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선한 후배와의 영원한 이별

봄철인 요새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시기라 결혼식 소식이 자주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지인들로부터 갑작스런 비보도 들려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의 사건관계인이 사망하시기도 하고, 대학 후배의 장인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는 친했던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났던 후배인데,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그 형이 저와 동창이기도 한 여러 인연이 얽혀 있는 후배입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심성이 착하고, 인상도 밝아서 저도 잘 챙겨주려고 했는데 마침 제가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그 후배도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해서 신림동을 지나다니며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와 후배가 시험에 합격해 각자 개업을 하고 지낼 때 제가 주최하는 와인 모임에 초대하기도 했고, 서로 일하는 영역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4년 정도 전에 후배에게 맡길 만한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고, 이후 전화가 오지도 않아서 업무가 많이 바쁜가 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사무실도 닫고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길래 좀 건강이 회복되면 얼굴 한번 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한번 정도 간간이 통화를 했는데 작년 봄에는 다행히 많이 회복이 됐다고 해서 같이 식사도 한번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더 몸이 좋아지면 전처럼 와인도 같이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부고가 와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아리 선후배들과 언제 조문을 할지 조율하다가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 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을 들어가는 제 손에는 후배와 마시자고 했던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절을 한 후 후배의 부인, 형과 후배와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들고 온 와인을 건네면서 장지에 뿌려 달라고 말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후배 부인도 와인을 받더니 후배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참 착한 친구 한 명도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신은 좋은 사람들을 먼저 데려간다고 하더니 후배도 그렇게 선택을 받았나 봅니다. 기화야, 더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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