 산업으로 확실히 옮겨 갔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하이테크 공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베트남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60세가 넘은 나이에 베트남에 와서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찾고 있는 독일인 사업가를 보면서 그 도전정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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