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국회방송에서 제가 작년에 출간한 책에 대한 서평을 보도했습니다. 국회 뉴스에서는 정기적으로 서평을 내고는 하는데 2월 정도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최준선 교수님이 제 책에 대해 서평을 기고하셨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최교수님을 잘 알지 못하는데 제 책을 읽으시고 서평까지 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국회뉴스에 최준선 교수님의 서평이 실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방송에서도 제 책에 대한 서평이 보도되었습니다. 아마도 제 책의 주제가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내용이라 계속 보도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책이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은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지난 달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통해 재개발, 재건축를 전문분야로 등록했습니다. 전에는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등록한다는 것에 제 자신이 과연 그 정도 실력과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기도 했고, 저는 다양한 법률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전문분야 등록을 하면 제3자가 보기에는 그 분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어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재개발, 재건축 관련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지도 7, 8년 가량 되었고, 이 분야와 관련된 여러 소송과 법률 자문, 서울시 등 지자체의 조합 실태점검 등 감사 업무를 해서인지 좀 자신이 생긴 것 같아 전문분야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잘 모르는 분들이 가끔 변호사인 제 전문분야를 묻고는 하시는데, 그때 답변을 하기도 용이할 것 같아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분야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협회에서 정한 관련 분야 교육도 받고, 기존 수행했던 소송과 자문들에 대한 자료들도 신청서에 첨부해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들을 정리한 후 온라인으로 재개발, 재건축 관련 강의 프로그램을 찾아 듣다보니 제가 잘 알지 못했던 내용도 더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역시 세상에는 고수들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신청서 제출 후 한 달 정도 지난 후 마침내 협회에서 심사가 끝났고, 협회 게시판에서 전문분야 등록이 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도착한 전문분야 등록증서는 다른 위촉장들이나 표창장들과 달리 사방이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어 좀 부답스럽기는 했지만, 전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재개발, 재건축 관련 소송이나 자문을 수행하면서 더욱 정진해 의뢰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잘 지키고, 잘못된 조합운영에 대해서는 개선을 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간의 행정심판위원회에서의 위촉 기간이 지났습니다. 약 2달 정도에 한번의 회의였지만, 사건의 주심과 부심으로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적 판단을 해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되고, 까다롭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많게는 7, 8개, 적게는 3, 4개의 주심, 부심 사건을 준비하고, 간이한 일반 사건 10개 정도를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정리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송무 사건이나 자문 사건을 무리없이 진행하면서, 추가로 행정심판위원회 사건들까지 진행하는 것은 제게는 주말에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위원분들은 이런 행정심판위원 임기를 4년, 6년까지도 하시기도 하는데,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는데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그 노력과 헌신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역시 행정사건은 근거 법령이나 법리가 복잡할 뿐 아니라 행정재량의 영역이 커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민들과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하나의 사건에 대한 결정이 미치는 파급력이 일반 민사 사건이나 형사 사건보다 크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심판위원회 위원들도 아무래도 심판청구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인용 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인용 결정에는 행정청이 다시 행정소송으로 다투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런 판단 경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비록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청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그 설립 취지 자체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한 것이므로 행정청의 입장보다는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 구제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위원회에서 여러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사건에 대해 의결을 하다보면 자꾸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이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위원으로 결정을 하시는 분들이나 새로 위원으로 위촉되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더욱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행정심판위원회 운영은 행정청에 대한 견제와 국민의 권리 및 이익 구제라는 설립 목적에 천착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정당하게 권리 구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자동차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자율협력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사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자율주행자동차법’의 개정과 그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을 위한 프로젝트 자문에 집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법이 제정됐는데, 기존 내용에 자율협력주행과 관련한 보안성을 갖춘 인증관리체계를 추가해 실질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자율협력주행은 현재 자율주행을 표방하는 자동차들이 자체적인 센서에만 의존해 주행을 하고 있다는 한계를 넘어, 도로를 운행하는 다른 자동차들이나 도로변에 있는 설치된 시설이 수집한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주행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V2X라고 간단히 부를 수 있는 이 시스템을 통해 V2V인 다른 자동차들의 예상 주행 경로, V2I인 노면 상태나 노면의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다 안전하고,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제가 법적 자문을 했던 O정 OOMG만이 아니라 OO전자인증, OO SDS, 한국OOOO공단, 국토교통부의 많은 담당자들과 전체 사업계획의 방향과 실무적인 내용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했습니다. 특히 사업 계획이나 실무를 고려해 법적인 자문을 하면서, 원래 제가 알고 있었던 인공지능 관련 법적 내용이나 일반적인 법 지식 외에도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 국회나 행정부 입법의 실무적 절차나 구체적인 개정안 작성과 관련해 많은 것을 더욱 깊이 있게 아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다른 조직에 속한 많은 인원들이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송무 사건에서도 많은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기한 내 개정되어 올해 초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변호사들이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AI)이나 인증 관련 실무적인 내용과 법령 제정 과정을 많이 알게 됐다는 점도 좋았고,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었을 때 그 자율주행차를 타면서 그 운행에 제가 일조를 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빠듯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들도 있었지만, 저에겐 업무능력이나 인간관계 등 여러모로 남은 것이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지난 달 말에는 3년 반 가까이 진행되었던 형사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사건과 달리 검사의 주장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각 인식 프로그램 개발 및 유통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사업가와 주고받은 개발자금과 프로그램을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와 자진지원이라고 기소한 사건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기소된 1호 국가보안법 사건이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사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중국 현지 사업가와 동업으로 시각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중국 사업가의 산하에 북한의 프로그램 개발팀이 있어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재판부가 판단한 것처럼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과 그 유통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판결에서는 법리나 기술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고, 그 중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먼저, 피고인의 