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철학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변호사가 된 후 업무와 관련된 활자로 된 자료와 서적들을 많이 읽다보니 퇴근 후에는 주로 책보다는 영상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책을 읽게 되더라도 법학 관련 내용이나 인공지능 등 평소 업무를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영역을 편식하게 되어 너무 정서가 메말라가는 것 아닌가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독서를 즐기는 아내가 재미있었다고 추천한 책이 있어 오랜만에 철학 서적을 펴보게 됐습니다.

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심오한 내용의 철학책이라기보다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핵심만 정리해서 기차 여행이라는 틀에 맞춰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쓴 책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철학자들 중에는 제가 아는 철학자도 있고, 생전 처음 듣는 철학자도 있는데 아마도 동양과 서양철학의 여러 부류들을 조금씩 건드리다 보니 생소한 철학자들도 포함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소개된 여러 철학자들 중 마음에 드는 철학자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로마 오현제 중 하나인 마르쿠스 아우엘리우스처럼 침대에서 일어나기 어려워하는 저로서는 왜 명상록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고, 루소처럼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아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간디처럼 싸우는 법도 인상 깊었으며, 처음 듣는 철학자인 에픽테토스의 입을 통해 다소 고루하다고 생각했던 스토아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갖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마 이런 느낌은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책의 구성이 기차여행에 우리 삶의 순간순간을 버무려 글을 끌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선호하는 철학 사조가 있는데, 그와 맞지 않는 철학자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이거나 때로는 이것이 그 철학자의 사상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공자의 사상은 너무 간략히 설명하고, 그것도 약간은 틀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 아마도 저자가 동양철학은 서양철학만큼 관심이 깊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철학책치고는 쉽게 읽히는 편이고,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빌 브라이슨의 유머처럼 매력적으로 쓰여졌습니다. 예전에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유머 코드가 저와 잘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철학책을 펼쳐 들고 느낀 것은 나이가 들면서 철학자들이 하는 말 자체보다는 그런 말을 왜 하게 됐는지 그 당시 철학자의 삶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철학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 없는 만큼 철학자의 삶을 이해하면 사상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Views: 40

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Privacy Overview

This website uses cookies so that we can provide you with the best user experience possible. Cookie information is stored in your browser and performs functions such as recognising you when you return to our website and helping our team to understand which sections of the website you find most interesting and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