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술선지’, ‘연결하라’는 세종대왕 말씀

얼마 전 아무런 예고 없이 제 사무실에 액자 한 점이 도착했습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공익법인의 예전 이사장이셨던 대표님이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사업에 바쁘셔서 한동안 연락이 뜸했었는데 우연히 저희 법인의 다른 변호사님과 만나서 제 얘기를 듣고 선물을 보내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받은 액자는 캘리그래피 작가로 유명한 강병인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액자에는 한글로 ‘연결하라’고 써있습니다. 강병인 작가는 드라마 ‘미생’과 소주 ‘참이슬’, 전통주 ‘화요’ 글씨를 개성있게 쓴 분입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셔서 그런지 추사체처럼 글씨체가 현대적인 형태에 무게를 더한 느낌입니다.

액자의 ‘연결하라’는 문구는 세종실록에 있는 ‘소술선지(紹述先志)’라는 문구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라 합니다. 소술선지는 글자 그대로는 옛 뜻을 이어받아 이룬다는 것으로 세종대왕이 여러 인재들과 교류하며 뜻을 모아 새로운 성취를 이룬 것을 의미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선례와 전통을 중시하는 법학도 그렇지만, 기존의 것을 시대에 맞도록 다듬어 새로운 것으로 빚어내는 것이 가장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공간을 종횡으로 살펴 이전 자료를 참조해 새로운 자료를 만들고, 제가 아는 네트워크에서 함께 할 구성원들을 찾고는 하는데, 이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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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Deep Seek)의 출현과 대중국 기술 봉쇄의 한계

이번 설 연휴에는 딥시크라는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모델이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좀 더 세세히 들여다봐야 하긴 하겠지만 서양의 빅테크 기업들이 들인 비용과 노력의 1/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큰 충격을 줬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AI 개발을 막기 위해 최첨단 기술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봉쇄를 했는데도 낮은 성능의 반도체로도 이 정도로 뛰어난 AI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핵무기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NPT 체제를 거부한 인도가 서방 강대국들의 경제 제재로 인해 오히려 성냥에서 인공위성까지 자체적으로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처럼 중국에 대한 기술이나 첨단 산업 부품 수출 제한도 마찬가지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세계 2위의 내수 시장에, 14억이 넘는 인구와 다양한 자원이 부존하는 세계 4위의 국토 면적을 가진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 발전을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오히려 철 지난 중상주의 정책으로 동맹국들을 옥죄려 하는 미국의 최근 행보는 세계 리더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흔드는 자충수로 보입니다.

일반/범용 인공지능의 출현이 임박했다는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현 시점에서 과연 어느 국가가 미래 인류 문명의 방향을 설정할지 궁금해집니다. 또한, 이 격변의 시점에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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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 질서 회복

2024년 12월 3일 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재우고 있었고, 저는 다른 방에서 밀린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 중 이상한 기사가 속보로 뜨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윤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처음에는 가짜 뉴스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방송을 보다 보니 역사책에서 봤던 비상계엄 상황에 언뜻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러다 계속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무려 2024년에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민들을 살해하고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단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국회의원들이 빠르게 대응해서 헌법 절차에 따라 계엄 해제가 의결되었고, 몇 시간 지체되긴 했지만 계엄이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실패한 쿠데타의 결과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육아로 바빠서 1차 국회 탄핵 의결 때는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더 이상 두고 봤다가는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도 엉망이 될 것 같아 2차 탄핵 의결 시점에 맞춰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기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을 너무 자주 탄핵하는 것은 국가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윤대통령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탄핵을 말할 때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었기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를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의도 집회는 국회의사당 앞부터 여의도 역까지 집회 인파가 가득 들어찰 정도로 엄청난 인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다행히 2차 탄핵 의결은 가결되었고, 집회에 참석했던 저를 포함한 국민들은 가결 204표라는 국회의장의 발표에 다들 환호를 했습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찬성표로 인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 법에 정한 절차대로 나라가 운영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원이 모여서 집에 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여의도를 떠나며 하늘에 뜬 달을 보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촬영하고 귀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예상보다도 더 휘청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윤대통령의 권한대행이었던 총리 역시 이 사태를 정리할 모든 방안을 거부하다 마찬가지로 탄핵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24년 마지막 날 드디어 그 다음 권한대행인 경제 부총리가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결정할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한 것입니다. 이런 결정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소한 탄핵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어 한숨 돌리게 된 것 같습니다. 빨리 이 상황이 정리되어 경제도 제자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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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9.자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국 전쟁 등으로 혼란한 세계 정세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며 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외에서 미국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예측과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현재 경제와 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업계도 이미 세계적인 경쟁 구조에 들어섰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만이 아니라 정부도 장기적인 전략과 함께 미국 정부의 정책을 고려한 단기적으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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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관리 감사위원 경기도지사 표창 수상

