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

얼마 전에는 제가 위원으로 있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심리기일이 있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은 변호사로서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의 주장을 듣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일인데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위원과 좀 더 비슷한 역할입니다. 다만, 조정위원은 쌍방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다시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변론절차가 진행되어 법관이 판결을 내리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일단 행정소송에 이르기 전 단계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이 타당한지 및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는 법관이 판단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입니다. 물론, 전혀 논리적 타당성이 없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은 전체 주장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최종적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많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의 처분이 취소되기도 하고, 이에 따라 행정청이 다툴 수 없게 결론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하다보니 법관이 느끼는 중압감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 법대에서 변론을 듣는 법관들도 그러한 주장들의 당부에 대해서, 그리고 소송지휘와 관련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될지 예상이 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되었던 구두심리가 다시 시작되니, 청구인이나 피청구인이나 자신의 논리로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심판 당사자들은 위원장님이 심판 상대방에게 발언 기회를 주면 자신도 동등하게 발언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합니다. 하지만 수십개의 사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위원회 일정상 한 없이 시간을 줄 수도 없습니다. 절차 진행에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은데, 저 역시도 법정에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으로 서게 되면 아마도 가급적 더 많은 시간 구두로 변론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가 있고, 법관이나 변호사도 있는 것일 겁니다. 다만, 어떤 위치에 서있더라도 최소한 그런 절차가 자신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있는 절차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하겠지만 상대방이 존재하는 절차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러한 제도 자체가 운영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오로지 말 그대로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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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관련 형사고소 사건의 어려움

얼마 전 1년 반 가까이 걸렸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 고소 대리 사건이 정식 공판 청구가 되었습니다. 고소 사건 상당수가 대부분 불기소처분으로 끝나곤 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고소인이 증거자료까지 다 수집해서 제출해주길 원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개소리로 밥상을 차려 떠먹여주기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은 민사 사건도 함께 진행된 경우였는데, 출판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출판계약이 해지된 후에도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고, 이에 권리를 침해받은 의뢰인이 형사고소를 원했기에 의뢰인과 제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을 제출한 끝에 기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피고인이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작물을 인쇄하고 유통시킨 업체들은 피고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려웠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계속 고소인인 제 의뢰인에게 증거를 찾아서 제출하라고 요구해서 곤혹스러웠습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일반인이 증거를 모두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우선 과중한 업무가 원인일 것입니다. 제가 사법연수생으로 검찰청에서 시보를 할 때도 처리해야 할 엄청나게 많은 사건 수에 깜짝 놀랐는데, 지금이라고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재산 관련 사건에서는 민법이나 지적재산권법 등 관련 법리를 충분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기관에서도 변호사가 고소장을 작성해서 관련 법리와 증거자료까지 정리해서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번 고소사건은 잘 마무리가 되어서 의뢰인이 저작권자로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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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 종료

지난 주에는 거의 2년 정도 걸렸던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을 마무리했습니다. 주택재개발 사업의 현금청산자였던 의뢰인들 10여명이 처음 의뢰했던 사건은 사업시행계획인가무효확인 사건이었는데, 이후 구청에서 인가한 관리처분계획에도 문제가 있어서 관리처분계획인가무효 사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사고소도 더불어 진행했습니다.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는 법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행정소송의 성격상 정책적인 부분도 일부 판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하자가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조합의 위법하고 태만한 업무 수행에 면죄부를 주는 부작용 또한 낳게 되고는 합니다.

