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의 난민지위 인정

얼마 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제가 맡고 있던 난민신청 사건의 딸이었습니다. 난민신청을 한 아버지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을 진행하면서 한국어에 익숙한 딸을 통해 통화를 하곤 했는데, 흥분한 목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오전에 아버지가 난민인정증명서를 받았대요.”

이의신청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추가 면접을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전화로 실제 난민증명서를 받았다는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가 처음 사건을 맡은 후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 계속 결정이 나지 않아서 당사자도, 저도 모두 힘들었습니다. 이의신청 단계에서 추가 면접을 이후 추가로 자료를 요청받았는데, 이미 오랜 기다림과 절차들에 지친 의뢰인이 더 이상 줄 자료가 없다며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과 전화로 계속 설득을 했는데, 다행히 딸이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어렵사리 딸의 협조로 추가 자료들을 구했고, 자료들을 제때 법무부 조사관에게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 의뢰인은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길고 쓴 인내의 열매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았더라도 한국에서의 정착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전화를 통해 들은 밝은 목소리에는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의뢰인과 그 가족들의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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