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6

넴룻산에서 만난 여행 친구들은 카파도키아 여행 후 서쪽 앙카라를 향해 출발했고, 저는 북쪽으로 가게 되어 나중에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이드북에서 오래 전 폰투스 왕국의 수도였던 아마시아라는 도시가 터키 사람들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라는 글을 읽고, 쉬어가는 여행지로 삼기로 했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 아마시아로 가는 길에는 캉갈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곳은 캉갈이라는 개로도 유명하고,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닥터 피쉬로도 유명한 곳이라 한 번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캉갈에 도착하니, 우리 진돗개처럼 캉갈이라는 지명이 품종명이기도 한 캉갈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명 ‘늑대잡는 개’라고도 불리는 용맹한 캉갈개는 덩치도 크고 늠름하게 생겼습니다. 온천에서 산다는 닥터 피쉬가 캉갈에서는 노천 온천이 있어 길가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닥터 피쉬를 체험해보려고 이곳저곳 물어보고 다녔는데, 우리처럼 관광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찾지 못했고, 피부병이 있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일종의 요양원 같은 곳을 간신히 찾아 체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온천수에 들어가니 닥터 피쉬들이 온 몸 여기저기 붙어 뽀뽀(?)를 하는데, 처음에는 재미있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발에 많이 붙어서 발가락을 꼬물꼬물대면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발가락에 붙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원조 닥터 피쉬들을 체험하고, 다시 아마시아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중간에 캉갈에 들르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돼 아마시아에 도착하고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강변에 숙소를 구한 후 간단히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는데, 강변 맞은 편 절벽에 있는 옛 폰투스 왕들의 석굴무덤이 조명을 받아 너무 멋있었습니다. 잠시 배고픈 것도 잊고, 강변 난간에 기대서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석굴무덤을 쳐다봤습니다.

아마시아에서 첫날 밤은 이동하느라 피곤했는지 푹 자고, 다음날은 오전 늦게까지 숙소에서 느긋하게 쉬다가 강변에 나와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동네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길래 간단하게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 나이가 얼마냐고 묻길래 32살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그렇게 나이가 많은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저는 은근 기분이 좋아져 크게 웃고는 고맙다고 인사한 후 본격적으로 아마시아 시내와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시아 시내에는 멋진 자미(모스크)들도 있고, 볼 거리들이 많이 있는데, 자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손발과 얼굴을 깨끗하게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세족하는 곳에 갔더니 어떤 할아버지가 이렇게 하는 거라며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셔서 따라 씻고 자미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더니 작은 도시라 그런지 관광객도 거의 없고, 주로 주민들인 것 같은데, 한 구석에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돌아다니기도 해서 저도 내부 구경을 했는데 조각이나 문양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약간 어두운 곳에 앉아 책을 읽다가 좀 졸립기도 해서 건물에서 나와서 자미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는데 다윗의 별 같은 흥미로운 조각들도 보였습니다.

밤에 보았던 절벽의 무덤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절벽에 있는 길을 따라 무덤들 가까이 갔더니 상당히 높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무덤들을 보니 일부 무덤은 만들다 만 곳도 있고, 안타깝게도 대부분 입구를 철창으로 막아 놓아 무덤 내부는 구경을 못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에도 볼 거리들이 많고, 위로 올라가서 아마시아 시내를 보니 녹색강으로 유명한 아마시아답게 강과 산 시내가 어우러져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터키인들이 왜 아마시아에 와보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분에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터키 음식이 세계 3대 음식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터키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들을 놓치지 않고 먹으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먹지 못했던 것이 양갈비 스테이크였습니다. 가이드북에 보니 양갈비 스테이크가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양갈비 스테이크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많이 기대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약간 짠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나온 다른 채소와 음료수와 같이 먹다보니 짠 맛을 중화시켜줘서 잘 어울렸고, 다 먹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뭔가 아쉬웠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다 보니 식당 주인이 술을 팔지 말지 정하는데, 하필 그 식당은 술을 함께 팔지 않는 곳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던 주류만 판매하는 주류 상점에서 터키의 유명한 맥주인 에페스를 산 후 숙소에 돌아가 창문을 열어놓고 전 날 밤처럼 멋진 야경을 즐기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먹었던 양갈비 스테이크가 다시 생각나길래 부지런히 일어나 식당에 가서 가성비 좋은 만 오천원짜리 양갈비 스테이크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산정상에 있는 요새로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느낌으로 올라갔는데 길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나, 한참 올라간 후 보이는 아마시아 시내가 볼 때마다 멋졌습니다. 요새에 있는 카페에서는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시내로 내려왔습니다.

시내로 내려와서는 터키에 가면 꼭 가보려고 했던 터키식 목욕탕인 하맘을 찾아갔습니다. 입장할 때 이용료와 거품목욕료를 한꺼번에 내는데, 수건을 하나 걸치고 욕탕 안으로 들어가니 세신사가 먼저 몸에 물을 끼얹어 씻으라고 몸짓으로 설명을 해줬습니다. 일단 몸을 씻고 나자 따뜻한 돌 침대에 누우라고 한 뒤 수건으로 엄청난 진짜 엄청난 크기의 거품을 만들어 온 몸에 바르고 목욕을 시켜주는데, 끝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하고 색다른 체험이라 다시 또 해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맘을 나와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가니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첫째 날보다 조명을 받는 절벽의 무덤들이 더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Views: 16

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Privacy Overview

This website uses cookies so that we can provide you with the best user experience possible. Cookie information is stored in your browser and performs functions such as recognising you when you return to our website and helping our team to understand which sections of the website you find most interesting and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