조합 관련 행정소송 중 법원이 가장 증거와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하는 것은 조합설립과 관련한 하자와 관련한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이나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의 설립 과정에서도 조합설립동의율이 법정 기준을 1%도 안 되는 차이로 넘겼기 때문에 조합설립동의서들과 관련한 중요한 하자가 있으면 정비사업이 중단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의뢰인들과 함께 이 조합의 설립동의서 관련 중대한 하자들을 발견해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도 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행정소송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금청산자들이었던 의뢰인의 토지와 건물이 수용되면서 제가 의뢰인들의 명도소송과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까지 담당하였습니다. 명도소송 과정에서는 법리적으로 관련 행정소송 내용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주장하면서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특히 조합에서 의뢰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 소제기를 너무 조기에 하는 바람에 제가 이러한 소제기는 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항변을 했는데, 이러한 항변을 받아들여 한 명도사건에서는 조합의 청구를 명도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는 일부 사건에서는 이의재결을 하지 않고, 바로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을 한 것이었는데, 송달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제소기간을 제대로 준수하였는지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유사한 사건과 관련 법령의 법리들을 주장해 제소기간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권고결정을 받기도 했는데, 명확한 해석이 없어 일반적인 보상금 증액청구 사건처럼 감정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송들이 함께 진행되면서 2년여 되는 시간이 흘렀고, 길어진 법적 분쟁에 지친 일부 의뢰인들은 조합과 합의를 하고 작년 가을경 먼저 사건들을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합과 함께 마지막까지 다투던 의뢰인들 역시 이번 봄에 조합과 괜찮은 조건으로 합의를 하여 최종적으로 모든 사건들이 종료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조합에서 최종 합의서에 날인을 받아 의뢰인들에게 전달하면서 며칠 몸살을 앓으실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그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셨는지 대부분 며칠 누웠다가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저는 기존에 서울시에서 진행한 조합 업무와 관련해 실태점검을 5년 넘게 해왔는데, 이러한 경험이 관련 소송을 하면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소송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더욱 연구를 한 부분이 실태점검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조합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확실히 이론과 실무는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경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의뢰인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놨으니, 다시 편안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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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형사 사건 중 특정한 사람이 존재하는 형벌을 규정하는 법률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도 일반적으로는 해당 법률로 처벌받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국적에 따라 처벌되는 속인주의나, 범죄가 이루어진 국가의 형법이 적용되는 속지주의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를 이른바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로 표현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법리가 맞는 것인지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 형법이나 형사 특별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한 교육을 통해 그런 법률을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그런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는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경우를 구분해서 형사 규범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규범력의 누수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는 것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마찬가지인데, 외국인의 경우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 행위라서 타국에서는 죄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가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정의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경우에 외국인이라고 예외를 두기는 어렵겠지만, 최근에 맡은 마약류관리법위반 사건의 경우 외국인이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을 대한민국으로 반입했다가 형사처벌되고, 자칫 자신의 직업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한 현재 상황에서 사정이 달랐던 100년 전 형성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은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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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심의위원회

지난 주에는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있는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도 공동주택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다보면 물론 좋은 일도 있겠지만, 시끄럽고 골치아픈 분쟁과 문제들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관리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령이 존재하지만, 최근 뉴스로 보도되었던 관리비 관련 부정 문제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법제도와 행정력의 한계로 인해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의 자료를 보면 공동주택관리를 규율하는 사항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 재개발 조합에 대한 행정적 규제와 유사한 면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계약을 비롯한 절차적 내용부터 업무와 관련한 정보공개까지 상당히 유사한 규율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율 대상인 조합의 경우는 법적으로 공법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공익적 성격에 따른 규제가 더 엄격하지만 공동주택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는 사법적 행위에 대한정도의 규제를 하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투명하고 적법한 공동주택관리를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행정청의 관리감독도 필요하겠지만,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자체적인 감시와 노력이 필수적인 이유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공동주택관리에 있어서도 부정이나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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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재개발 관련 지장물 감정평가

제가 구성원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부동산 관련 사건을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공동대표로 계신 대표 변호사님은 국내 첫번째 감정평가사 겸 변호사로 오랫동안 수용보상 관련해 많은 사건을 맡아 처리하시면서 선례가 되는 대법원 판례를 여러 건 만드시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부동산 관련한 사건들을 많이 담당하는데, 부동산 거래 관련한 사건, 재건축, 재개발 관련 사건, 건축 공사대금 관련 사건 등 다양합니다.

이런 사건들 중 재건축, 재개발 관련한 사건을 하다보면 조합을 대리하든, 현금청산자들을 대리하든 협의보상, 수용재결, 매도청구 관련하여 토지와 지장물에 관한 감정을 한 후 보상 가격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정평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어떤 경우는 주관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에 감정평가시 현장에서 감정 대상물의 현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건축, 재개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보상금 증액 관련 소송에서 지장물이 철거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협의보상단계, 수용 및 이의재결 단계에서 이미 지장물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금청산자들의 경우 해당 시점에는 감정평가와 관련한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행정소송 단계에서야 이른바 ‘무기대등원칙’에 따라 조합과 현금청산자들이 공평한 입장에서 다퉈볼 수 있게 되는데, 이미 지장물이 철거된 이후라면 제대로 된 권리주장을 해보기도 전에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 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갔었던 감정평가 현장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당일 현장 감정 대상이었던 지장물은 온전히 남아 있었지만,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의 지장물 중 일부가 철거된 것이 보였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 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인 것을 알면서도 다른 건물들보다 먼저 철거해야 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으로 정의를 달성한다는 것도 법정 안에서나 법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부분 역시 함께 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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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에 맡았던 사건 중 공사대금 미지급을 원인으로 한 채권가압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차일피일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공사 잔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의 제3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한 것이었는데, 1심에서 기각이 되었습니다.