얼마 전에는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감사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에서 실시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현장 감사와 감사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는데, 벌써 5년 이상이 흐른 것 같습니다.

주택법에서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한 내용이 분리되어 나온 공동주택관리법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법률입니다.

많은 주민들이 함께 살다 보니 종종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입주민과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경기도청에서는 경기도 내 수많은 공동주택들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기에는 현장에 가서 감사 내용 중 법적인 문제에 대해 자문 의견을 주거나 보고서를 쓰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주로 감사 결과에 대한 감사위원회에 참석해 검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청에서도 제가 나름 일정을 쪼개 감사위원으로 참여해왔던 것을 알아줬는지, 지난 위원회에 참석했을 때는 제게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하나 줬습니다.

표창장도 하나 받았으니 , 앞으로도 열심히 참석하라는 뜻으로 알고 충실하게 감사위원직을 수행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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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데이터 산업 포럼 패널 참석

지난 주에는 의료 데이터 산업의 현황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료데이터협회가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함께 개최한 포럼이었는데, 저는 전체 주제 중 제가 많이 관여하고 있는 인공지능 관련 내용에 대한 지정토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의료계 등 보건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이 함께 한 자리다 보니 현장의 경험과 법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세트로 이용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은 인공지능 학습용 의료 데이터 구축을 위한 제도와 학습용 의료 데이터 세트의 품질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향후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제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가명화 등 비식별화 방안 및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내용,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 기 구축 의료 데이터의 품질 평가 필요성 및 향후 구축할 의료 데이터의 품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 업계도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노력해야 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에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해줘야 미성숙한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에 보건복지 분야와 의료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과 관계 정부 부처에서 참석한 것을 보고 저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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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수도에 의한 기업 지분 양수금 청구 사건

얼마 전에는 작년 말에 수임했었던 주식 양수도 사건 관련 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주주로부터 보유 지분을 양수하는 것인데, 이번에 맡았던 소송 사건은 동업해 회사를 설립했던 주주 겸 임원이 회사를 퇴사하면서 역시 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제 의뢰인에게 주식을 양수하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과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신은 상대방이 퇴사하면서 주식도 인수해달라고 하여 자신이 인수할 수 있는지 회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에게 회사의 가치평가를 해달라고 했던 것일 뿐 자신이 확정적으로 주식을 양수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막상 세무사가 평가한 회사의 지분 가치가 자신의 생각보다 많이 높았고, 개인적으로 그 정도 자금 여력이 없어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듣다 보니 작년에 1년 가까이 진행하다가 거래 막판에 틀어졌던 식품 회사의 인수합병 건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인수를 위해 대략적인 매매가액에 합의가 된 상태에서 회계와 법률 실사를 진행 중이었는데도 실사 과정에서 일부 우발 부채가 확인되고, 매도인이 매도 가액을 올리고, 원하는 매도 시점을 변경해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기업 지분을 양수도하는 경우 언제라도 가액을 비롯해 계약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뢰인의 얘기에 따르면 상대방은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평가를 해보자는 의뢰인의 말을 세무사가 평가한 가액으로 의뢰인이 양수하겠다는 확정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대방의 주장은 주식 양수도 실무와 전혀 맞지 않는 얘기일 뿐 아니라 인수할 주식 가액도 알지 못하고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라 판단되어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이후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은 의뢰인 주장대로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 평가를 맡긴 것만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는데, 제가 이에 대해 여러 증거를 들어 반박하자 처음에는 전혀 주장하지 않았던 전혀 엉뚱한 내용들을 공들여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제기한 소인 주식 양수도와는 별 관련이 없는 주장들을 남발하며 시간을 소모하다가 얼마 전 패소판결을 받은 후 항소하지 않아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준비서면에도 기재했지만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이처럼 무리한 소를 제기한 것은 아마도 퇴사한 후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제 의뢰인을 상대로 다소 억지를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의뢰인은 생전 처음 송사를 치르느라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데, 다행히 이제는 비록 열대야라도 편안한 밤을 보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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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7.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인공지능 산업 변화와 장기 정책 마련 필요성