사업을 남북교류협력법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면서 피고인이 프로그램 개발을 한 것이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 것입니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향후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남한의 경제 사업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 자선사업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해석론이라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완화되더라도 누구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할 엄두를 낼 수 없어 오히려 남북교류협력법의 제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중국 현지 사업가와 10년 넘게 수많은 이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프로그램 개발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조직과 업무지시 체계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수백쪽에 달하는 전체 대화 내용 중 문맥과 전후 사정을 무시한 채 오로지 한두번 언급된 단어만으로 사실관계를 단정하고, 그 외 수십 차례에 달하는 다른 증거들은 외면했으니 증거를 취사선택하는데 오류를 범해 사실관계를 잘못 확정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관과 협력기관들의 보고서만을 믿었을 뿐, 코딩이나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믿을 수 없다며 배척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판결의 근거로 든 보고서의 내용들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그 기술적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서류 등으로 반박이 된 것임에도 이러한 기술적 내용들에 대해 편향된 의도를 갖고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만을 믿고 내린 잘못된 판단이라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인 2명 중 1명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던 피고인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이 되어 선고를 듣고 있던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법원이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는 씁쓸한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증거들만을 택해 판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어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가족들과 변호인단에 보낸 편지를 읽다보니 국가보안법이 옥죄고 있는 우리의 삶을 더욱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항소심에서는 보다 냉정하게 증거를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재판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만일 이러한 판결과 법 해석이 굳어진다면 향후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후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누구도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에서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을 모시고 중국변호사들의 삶과 업무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은 국내에 처음 진출한 중국법인인 리팡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중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본에서도 법학대학원을 다니고, 국내에서 오랜 시간 업무를 하고 계셔서 3개국의 법률 실무에 대해 비교하면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최근 큰 변화가 있었던 중국 변호사업에 대해서는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중국 법조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중국소위원회 위원으로 있은지도 이제 5년 정도가 지난 것 같습니다. 2년 임기의 위원을 3번 정도 하고 있는데, 처음 2번은 소위원회에서 간사를 맡았었고, 현재는 소위원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중국소위원회 여러 위원분들과 함께 업무를 하면서 배운 것들도 많이 있고, 특히 중국변호사회와 교류회를 하면서 좋은 경험과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던 2018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중국 북경율사회와 교류회가 있어 북경을 방문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북경을 방문하면서 중국변호사들과 나눴던 대화나 여러 경험이 제가 중국소위원회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북경율사회, 북경대 법학원, 중국 법원을 방문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있고 일부 자동화된 시스템은 우리보다도 더 발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법치주의가 엄격히 정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히 과거보다 많은 발전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정치나 경제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에 있는 저로서는 앞으로 중국의 법치주의가 발전해 법조 영역에서도 상호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빕니다.
최근 들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정보를 다루는 영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자문업무에서도 개인정보와 관련한 검토 요청들을 많이 하는데,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령이 개정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업무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법령 개정 작업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가 있어 해결방안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얼마 전에는 다른 자문업체에서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에 대한 검토 요청이 왔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관련 영상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양식이 적정한 것인지 검토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청받은대로 저는 관련 법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 등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검토한 자문의견을 보냈습니다.
비단 이렇게 자문 업무을 할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는 이제 자본, 노동, 토지라는 과거의 3대 생산요소와 함께 제4의 생산요소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정부에서도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가능한 데이터 확보 및 구축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해서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많아서 법이 산업을 만든다고 하는데, 최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의 주체인 개인들이 점점 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다보니 그에 맞춰 법제도가 따라가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실제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법도 그런 피해자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학교 졸업앨범에도 개인 주소와 전화번호까지도 모두 기재했었는데, 지금은 다들 그런 정보를 기재하는 것에 매우 민감해졌으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마 앞으로는 데이터와 관련한 지식재산권이나 인격권 관련 논의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고, 관련 산업도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고양시 마두역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제가 마두역 인근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 가끔 지나갔던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꽤 큰 건물의 기둥이 갈라져 붕괴 위험이 있다니 안전 문제는 여전히 후순위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주에서 건축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면서 작업하던 분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양생 기간을 단축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언제나 개선될지 답답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재개발, 재건축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실태점검은 쉽게 말하면 감사의 일종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금까지 40개 가까운 조합들의 업무 절차와 계약 내용에 대해 살펴봐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광주에서 있었던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서울시에서도 안전문제가 부각되어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철거현장에 대한 실태점검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실태점검과 달리 도시정비법이 아닌 철거와 관련된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폐기물 관련 법 등 다른 법령을 기초로 위법사항을 찾아내 개선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검을 하면서 하나씩 살펴보니, 건설업계에서도 계약이나 감독이 가장 허술한 곳이 철거 관련 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령에 관련 규정이 미비한 곳이 많고, 심지어 법령에 정해진 내용과 실제 실무가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철거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점검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습니다.
