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티브에서 유명한 곳 중 피카소 미술관이 있습니다. 피카소가 노년을 보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인데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 특별전을 관람할 때 봤던 피카소의 화풍 변화이 흥미로웠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은 영감을 주는 여인들이 바뀌면서 함께 변해왔는데, 앙티브는 마지막 작품 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미술관은 전날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이 있는 거리 옆에 있었습니다. 해산물이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링 튀김과 생선 구이로 식사를 한 후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피카소 미술관에 가보니 박물관 바깥은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없어 한산했습니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 보니 영국에서 온 노인들이 많았는데, 앞에 깃발을 든 가이드가 있는 것을 보니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단체 관광을 온 것 같았습니다. 아시아에서 단체 관광을 오지 않으니 유럽 다른 나라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시실을 보니 며칠 전 갔던 샤갈 미술관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야외 전시 작품들과 바닷가의 풍경이 특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끝낸 후 기념품 샵을 보다가 아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고 해서 작은 판화 작품을 하나 샀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이 나는 것을 보니 시대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들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액자에 넣어 놨더니 액자와도 잘 어울려서 맘에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미술관 옆에는 성당도 하나 있었는데, 철근으로 만든 십자가가 인상적이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환한 햇빛으로 빛내는 스테인드 글라스 속에 예수님이 두 팔을 벌리고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던 앙티브에 이별을 고했습니다. 차를 몰고 이번에는 물의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엑상 프로방스에 도착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의 첫날 저녁은 Mickael Feval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앙티브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약해서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코로나로 힘들게 여행을 가던 시기에 누린 예상치 못한 호사이기도 했습니다. Mickael Feval 레스토랑은 특히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가 멋지긴 했는데, 서비스는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들에 비해 좀 떨어져서 다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주변을 구경하다가 관광객들이 많은 광장을 지났는데,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얼른 들어갔습니다.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아이스크림 종류가 있어서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아내와 나눠 먹으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종일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저녁 식사도 든든히 먹었더니 아내와 저는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제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와이너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했는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에 이번에 아내와도 함께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가기로 한 와이너리는 Chateau La Coste라는 곳이었는데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다가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 좀 헤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와이너리에 도착해 안내도를 보니 생각보다 큰데다가 다양한 조각품이나 건축물이 많아 기대가 커졌습니다. 처음 마주한 정문도 안도 타타오의 작품이라 감탄을 하면서 안내도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다녔습니다.


쭉 펼쳐진 포도밭을 따라 걷다 보니 예쁜 돌다리가 하나 나왔습니다. Laurence Neufeld라는 건축가의 2013년작 ‘DONEGAL’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다리의 아름다운 곡선이 고창 선운사의 다리 같이 우아했습니다. 다리가 마음에 들어 다리 위를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안도 타타오의 작품인 의자가 또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금속판으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천장도 있어서 비가 오더라도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위로 올라가니 겉에는 무덤 같고, 내부는 새둥지 같은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외장은 석재로 되어 있지만 안은 나뭇가지로 벽을 따라 촘촘하게 쌓아둬서 상당히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니 작은 미로처럼 벽돌벽이 높이 쌓여 있었는데, 안에서 말을 하면 메아리처럼 크게 울렸습니다. 안에서 아~ 아~ 하며 아내와 장난을 치다가 다시 다음 작품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무로 된 집이나 투명 유리 주택도 있었는데 안에 있는 그림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걷다 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돌이 박석 위에 놓여 있고, 마치 그림자 형상의 검은 색 자갈들이 아래에 깔려 있었는데 해시계처럼 태양이 주위를 돌면서 특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번은 맞는다고 했는데, 이 해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언제인지도 궁금했습니다. 더불어 안도 타다오나 세계의 유명 작가들과 함께 이우환 화백도 멋진 작품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의 예술가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안도 타다오 작품인 예배당을 찾았습니다. 아담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건물 벽 사이의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십자가 모양의 햇빛이 작은 공간을 채워줬습니다. 엄숙함이 깃들어 있는 공간에서 고요함을 느끼다가 밖으로 나오니 마당에 빨간 공을 연결해 놓은 듯한 예쁜 십자가가 서 있었습니다. 예배당을 본 후 다른 작품들까지 모두 감상하고, 출발했던 본관 건물에 있는 주류점에 들러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들을 살펴본 후 기념으로 와인도 좀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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