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국적국 사실조회 연구 보고대회

며칠 전 난민심사와 난민 소송에서 난민이 제출한 자료가 위조된 것이 아닌지 난민의 출신국에 사실조회를 하는 문제에 대한 보고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에서 지난 임기 때 연구를 했었던 것인데,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보고대회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새로 위원회가 구성된 후 기존에 연구를 했던 위원분들 중심으로 보고대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심사나 소송에서 가장 핵심은 난민의 진술이고, 이러한 원칙은 국제적으로 난민협약이나 유엔난민기구의 지침 뿐만 아닐 우리 대법원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사무소나 법원에서는 진술만으로는 쉽사리 난민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경우 물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급박하게 자신의 국가를 탈출해 해외 다른 국가로 온 난민에게 서류나 사진 등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 수 없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지인을 통해 자료를 어렵게 구해서 제출해도, 출입국사무소에서는 그 서류가 가짜라면서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그 서류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문제인데, 국적국 정부에게 난민신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 난민의 국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의 가족을 잡아서 수감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진행했던 난민 사건들에서도 난민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가 진정한 것인지 서로 주장이 엇갈렸는데, 난민 신청인은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사실조회 동의를 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저 역시도 난민 신청인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대회에서 좌장을 맡아 연구 보고서에서 검토된 내용들을 살펴보니 이론을 비롯해 국내와 해외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난민 신청인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는 처분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법원 입장에서도 난민 신청인들의 진술 이외에 어떤 자료들을 근거로 난민 인정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 상황은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보고대회를 계기로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합리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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