며칠 전에는 신문에 칼럼 기고를 했습니다. 요새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 관련 내용인데, 아직 시장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아 실제 수익이 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하드웨어에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고, 미래에는 수익도 주로 소프트웨어 쪽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 차원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미흡해 보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향후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방향과 이를 대비하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에 대해 제안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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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주거정비 아카데미 강의

지난 주에는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주거정비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도시정비법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금천구는 제가 어렸을 때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으로, 변호사가 된 후에는 오랜 기간 무료 법률상담을 했던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서울시 주거정비 자문위원을 하고 있었는데, 금천구에서 주거정비사업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서울시에 자문위원 후보를 요청해서 금천구에서도 서울시와 같은 분들이 자문위원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문위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긴급한 자문 안건에 대한 회의를 한번 했고, 그 후 이번에 강의를 하게 된 주거정비 아카데미를 맡게 됐습니다.

강의를 하게 되면 먼저 주제 뿐만 아니라 수강생이 누구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업무를 해서 실무를 알고 있는 수강생과 생전 처음 강의에서 해당 내용을 듣는 경우는 강의의 난이도와 내용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 강의를 준비하는 금천구청 주무관님에게 물어보니 정비사업 조합에서 일하거나, 조합 업무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들이 주로 수강을 한다고 하여 이론보다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내용 위주로 강의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했습니다.

아카데미의 다른 강의 제목을 보니 이론적인 내용이 이미 편성되어 있어서 저는 마음먹은 대로 조합을 운영하면서 겪을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도시정비법 해설과 사업추진 갈등사례’라고 정하고, 제가 10년 동안 서울시나 안양시 등에 위치한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했던 위법하거나 부적정한 조합행정이나 선거, 계약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설명했습니다.

실제 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되어 운영되는 과정에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즉,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추진위원회나 조합,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부처, 시공사 등 협력업체가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조율된 입장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고 합니다. 결국 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위치에서는 이러한 갈등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 빠른 사업 추진과 수익성 있는 사업 달성의 주된 관건이라 할 것입니다.

2시간으로 예정된 주거정비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분들을 보니 주로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1시간 강의가 끝난 후 휴식시간에 강단에서 내려가 수강생분들에게 내용이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지 확인을 했더니 어떤 분들은 보통이라고 하셨지만, 제가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도 역시 법적인 내용이 많아서인지 어렵다는 분들도 좀 계셨습니다.

