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개인적 모임들 진행이 어렵고, 공공기관들의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보건과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것이 좋으니 이로 인한 부작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보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눈 앞에 닥친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인해 과도한 공포에 휩싸이는 것입니다. 인터넷 기사나 댓글을 비롯해 상당한 곳에서 중국인 자체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기존에도 있었던 일부 사람들의 외국인 혐오 태도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증폭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본능을 가진인간인 이상 당연히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대한 공포를 갖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통제되는 위험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이유로 외국인, 특히 현재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을 때 이러한 표현과 태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일 것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사건 중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권력 주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신체 상해까지 입어 법원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 교수인 제 의뢰인은 어느 나라나 다양한 사람이 살고, 외국인 혐오가 내면화되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최소한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곤 합니다. 가끔은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말문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개방된 마음과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공포라는 동물적 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말보다는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동물 그 자체인 인간으로서 우리 유전자가 얼마나 다양한 계통의 조상들 즉, 지금 기준으로 치면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로부터 왔는지를 상기한다면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부정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한 번 정도는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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