당시 상대방 기업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제3자 명의로 이전하는 등 다른 자산이 없는 상태였는데, 보전처분을 엄격하게 판단한다는 최근 추세를 명목으로 가압류를 기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그 이전부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압류 신청이 기각되자 그러한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해당 채권가압류 사건에 대해서 항소를 하였습니다.

가압류 기각 결정에 항소한 후 공사 잔대금 지급을 구하는 본안 사건을 1년여 진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항소한 가압류 사건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우리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둘러 집행을 하고 보니, 원래 확보하려고 했던 1억 2천만원의 1/5에 불과한 2천여 만원만을 가압류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신청 당시에는 충분히 신청했던 금액 상당의 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1년 이상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제3채무자인 기업도 기성고에 따라 이미 대부분의 대금 지급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렇듯 실질적으로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의뢰인이 향후 본안에서 승소하고도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다면 누구를 상대로 하소연을 할 수 있을지 참 답답합니다.

비단 제가 맡았던 이런 유형의 사건 말고도 시간이 흐르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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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벤처부 기술보호 법무지원단 자문

저는 2018년 구성된 중소기업벤처부 기술보호 법무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 자문이나 소송을 수행한 경험을 활용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생각보다 지원 신청을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업 초기라 홍보가 잘 되지 않았던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탓인지 전에는 위원들에게도 주변에 지원을 신청할 만한 기업이 있으면 신청하도록 안내를 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1년 정도 지나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는지 작년 말에 기술보호 관련 자문을 신청한 기업의 자문 위원으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해당 기업의 담당자와 상담 전에 통화를 해보니 제 경력 중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위원이 눈에 띄어 저에게 자문을 받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소송 절차가 아닌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신속한 절차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업 담당자와 상담을 한 후 법무지원단에서 요청한 필요 서류들을 제출하였는데,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 앞으로 더욱 열의를 가지고 자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계약에 있어서도 협상력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계약의 내용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법률자문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이런 경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두었습니다. 다른 기술 기반 기업들도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해 향후 유니콘, 나아가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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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 업무 종결

제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학교는 중학교 2곳과 고등학교 1곳이었습니다. 그 중 고등학교는 여고라는 특성 때문인지 큰 문제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10대 여학생들이 학교생황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 널리 퍼졌던 이른바 ‘중2병’이 만연해 있는 중학교는 고등학교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으로 6년 정도 활동했던 중학교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고, 저의 학창 시절과는 다른 학생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법률전문가 위원이라는 입장에서 최대한 학부모 위원님, 교사 위원님들이 먼저 의견을 밝힌 후 제 의견을 밝히곤 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교육과 관련한 징계 절차라는 특수성이 있고, 자칫 제가 먼저 의견을 밝히면 다른 위원님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이유로 인해 제 의견은 다른 위원님들과 다르기도 했습니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학생에게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하였고, 학생회 간부에게는 그 직책에 맞는 더 큰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해당 중학교 학생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다른 학교로 보낸 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그 이전 징계에서 제가 한번 정도는 더 기회를 주자고 했던 학생들도 있는데, 다음 위원회에서 다시 징계 대상이 된 같은 학생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2020년 학기부터는 더 이상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교육지원청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장 자체 종결권도 강화되었으니 기존처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와 징계로 학교 현장이 더 혼란스웠던 상황은 점차 줄어들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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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강의

작년 말에는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산업과 관련한 강의를 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현재 우리 실생활에 가장 가깝게 다가온 것이 보건 및 의료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실제 인간을 대신해 인간 수준 이상의 업무 능력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영역은 보건 및 의료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2017년에도 같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2년 사이에 인공지능의 발전은 괄목할 정도이고, 국내 의료기관들도 IBM의 왓슨(WATSON)을 도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기기들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2018년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소프트웨어도 의료기기에 포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는 이렇게 기술이 규범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회자되던 무어의 법칙을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이 기술 발전 자체의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어 향후 그 변화가 제곱의 속도로 빨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규범이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발전하는 기술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복리를 위한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한 규범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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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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