두번째 시간에는 좀더 쉽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약간은 강의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질의, 응답 시간을 좀 길게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10분 정도 3개의 질문만 받고 답변을 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막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하는 구역에서 오신 분들도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큰 무리 없이 정비사업을 잘 운영해서 조합 청산까지 마치시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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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핀 북방의 장미를 만나다, 태국 치앙마이 2

전날 투어를 갔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숙소에서 늘어지게 잔 후 가벼워진 몸으로 일어나 여유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조식으로 나온 음식의 플레이팅이 예뻐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로 눈과 배가 기대치보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날은 아내와 느긋하게 시내를 돌아다니며 지역 맛집들을 탐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간 곳은 빵을 좋아하는 아내가 일찌감치 찍어 놓은 베이커리 카페였습니다. 가는 길에 더위가 심해서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가 밖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아내와 얘기를 하며 빵을 먹었습니다. 빵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인기가 많은 곳이라 자꾸 사람들이 옆에 기다리고 있어서 서둘러 일어나 다시 쇼핑몰이 있는 시내로 향했습니다. 쇼핑몰에서 아내 귀걸이를 하나 사주고, 최신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인기 있는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도 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Na Nirand란 이름의 다른 리조트로 옮겼습니다. 새로 옮긴 숙소가 마음에 들어 아내와 함께 숙소 내부를 돌아다녔습니다. 방도 마음에 들었지만 정원에 제가 좋아하는 큰 나무가 있어서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수령이 무려 100년이 넘은 나무로 이 리조트를 처음 지은 사람이 심었다고 하는데, 이후 세월이 흘러 이 곳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날 저녁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후 일찍 자고, 다음날 또 다른 투어를 위해 체력을 비축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차를 타고 출발해 치앙마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사원을 찾았습니다. 사원은 다양한 불상과 건물, 불화 등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다만, 처음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해서 신발과 양말을 다 벗긴 했는데 비가 계속 와서 나중에 다시 양말을 신을 때 좀 찝찝한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저 멀리 안개 사이로 보이는 치앙마이 시내의 전망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치앙마이에 있는 태국 왕실의 여름 궁전을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장미 정원을 비롯해 궁전 건물보다는 궁전을 둘러싼 정원이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아마 태국 왕실도 여름에 덥고 습한 방콕보다는 기온도 시원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드는 치앙마이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슬슬 정원을 걷다가 다양한 색상의 장미꽃도 보고, 조각상도 보면서 산책하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오전에 투어를 빨리 마치고,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내는 망고주스를, 저는 좋아하는 수박주스를 마시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머물던 숙소에는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었는데 선베드가 있어서 여유있게 아내와 함께 물에 들락날락하며 햇살도 즐겼습니다. 수영장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슬슬 옷을 챙겨입고 숙소 주변의 야시장을 찾았습니다. 북적북적한 야시장을 둘러보다가 굴전과 치킨볶음밥을 사서 아내와 함께 나눠 먹은 뒤 모기에 쫓겨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수영장에 숙박객이 아무도 없어서 낮에는 찍지 못한 멋진 수영장 사진 한 장을 건져서 객실로 들어갔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이 되니 머물렀던 숙소의 주변 풍경이 멋져서 그냥 체크아웃을 하기 아쉬웠습니다. 조식을 먹고 아내와 함께 정원을 둘러보면서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와서 묵어가자고 얘기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얘기를 한 후 숙소 옆을 유유히 흐르는 물결이 아름다워 추억으로 사진을 남겼습니다.

숙소를 떠나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방콕을 방문한 것이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이런저런 변화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는데, 가수가 기타를 치면서 라이브 음악을 하는 곳이었는데 꽤나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마침 신청곡도 받고 있어서 태국의 마지막 밤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술도 한잔 기울이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방콕에서는 아내와 함께라 전에 다녔던 곳과 좀 다른 곳들로 찾아다녔는데 쇼핑몰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쇼핑몰은 제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여러 곳을 가봐도 제철이 아닌지 통 망고스틴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건조 망고스틴 한 봉지를 대신 사고, 전에 사먹지 않았던 두리안을 골라봤습니다. 연유와 두리안을 쌀밥에 섞어 먹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냄새도 나지 않고 맛이 아주 좋아서 놀랐습니다. 남은 태국 바트화로 마지막 저녁식사도 푸짐하게 한 후 아내와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총총총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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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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