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왜 7월말, 8월초를 휴가기간으로 정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여름휴가 기간에 집을 떠나 국내나 국외로 다니곤 했는데, 이번 하절기 휴정기간에는 할 일이 있어 집에 머물렀더니 역시 상당히 덥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에어컨을 사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이제 더이상 제가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대학원을 수료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학위 논문을 쓰지 못했습니다. 사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쓰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대학원에 갔는데, 난해한 주제로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과학동아의 부록으로 나왔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로봇과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가 제 논문 주제입니다.
평소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자료만 수집해 읽고만 있다가 2주의 여름휴가 기간 동안 논문 초안을 작성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가 첫날, 늦잠을 자고 약속이 있어 귀가하니 이미 한밤중이라 내일부터 논문을 쓰자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논문의 전체적인 목차를 작성하면서 방 바닥에 지금까지 모아서 정리뒀던 자료들을 목차에 맞게 분류해서 깔아놓으니 마음이 뿌듯해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휴식 모드로 진입했습니다.
3일째에는 예정되어 있었던 조정사건이 있어 조정을 성립시키고, 학교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한 후 장을 봐서 귀가하니 벌써 저녁이 다 되었습니다. 역시 더위에 지쳐 쉬다가 슬슬 논문을 쓰다보니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4일째, 이제 이러다가는 큰 일이 나겠다 싶어서 정신차려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가지고 있는 자료들로는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고, 새로운 자료들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에 인터넷으로 필요한 도서를 주문하고, 온라인 학교 도서관을 통해 논문을 찾아 다운로드받다보니 시간이 매우 빨리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휴가 5, 6, 7…10일째가 지나고, 논문 초안이 반 정도 작성되었는데, 막상 쓰면서 보니 전체적인 논리 구조가 처음 구상했던 것과 달리 자꾸 꼬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목차와 내용을 잘라서 앞뒤로 붙였다가 다시 떼어냈다가를 반복하다보니…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갔습니다. 휴가 기간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회의나 형사고소사건 조사 참여, 상담 등이 계속 있어 더욱 시간이 잘 흘렀습니다.
그래도 휴가 기간동안 진도 안 나가는 글을 꾸역꾸역 밀어내면서 휴가가 끝날 즈음에는 다행히 2/3 정도까지 초안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번 주말에도 여지없이 논문 초안을 잡고 있는데, 역시 뒷부분에서 앞에서 작성한 글을 정리해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핵심 내용들을 쓰다보니 마무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법학과 일반대학원에 들어가 2년 넘게 공부를 한 것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심 즐겁기도 합니다. 이제 초안을 잘 마무리해서 9월초에 뵙기로 한 지도교수님께 잘 설명드리고, 논문심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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