기존에 공사대금 사건이나, 하자보수 사건 등 건설업 관련 소송사건을 하면서 건설업에서는 수억에 이르는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관련 근거도 별로 남기지 않는 등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지만 철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건설업계에는 때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들로 들러리를 세워서 경쟁입찰의 형식을 맞추고, 낙찰을 받은 후에는 대다수 공정을 하도급주는 등 건축 품질을 저하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은 안전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익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사고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이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최대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충실도와 결과의 품질을 높여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도 낮은 가격만을 의사결정의 최고 기준으로 삼는 태도도 변화가 필요하고, 판매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 자신의 업무에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이상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던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하는 점검을 통해 어이없는 사고로 인명이 상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 말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수진 국회의원,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외국인 보호시설 내 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았습니다.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가 토론회 준비를 주도했는데, 준비하시는 위원분의 요청이 있어서 제가 1주제인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와 관련해서는 대한변협에서 과거 2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제가 당시에 모두 참여했었기 때문에 관련 실태에 대해 나름 지식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토론회가 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새우꺾기’라는 가혹행위 때문이지만, 비단 그 사건 말고도 외국인보호시설은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체류를 목적으로 설치되고 운영되는 외국인보호시설이 장기간 구금되는 외국인에게는 어떤 처우를 할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외국인보호는 행정구금에 불과한데 형사적 구금과 동일시하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맡았던 부분은 외국인보호시설의 실제 현황과 최근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맡은 주제의 발표를 준비하면서 외국인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변호사분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추가적으로 들으면서 발표문을 준비했는데, 역시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할 때에도 준비한 발표문의 내용들을 충실히 전달하려고 하다 발표시간을 꽤 넘기기도 했습니다. 저도 세미나 사회를 많이 봤는데, 사회자나 좌장 입장에서는 시간을 제대로 맞춰 진행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막상 제가 발표를 하다보니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토론회 좌장을 맡은 변호사님이 약간 시간을 주셔서 발표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발표가 끝난 후에도 다른 분들의 발표와 토론을 듣다보니 보다 많은 것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12월 중순에는 강릉에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는 교육부에서 지원을 받아 학교 소속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의 실험실 창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각 학과의 특색을 살린 아이디어를 상품화까지 해서 시장성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이러한 실험실 창업의 목표입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가 계신데, 제가 인공지능 로봇 관련 주제로 논문을 쓰고, 이와 관련해서 기업들과 공공기관에 자문을 해주는 것을 알고 행사에 참석해서 상담과 기업 경영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마침 제가 하고 있는 자문 프로젝트의 사업기간이 지난 후에 행사가 계획되어 있어 좀 여유가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얼른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행사 며칠 전에는 행사 진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 적힌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잠실에서 행사장인 강릉 탑스텐 호텔로 왕복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저는 다른 일정도 있어서 직접 차를 몰고 행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제가 좀 서두른 편이었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이 아직 참석하지 않아서 먼저 자가검진 키트로 코로나검사를 한 후 배정된 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 봤을 때는 바다를 면한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호텔이 웅장한 느낌이었는데, 호텔에서 내려다 본 바다에는 강한 바람이 몰고온 파도가 호쾌하게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행사장에 내려가니 참가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 저녁식사 후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법제화 프로젝트팀에서 급한 요청이 와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프로젝트 관련해서 요청받은 사항이 많다보니 새벽까지 자료를 정리해서 보낸 후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전날 새벽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에 다음날 조식은 간단히 먹고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9개 정도의 팀이 흥미로운 발표를 했는데, 그 중 당장 사업화가 가능해보이는 아이템도 있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오전 일정이 예정보다 약간 일찍 끝나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저는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호텔 밖으로 나와서 파도가 방파제를 향해 몰려가는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겨울바다를 보고 있자니 업무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발표를 한 각 팀들이 법률, 회계, 특허, 재무, 무역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과 상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가졌던 팀의 교수님도 상담을 요청하셔서 향후 사업화를 하는 경우 필요한 법률이나 경영 관련한 조언을 해줬습니다. 제 학부 전공이 경영이었기 때문에 기업에 자문을 할 때는 법적 측면만이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 문제되는 이슈들도 고려해서 자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향후 제가 속한 법인과 가톨릭관동대학교가 MOU를 체결해 법률자문을 하자는 계획을 공유했고, 다른 일정이 있던 저는 다른 참석자들과 헤어져 차를 몰고 행사장을 출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