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베트남 왕국의 수도였던 후에 여행을 마친 후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 뒤늦게 출발한 일행을 만났습니다. 다낭은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주둔했던 지역 부근으로 한국군의 휴양지였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트랑(나짱)이 미군의 휴양지로 유명했던 것과 대비되는 곳인데, 이러한 역사로 인해 다낭에는 이른바 ‘라이따이한’들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는 다낭에 한국기업들이나 한국 자본이 많이 진출하여 몰려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여 해변에 초고층 호텔과 식당 등 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다낭에서의 첫날 아침은 해변을 따라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 지리를 익히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시설들을 짓느라 그런지 여기저기 공사장이 많았습니다. 저와 일행은 자전거를 호텔에 다시 반환한 후 전날 의논한 것처럼 다낭 시내에서 멀지 않은 마블 마운틴으로도 불리는 오행산을 찾았습니다. 오전에 출발해서 그런지 다행히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는데, 관람티켓을 사려고 했더니 매표소가 2곳이나 있어서 좀 헷갈렸는데 자세히 보니 입장을 위한 티켓을 파는 곳과 엘리베이터 티켓을 파는 곳이 구분되어 있어서 산에 온 김에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습도가 높아 약간 땀을 흘리며 오행산을 올라 정상에 서니 다낭 시내와 바다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오행산 정상에서 다시 내려가니 사찰이 하나 보였습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자 한쌍이 보였는데, 폐유리 타일로 장식이 되어 있어 가우디 작품인 스페인 구엘 공원에서 보았던 조각품들이 연상되었습니다. 옛부터 내려온 사원인지 아니면 최근에 지어진 것인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베트남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인상깊은 사원을 지나 오행산의 유명한 대리석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동굴 안에는 관음보살상과 부처상 등 불교 관련 유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다채로운 빛의 조명을 받아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는 빛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는데, 어두운 동굴에서 머리 위 구멍을 통해 내리쬐는 빛을 보고 있자니 아마 예전에 불상들을 보러 왔던 신자들은 마치 하늘에서 영험한 기운이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동굴을 나와 아래로 내려와 출구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대리석산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조각상을 만들어 파는 상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사자나 다른 동물 등 멋진 작품들이 보이기에 구경을 좀 하다보니 시간도 흐르고 햇빛이 강해서 덥기도 하여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제가 많이 주문하는 음료수는 수박이나 망고로 만든 주스인데 날도 더워서 수박음료를 한잔 마시니 시원한 것이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식사까지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갔다가 선선해진 저녁에 야시장을 구경한 후 밤 늦게까지 여는 바에서 일행과 함께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좀 피곤해서 천천히 일어났는데, 일행과 함께 다낭 근처에 있는 바나힐에 갔습니다. 바나힐은 베트남이 프랑스 식미지였을 당시 프랑스인들의 휴양지 명목으로 고지대에 건설된 리조트인데 최근에 시설들을 다시 리모델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설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길이가 길어서 그런지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올라간 후 주변 경치를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경치도 좋고 리조트의 놀이시설도 재밌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바나힐에서 생전 처음 루지를 신나게 타보고,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으로 손톱깎이도 하나 사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함께 간 일행과 함께 식당에서 감자칩과 닭꼬치를 사먹고 광장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시원하게 물이 솟구치는 분수대 옆에서 예전에 스페인 라플라스 거리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전신에 금분을 칠하고 화려한 복장을 한 채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관광객에 대한 홍보 차원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유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바나힐과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예상치 않게 유럽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다시 다낭으로 돌아간 우리 일행은 그날 저녁에 각자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해변으로 가서 비치 파티에 참여했습니다. 듣던 것보다 해변에 관광객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신나는 노랫소리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드면서 손에 든 병맥주를 마시다보니 금새 자정이 지났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관광객들이 줄어들어서 우리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너무 늦어서인지 교통편을 구할 수가 없어 좀 헤매다가 다행히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침대에 지친 몸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다낭에서의 일정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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