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여행 2

다리 고성을 벗어나 다음 목적지인 리장으로 향했습니다. 리장 고성은 중국 국내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으로 인기있는 여행지라 연말 연휴 기간에 어디로 숙소를 잡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다리고성에서 머물렀던 숙소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여행객들로부터 평년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리장의 옥룡설산에 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었고, 리장 고성에는 숙소를 잡기도 어렵고 비싼 편이니 그 옆의 수허구전이라는 마을을 추천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리장에 가는 고속버스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수허구전에 숙소를 잡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막상 리장에 도착해보니 리장이 해발 2,400m에 위치해 있는 도시라 그런지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많이 부셨습니다. 일단 수허구전으로 가서 숙소를 찾아다녔는데, 마침 조용해 보이는 곳이 있어서 들어갔더니 마음에 드는 싱글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에 며칠 머물기로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숙소에서 옥룡설산이 바로 보이는 것도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숙소를 잡았으니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택시를 타고 리장고성으로 향했습니다. 리장ㅍ고성은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명성처럼 옛 건물들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또, 나시족들이 모여서 전통춤을 추기도 하고, 그 옆에는 나시족이 사냥에 썼던 매가 얌전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나시족은 자신들의 고유한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를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데 리장ㅍ고성 곳곳에서는 이러한 동파문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동파문자도 중국 갑골문자나 이집트의 히에로글리프처럼 부드러운 그림체인데 귀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리장 고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니 성 전체가 한 눈에 보이고, 멀리 옥룡설산까지 보여 풍광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성 내부 구경을 마친 후에는 나시족의 전통 음악 공연도 봤는데, 악기 소리가 매우 낭랑하고 다함께 부르는 노래소리도 듣기 좋았습니다.

전통 공연을 듣고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벌써 땅거미가 내린 밤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배도 고파서 식당과 주점들이 있는 골목으로 향했는데, 밤의 리장 고성은 낮의 조용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식당에서는 엄청나게 크게 노래를 틀어놓고, 휘황찬란하게 불을 켜놓았는데, 많은 손님들로 북적북적댔습니다. 아마 제가 리장 고성에 갔던 날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더 흥에 겨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와 술 한잔을 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가 있는 수허구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크리스마스를 그냥 숙소에서 보내기가 아쉬워서 다시 분위기 좋은 주점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마침 일정 금액을 내면 몇 잔의 술과 안주를 주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곳을 발견해서 한번 어떤 파티인지 물어봤더니 어서 참석하라고 해서 기쁜 마음에 파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점 이름이 사쿠라김이라길래 주점 주인이 한국인인지 물어봤더니 한국인은 아니고 일본인인데 리장에 여행을 왔다가 리장이 마음에 들어서 정착을 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파티에 온 사람들과는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제 생각보다 중국인들과 잘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파티 주최자가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을 불러줬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다가 중국인 학생이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 얘기를 하면서 여성이 총통(중국에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총통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이 되었다니 대단하다는 말도 했고, 한국과 중국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다 같이 말춤을 추기도 하고, 소원지를 담은 풍등을 날리면서 미리 생각하지 못한 즐거운 추억도 쌓았습니다.

제가 파티에서 중국인들과 풍등을 날리면서 느낀 바가 있었는데, 풍등이 생각보다 잘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풍등은 날아가다가 불이 붙어 타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풍등은 잠시 올라가다가 바람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떨어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날린 풍등도 어느 정도나 멀리 날아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처럼 풍등도 어떤 때는 인생의 바람을 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리 고성 숙소에서 들은 것처럼 옥룡설산에 눈이 별로 없다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샹그릴라나 호도협 트래킹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천천히 일어나 짐을 정리한 후 만약을 위해 준비했던 다른 코스인 위안양의 계단식(다랭이) 논을 보기 위해 쿤밍을 향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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