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6.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마약의 경제학

사법시험 2차 시험을 본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좀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 도서관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을 빌려 본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짦은 문고판으로 읽었던 책인데, 완역본에는 번역하면서 생략되었던 내용이 훨씬 자세히 나온다고 하여 시간이 났을 때 읽어 봤습니다. 듣던 대로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당시 시대상이나 인물의 심리 묘사가 훌륭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특히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인 에드몽 당테스가 대마초인 해시시를 피우며 중동 지역의 ‘산의 노인’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입니다. 해시시(Hashish)를 피우는 아사신(Assassin)이란 암살자 집단에 대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된 대마초와 관련되어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형사 판례를 보다가 대마초의 중독성이 담배보다 약하다는 주장이나 대마초가 다른 더 중독성이 강하고 건강을 해치는 마약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한다는 관문 이론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많이 입었던 삼베도 대마초 줄기 섬유로 만든 것이고, 서양에서도 배의 돛이나 그림의 캔버스도 대마초로 만든 것이니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인류가 농경을 하게 된 것이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마초를 재배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대마초 정도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헤로인, 코카인, 메스암페타민뿐만 아니라 합성마약, 마약성 진통제까지 전세계에 중독자가 넘쳐 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일부의 문제였던 마약이 은밀하게 가까운 곳까지 온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사건들에서도 과거보다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더 용이하게 다양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마약 산업의 발달과 경제적 구조의 변화, 통신과 운송 수단의 발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이 헤로인의 일부 변형물인 것을 보면 인간은 발달된 과학기술로 다른 인간에게 더욱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마약류 사용과 향정신성의약품 남용이 늘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속하게 대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Views: 12

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Privacy Overview

This website uses cookies so that we can provide you with the best user experience possible. Cookie information is stored in your browser and performs functions such as recognising you when you return to our website and helping our team to understand which sections of the website you find most interesting and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