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편인데, 서울시에만 진행 중인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구역이 300여 곳 이상 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 외부 전문가 위원으로 조합운영 실태점검에 참여했으니, 이제 5년 정도 된 셈입니다.
처음 서울시에서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조합들이 총회와 대의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계약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계약서도 없었습니다. 자료들을 보다 문제가 있다 싶어 회의록이나 속기록을 달라고 하면 자료가 없는 경우도 많고,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자료를 근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주일 또는 2주일 정도 점검을 하게 되는데, 조합 업무와 관련해 반드시 법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만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문제되는 절차나, 계약 내용과 관련해서도 내용을 살펴보게 됩니다.
서울시에서는 끊임없이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에 나서면서, 업무 처리 기준과 관련해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령 및 서울시 도시환경정비조례를 더욱 구체화한 표준 예산회계규정, 표준 행정업무규정, 표준 선거관리규정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후 조합들이 총회 의결을 거쳐 위 표준 업무처리 규정들을 도입하면서 조합 업무의 절차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처리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5년 동안 점검을 나갔던 조합들이 30여 곳이 넘는데, 이제는 전반적으로 처음 점검을 시작했던 2015년보다 많은 것들이 체계가 잡히고, 필요한 절차들을 준수하려고 하는 부분이 보이곤 합니다. 기존에 업무 처리의 기준이 불분명해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표준 업무처리 규정들과 조합점검 결과의 공유 덕분인지 이전보다 개선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부 조합에서는 비리가 계속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실태점검을 나갔던 조합에 다시 재점검을 나가기도 하면서 비리 발생의 여지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6년부터는 국토부과 서울시가 매년 합동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서울시가 점검을 할 때는 서울시청 직원 1명, 변호사 2명, 회계사 2명, 해당 자치구청 직원 1명이 한 팀을 구성하는데 반해, 국토부와 합동점검시에는 기술사들과 한국감정원 직원들까지 함께 점검을 나가서 설계 및 시공계약 관련 부분까지 더욱 세심하게 점검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참여했던 점검들에서 지적된 사항들 중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울시에서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의뢰를 하기도 하는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도시정비법 관련 내용과 실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 처벌이 잘 안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문제는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조합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해 자정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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