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양시 마두역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제가 마두역 인근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 가끔 지나갔던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꽤 큰 건물의 기둥이 갈라져 붕괴 위험이 있다니 안전 문제는 여전히 후순위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주에서 건축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면서 작업하던 분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양생 기간을 단축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언제나 개선될지 답답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재개발, 재건축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실태점검은 쉽게 말하면 감사의 일종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금까지 40개 가까운 조합들의 업무 절차와 계약 내용에 대해 살펴봐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광주에서 있었던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서울시에서도 안전문제가 부각되어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철거현장에 대한 실태점검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실태점검과 달리 도시정비법이 아닌 철거와 관련된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폐기물 관련 법 등 다른 법령을 기초로 위법사항을 찾아내 개선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검을 하면서 하나씩 살펴보니, 건설업계에서도 계약이나 감독이 가장 허술한 곳이 철거 관련 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령에 관련 규정이 미비한 곳이 많고, 심지어 법령에 정해진 내용과 실제 실무가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철거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점검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습니다.
기존에 공사대금 사건이나, 하자보수 사건 등 건설업 관련 소송사건을 하면서 건설업에서는 수억에 이르는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관련 근거도 별로 남기지 않는 등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지만 철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건설업계에는 때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들로 들러리를 세워서 경쟁입찰의 형식을 맞추고, 낙찰을 받은 후에는 대다수 공정을 하도급주는 등 건축 품질을 저하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은 안전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익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사고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이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최대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충실도와 결과의 품질을 높여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도 낮은 가격만을 의사결정의 최고 기준으로 삼는 태도도 변화가 필요하고, 판매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 자신의 업무에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이상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던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하는 점검을 통해 어이없는 사고로 인명이 상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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